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중 장관급 무역협상 시작…트럼프 ‘거래의 기술’ 통할까?

입력 2019.01.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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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기소 기자회견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법무부 청사)


미국, 무역 협상 직전에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 기소

미국 검찰이 금융사기, 기술 절취 등의 혐의로 중국 기업 화웨이와 창업주의 딸인 부회장을 기소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휴대폰 제조업체로서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 같은 중국의 '대표' 기업이다. 기자회견장에는 법무부 장관 대행 뿐 아니라 상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연방수사국 FBI 국장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을 응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기소 시점이다. 양국 통상 수장이 머리를 맞댈 무역협상을 불과 이틀 앞두고 중국의 가장 아픈 부분을 때린 것이다. '상도의'에 어긋나 보이는 이런 양동작전, 즉 때리고 달래기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낯설지 않다.


"타결까지 몇 마일이나 떨어져"...무역협상, 장기화 될 듯

강온 양면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트럼프 외교 행태를 근거로 세계 양강 간 무역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본다. 우선 미·중 무역 분쟁은 장기전이 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는 협상을 앞두고 비관론을 퍼뜨리며 중국 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로스 상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합의를 원하지만 타결까지는 몇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출, 수입 물량을 조절하는 협상이 아니고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양강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싸움이다 보니, 얽혀있는 변수가 많다. 특히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무역분쟁의 중요한 부분이어서,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가 차세대 5G 기술을 선점하는 걸 봉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미국 내에 팽배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화웨이 기소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제조·기술 굴기를 주저앉히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갈등 최고조에 달한 뒤 타협할 듯...트럼프, "내가 해결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마냥 보호무역을 견지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보호무역이 미국 경제에 결코 이롭지 못하고 그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 대열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이사회 의장까지 가세했다.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게 어렵다면 미국도 중국과 타협해야 할 텐데, 그 시기나 지점을 미리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이런 모습은 예상해 볼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순차적으로 해소되진 않고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 고조될 것이다. 갈등을 고조시킬 방식은 미국이 중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때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잇따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보복 대응을 하면 더 센 강도로 재보복을 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러다가 세계 양강 간 전쟁이라도 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상황이 돼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책을 내놓으며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세계 전쟁의 위험에서 지구를 구했다. 그리고 중국이 이제는 미국에게 합당한 돈을 내게 됐다. 그 이전 대통령들 때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트럼프식 거래, "전쟁 선포. 평화 회복 뒤 두 가지 공로 인정받아"

트럼프의 전형적인 행태는 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어느 지점에서 한 발 빼면서 실리를 챙기고 이를 성공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 실리는 미국의 국가 이익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이득일 수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아나톨 칼레츠키 게이브컬 드래고노믹스 회장은 "전쟁을 선포하고 평화를 회복한 다음 두 가지 모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는 것, 이것이 바로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칼레츠키는 또 "트럼프의 방식은 '말은 강하게, 후퇴는 쉽게'"로 표현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껏 압박하다가 외교적인 후퇴를 아주 조용히, 아무 일 없는 듯이 한다는 것이다. 이걸 창피해 하거나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무역갈등을 해소하게 될 시점에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얻어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국과의 전쟁 위험에서 벗어났고 그 이전보다는 중국과의 거래가 더 공평해졌고 개선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남을 뿐이다.


미국과 북한과의 타협 지점은?

트럼프의 거래 방식을 북핵 문제에 대입해 보자. 한껏 위기를 고조시킨 뒤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미국은 적지 않은 실리를 챙겼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갈 위험성을 제거했고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시켰으며 유해를 송환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지, 핵시설 해체를 정치적으로 십분 활용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여정이 먼 길이 될 것임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과연 트럼프가 애초에 장담했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지 또는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어정쩡한 합의를 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1987년에 출간한 ‘거래의 기술’은 당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32주간 올라 있었다.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1987년에 출간한 ‘거래의 기술’은 당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32주간 올라 있었다.

