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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요? 일 없습네다”…북한 ‘4·25 체육단’의 겨울나기
입력 2019.01.30 (07:00) 취재K
■中 쿤밍에 동계훈련 캠프 차린 북한 선수들
■한국팀과 친선 경기...승부? "일 없습네다"


축구나 야구 등 하계 스포츠 선수들은 지금 동계 훈련에 한창일 때입니다. 동계 훈련 성과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프로 선수들은 추위를 피해 멀리 남태평양이나 동남아 등지에 동계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전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훨씬 추위가 심한 곳에서 동계 훈련을 해야 하는 북한 선수들은 어떨까요? 북한 선수들도 전지훈련을 떠날까요?


중국 쿤밍에 전지훈련 캠프 차린 北선수단

중국의 서남쪽 윈난성에 위치한 쿤밍이라는 도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져 봄의 도시(春城)로 불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기후뿐만 아니라 해발 1800미터 이상 되는 고지대라 운동선수들이 훈련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축구나 마라톤 선수들의 동계 전지훈련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쿤밍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북한 선수단을 만났습니다. 북한 4·25 체육단 소속 남녀 축구와 탁구 선수들, 그리고 4·25 체육단의 위성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백수축구단 선수들입니다. 축구장과 체력 단력장 등 비교적 최신 시설이 갖춰진 쿤밍의 홍타스포츠센터라는 곳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선수단 규모는 100명 안팎, 이달 10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전지훈련을 왔습니다.


'4·25 체육단' 의미는

훈련 중인 4·25체육단은 한국의 상무와 같은 군(軍) 팀입니다. 북한군 창군일인 4월 25일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군 장교 계급을 갖고 있습니다.

4·25 남자축구팀은 평양을 연고로 북한의 축구 1부리그 할 수 있는 '최상급축구련맹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정상급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백수 축구단 역시 같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데 4·25체육단의 산하 구단 격입니다. 최근 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북한 축구대표 선수 중에도 4·25 소속 3명, 소백수 소속 1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4·25 남자축구팀 선수는 취재진이 아시안컵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동료 선수들도 참가했다"면서 북한의 조별 예선 탈락을 아쉬워했습니다. 한국팀은 당시 8강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한국팀의 경기도 중국 CCTV 중계 방송을 통해 봤다고 했습니다.

전지훈련지에는 축구뿐 아니라 4·25체육단 소속 남녀 탁구 선수 10명도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이들 역시 북한 내에선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모두 군인 신분입니다. 취재진이 훈련 모습을 지켜보자 북한 관계자는 "돌아가면 국제대회에 나가야 할 선수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北선수단에는 대남 사업 관계자들도 포함

북한 선수단 중에는 특별한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조선노동당 외곽 단체로 대남 사업 창구 역할을 하는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입니다. 이번 전지훈련이 단순히 북한 선수단의 훈련 일정만 있는 게 아니라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일환임을 선수단 구성에서도 알 수 있는 건데요.

한국에선 남북체육교류협회를 중심으로 이번 전지훈련을 준비했습니다. 애초에는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전북 익산 이일여고 탁구팀 등이 이달 말 대거 쿤밍으로 넘어가 북한 선수들과 교류전을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에서 기존에 진행 중인 남북 체육 교류 사업 외에는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예정된 경기 일정이 급하게 취소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쿤밍에서 북한 4·25축구팀과 연습 경기를 했던 프로축구팀 강원 FC만 친선경기를 가졌습니다. 당초 일정과 달리 한국 선수들이 대거 빠지자 북한 선수단도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훈련 파트너가 없어져 여자 축구팀의 경우 현지에서 급하게 고교 남자 선수들을 섭외해 연습 경기를 가졌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 남북 선수들 만찬 즐겨

규모가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24일 저녁 남측에서 넘어간 강원 FC 선수들과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 북한 선수단은 쿤밍에 있는 북한 식당에 모여 만찬을 가졌습니다.

남과 북 선수들은 원형 테이블에 따로 앉았습니다. 입장부터 서로 눈인사 한 번 주고받지 않은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그나마 코치진과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다음날인 25일 쿤밍 외곽의 한 축구장에선 강원FC와 소백수 축구팀이 만났습니다. 경기 전 박명훈 북한 소백수축구팀 감독은 강원FC에 비해 자신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며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소백수 선수들은 무섭게 강원 FC를 몰아쳤습니다. 경기 결과는 1대 0, 소백수팀의 승리.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강원FC와 4·25축구팀의 친선 경기에서도 강원FC가 2대 0으로 졌습니다.

