"20년 기다려도…" 생계대책 권리 파는 어민들

입력 2019.01.28 (23:34) 수정 2019.01.29 (08: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멘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창원 웅동지구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을 위한
생계대책용 땅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계대책 수립이
20년 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기다리다 지친 어민들이
생계대책으로 약속만 받은 땅의 권리를
사고파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손원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내년까지
복합관광레저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웅동지구.

골프장 외에는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체 개발 면적 225만㎡ 가운데
숙박시설 예정지인 11만 2천㎡는
어민 생계대책에 쓰기로 했습니다.

대상 어민은 4백여 명.

대상지 11만 2천㎡ 가운데
1/400의 권리가 나눠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시행사인 창원시가
이 땅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처리해 지급할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
권리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증서 한두 장을 쓰고
어민 한 사람에 2~3천만 원을 받고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사려는 사람도 있고 팔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나도 (중개를)하려고 하다가 다시 다 돌려줬어요."(흰색)
"왜요?"(노랑)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싹 다 (없던 것으로)돌려줬어요."

어민 4백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최대 2백여 명의 권리가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투기 목적의 매입으로 보입니다.

[인터뷰]거래 중매인(음성변조)
"그거를 언젠가는 뭐가 (개발)될 때는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거 아닐까요."

해양수산부가
신항을 매립하며 어민들에게
생계대책을 약속한 것이 지난 1997년.

해수부가 경상남도에
매립지 일부를 넘겼고,
이를 다시 옛 진해시에 분할하면서
민원 해결책임도 지도록 했습니다.

황금어장을 잃은
소멸어업인들에 대한 생계대책은
행정기관과 주민 사이
접점을 못 찾으면서 20년이 넘게 끌며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어민 30여 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어민들은
오랜 시간 민원 해결을 기다리다 지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생계대책권리 매도 어민(음성변조)
"살아생전에 돈이라도, 십 원짜리 한 개도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하니까. 그때부터 해결이 안 되니까 이걸(권리) 양수 양도하는 것을 해왔죠."

[인터뷰]김운곤 / 생계대책위 사무국장
"공무원들이 하는 방법대로 저희가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따라오면 공무원들이 무식한 어민들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어민들 길을 다 막았잖아요."

하지만, 창원시는
땅값에 대한 감정평가 시점 등
관련 법과 어민 요구 사이에
차이가 크다며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창원시 관계자(음성변조)
"관련 민원 해소를 위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지속해서 안내하고 있으나 그 의견 상충으로 인해 아직까지 (협의가)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각종 민원이 얽히면서
복합관광레저단지 웅동지구에는
지금까지 골프장 밖에 지어진 것이
없습니다.

행정당국의 떠넘기기로
20년 동안 미뤄진 생계대책 민원.

기다리다 못한
어민들의 위험한 거래가
자칫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뉴스 손원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20년 기다려도…" 생계대책 권리 파는 어민들
    • 입력 2019-01-28 23:34:56
    • 수정2019-01-29 08:56:58
    뉴스9(창원)
[앵커멘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창원 웅동지구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을 위한 생계대책용 땅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계대책 수립이 20년 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기다리다 지친 어민들이 생계대책으로 약속만 받은 땅의 권리를 사고파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손원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내년까지 복합관광레저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웅동지구. 골프장 외에는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체 개발 면적 225만㎡ 가운데 숙박시설 예정지인 11만 2천㎡는 어민 생계대책에 쓰기로 했습니다. 대상 어민은 4백여 명. 대상지 11만 2천㎡ 가운데 1/400의 권리가 나눠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시행사인 창원시가 이 땅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처리해 지급할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 권리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증서 한두 장을 쓰고 어민 한 사람에 2~3천만 원을 받고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사려는 사람도 있고 팔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나도 (중개를)하려고 하다가 다시 다 돌려줬어요."(흰색) "왜요?"(노랑)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싹 다 (없던 것으로)돌려줬어요." 어민 4백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최대 2백여 명의 권리가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투기 목적의 매입으로 보입니다. [인터뷰]거래 중매인(음성변조) "그거를 언젠가는 뭐가 (개발)될 때는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거 아닐까요." 해양수산부가 신항을 매립하며 어민들에게 생계대책을 약속한 것이 지난 1997년. 해수부가 경상남도에 매립지 일부를 넘겼고, 이를 다시 옛 진해시에 분할하면서 민원 해결책임도 지도록 했습니다. 황금어장을 잃은 소멸어업인들에 대한 생계대책은 행정기관과 주민 사이 접점을 못 찾으면서 20년이 넘게 끌며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어민 30여 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어민들은 오랜 시간 민원 해결을 기다리다 지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생계대책권리 매도 어민(음성변조) "살아생전에 돈이라도, 십 원짜리 한 개도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하니까. 그때부터 해결이 안 되니까 이걸(권리) 양수 양도하는 것을 해왔죠." [인터뷰]김운곤 / 생계대책위 사무국장 "공무원들이 하는 방법대로 저희가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따라오면 공무원들이 무식한 어민들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어민들 길을 다 막았잖아요." 하지만, 창원시는 땅값에 대한 감정평가 시점 등 관련 법과 어민 요구 사이에 차이가 크다며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창원시 관계자(음성변조) "관련 민원 해소를 위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지속해서 안내하고 있으나 그 의견 상충으로 인해 아직까지 (협의가)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각종 민원이 얽히면서 복합관광레저단지 웅동지구에는 지금까지 골프장 밖에 지어진 것이 없습니다. 행정당국의 떠넘기기로 20년 동안 미뤄진 생계대책 민원. 기다리다 못한 어민들의 위험한 거래가 자칫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뉴스 손원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