트럼프 시대 동맹관, 돈 문제 개입 ... '연계 전략'에 대비해야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고 거래는 나에게 예술이다" 1987년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거래 전문가' 트럼프 시대에는 동맹관도 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방점을 둔 기존의 동맹관에 '돈', '비용' 문제가 개입되고 있다.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 자동차 관세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핵과 통상 등 우리나라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 정신을 더욱 더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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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30 15: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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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기소 기자회견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법무부 청사)


미국, 무역 협상 직전에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 기소

미국 검찰이 금융사기, 기술 절취 등의 혐의로 중국 기업 화웨이와 창업주의 딸인 부회장을 기소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휴대폰 제조업체로서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 같은 중국의 '대표' 기업이다. 기자회견장에는 법무부 장관 대행 뿐 아니라 상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연방수사국 FBI 국장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을 응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기소 시점이다. 양국 통상 수장이 머리를 맞댈 무역협상을 불과 이틀 앞두고 중국의 가장 아픈 부분을 때린 것이다. '상도의'에 어긋나 보이는 이런 양동작전, 즉 때리고 달래기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낯설지 않다.


"타결까지 몇 마일이나 떨어져"...무역협상, 장기화 될 듯

강온 양면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트럼프 외교 행태를 근거로 세계 양강 간 무역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본다. 우선 미·중 무역 분쟁은 장기전이 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는 협상을 앞두고 비관론을 퍼뜨리며 중국 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로스 상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합의를 원하지만 타결까지는 몇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출, 수입 물량을 조절하는 협상이 아니고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양강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싸움이다 보니, 얽혀있는 변수가 많다. 특히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무역분쟁의 중요한 부분이어서,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가 차세대 5G 기술을 선점하는 걸 봉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미국 내에 팽배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화웨이 기소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제조·기술 굴기를 주저앉히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갈등 최고조에 달한 뒤 타협할 듯...트럼프, "내가 해결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마냥 보호무역을 견지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보호무역이 미국 경제에 결코 이롭지 못하고 그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 대열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이사회 의장까지 가세했다.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게 어렵다면 미국도 중국과 타협해야 할 텐데, 그 시기나 지점을 미리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이런 모습은 예상해 볼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순차적으로 해소되진 않고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 고조될 것이다. 갈등을 고조시킬 방식은 미국이 중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때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잇따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보복 대응을 하면 더 센 강도로 재보복을 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러다가 세계 양강 간 전쟁이라도 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상황이 돼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책을 내놓으며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세계 전쟁의 위험에서 지구를 구했다. 그리고 중국이 이제는 미국에게 합당한 돈을 내게 됐다. 그 이전 대통령들 때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트럼프식 거래, "전쟁 선포. 평화 회복 뒤 두 가지 공로 인정받아"

트럼프의 전형적인 행태는 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어느 지점에서 한 발 빼면서 실리를 챙기고 이를 성공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 실리는 미국의 국가 이익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이득일 수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아나톨 칼레츠키 게이브컬 드래고노믹스 회장은 "전쟁을 선포하고 평화를 회복한 다음 두 가지 모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는 것, 이것이 바로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칼레츠키는 또 "트럼프의 방식은 '말은 강하게, 후퇴는 쉽게'"로 표현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껏 압박하다가 외교적인 후퇴를 아주 조용히, 아무 일 없는 듯이 한다는 것이다. 이걸 창피해 하거나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무역갈등을 해소하게 될 시점에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얻어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국과의 전쟁 위험에서 벗어났고 그 이전보다는 중국과의 거래가 더 공평해졌고 개선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남을 뿐이다.


미국과 북한과의 타협 지점은?

트럼프의 거래 방식을 북핵 문제에 대입해 보자. 한껏 위기를 고조시킨 뒤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미국은 적지 않은 실리를 챙겼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갈 위험성을 제거했고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시켰으며 유해를 송환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지, 핵시설 해체를 정치적으로 십분 활용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여정이 먼 길이 될 것임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과연 트럼프가 애초에 장담했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지 또는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어정쩡한 합의를 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1987년에 출간한 ‘거래의 기술’은 당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32주간 올라 있었다.
트럼프 시대 동맹관, 돈 문제 개입 ... '연계 전략'에 대비해야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고 거래는 나에게 예술이다" 1987년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거래 전문가' 트럼프 시대에는 동맹관도 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방점을 둔 기존의 동맹관에 '돈', '비용' 문제가 개입되고 있다.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 자동차 관세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핵과 통상 등 우리나라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 정신을 더욱 더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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