경기 결과는 친선 교류전에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다가도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거친 태클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면 "페어 플레이"를 외치며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991년 일본 치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성사된 현정화 선수와 북한 리분희 선수의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그 이후 한반도기를 함께 든 남북 스포츠 선수들은 언제나 남북 화해 분위기의 선두에 서 왔습니다. 동계 전지 훈련지에서 만난 남북 스포츠 선수들,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출발점이 되고 있었습니다.
  • “승부요? 일 없습네다”…북한 ‘4·25 체육단’의 겨울나기
    • 입력 2019-01-30 07:00:30
    취재K
■中 쿤밍에 동계훈련 캠프 차린 북한 선수들
■한국팀과 친선 경기...승부? "일 없습네다"


축구나 야구 등 하계 스포츠 선수들은 지금 동계 훈련에 한창일 때입니다. 동계 훈련 성과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프로 선수들은 추위를 피해 멀리 남태평양이나 동남아 등지에 동계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전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훨씬 추위가 심한 곳에서 동계 훈련을 해야 하는 북한 선수들은 어떨까요? 북한 선수들도 전지훈련을 떠날까요?


중국 쿤밍에 전지훈련 캠프 차린 北선수단

중국의 서남쪽 윈난성에 위치한 쿤밍이라는 도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져 봄의 도시(春城)로 불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기후뿐만 아니라 해발 1800미터 이상 되는 고지대라 운동선수들이 훈련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축구나 마라톤 선수들의 동계 전지훈련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쿤밍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북한 선수단을 만났습니다. 북한 4·25 체육단 소속 남녀 축구와 탁구 선수들, 그리고 4·25 체육단의 위성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백수축구단 선수들입니다. 축구장과 체력 단력장 등 비교적 최신 시설이 갖춰진 쿤밍의 홍타스포츠센터라는 곳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선수단 규모는 100명 안팎, 이달 10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전지훈련을 왔습니다.


'4·25 체육단' 의미는

훈련 중인 4·25체육단은 한국의 상무와 같은 군(軍) 팀입니다. 북한군 창군일인 4월 25일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군 장교 계급을 갖고 있습니다.

4·25 남자축구팀은 평양을 연고로 북한의 축구 1부리그 할 수 있는 '최상급축구련맹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정상급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백수 축구단 역시 같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데 4·25체육단의 산하 구단 격입니다. 최근 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북한 축구대표 선수 중에도 4·25 소속 3명, 소백수 소속 1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4·25 남자축구팀 선수는 취재진이 아시안컵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동료 선수들도 참가했다"면서 북한의 조별 예선 탈락을 아쉬워했습니다. 한국팀은 당시 8강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한국팀의 경기도 중국 CCTV 중계 방송을 통해 봤다고 했습니다.

전지훈련지에는 축구뿐 아니라 4·25체육단 소속 남녀 탁구 선수 10명도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이들 역시 북한 내에선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모두 군인 신분입니다. 취재진이 훈련 모습을 지켜보자 북한 관계자는 "돌아가면 국제대회에 나가야 할 선수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北선수단에는 대남 사업 관계자들도 포함

북한 선수단 중에는 특별한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조선노동당 외곽 단체로 대남 사업 창구 역할을 하는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입니다. 이번 전지훈련이 단순히 북한 선수단의 훈련 일정만 있는 게 아니라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일환임을 선수단 구성에서도 알 수 있는 건데요.

한국에선 남북체육교류협회를 중심으로 이번 전지훈련을 준비했습니다. 애초에는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전북 익산 이일여고 탁구팀 등이 이달 말 대거 쿤밍으로 넘어가 북한 선수들과 교류전을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에서 기존에 진행 중인 남북 체육 교류 사업 외에는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예정된 경기 일정이 급하게 취소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쿤밍에서 북한 4·25축구팀과 연습 경기를 했던 프로축구팀 강원 FC만 친선경기를 가졌습니다. 당초 일정과 달리 한국 선수들이 대거 빠지자 북한 선수단도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훈련 파트너가 없어져 여자 축구팀의 경우 현지에서 급하게 고교 남자 선수들을 섭외해 연습 경기를 가졌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 남북 선수들 만찬 즐겨

규모가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24일 저녁 남측에서 넘어간 강원 FC 선수들과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 북한 선수단은 쿤밍에 있는 북한 식당에 모여 만찬을 가졌습니다.

남과 북 선수들은 원형 테이블에 따로 앉았습니다. 입장부터 서로 눈인사 한 번 주고받지 않은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그나마 코치진과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다음날인 25일 쿤밍 외곽의 한 축구장에선 강원FC와 소백수 축구팀이 만났습니다. 경기 전 박명훈 북한 소백수축구팀 감독은 강원FC에 비해 자신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며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소백수 선수들은 무섭게 강원 FC를 몰아쳤습니다. 경기 결과는 1대 0, 소백수팀의 승리.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강원FC와 4·25축구팀의 친선 경기에서도 강원FC가 2대 0으로 졌습니다.

경기 결과는 친선 교류전에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다가도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거친 태클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면 "페어 플레이"를 외치며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991년 일본 치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성사된 현정화 선수와 북한 리분희 선수의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그 이후 한반도기를 함께 든 남북 스포츠 선수들은 언제나 남북 화해 분위기의 선두에 서 왔습니다. 동계 전지 훈련지에서 만난 남북 스포츠 선수들,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출발점이 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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