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슴 필러가 몸 속에 흘러다녀요”…‘신의 손’ 피해 속출

입력 2019.02.01 (07:03) 수정 2019.02.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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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의원의 필러 시술 홍보 광고.


■ 강남 모 의원서 '가슴 확대 필러' 시술받은 환자들 부작용 피해 호소
■ '신의 손'이라던 원장은 폐업… 피해자 집단 소송 준비

'15분 만에 마법처럼 커지는 가슴'·'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안전하고 간단하게!'

출산 후 작아진 가슴 때문에 성형을 고민하던 3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지난 2012년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보고 성형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 의원을 찾았다. 위치는 '성형의 메카'라는 강남대로 한복판. 국내에 이 필러를 처음 도입했다는 B 원장이 A 씨를 맞이했다. 이미 해당 분야 실력자로 언론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A 씨에 따르면, B 원장은 불안해하는 A 씨에게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커져 있을 테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면서 "이미 검증이 끝난 시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바로 600만 원을 결제하고 시술을 받았다.

해당 의원의 또 다른 광고 중 일부. 시술의 간편함을 강조하고 있다.해당 의원의 또 다른 광고 중 일부. 시술의 간편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뒤 가슴이 점점 딱딱해지더니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필러들이 서로 뭉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했다.

부작용에 시달리던 A 씨는 4년여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증상을 호소하자 의사는 부작용을 인정했다고 한다. 뭉친 가슴을 풀어주는 수술을 해주겠다고도 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A 씨는 의사 말을 믿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날 이후 A 씨의 부작용 증상은 더 악화됐다. 가슴안에 있던 필러가 몸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A 씨는 취재진에 "현재는 가슴 아래 갈비뼈 부분으로 필러가 흘러나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다시 의사 찾아갔지만 병원은 '폐업'…피해자 집단 소송 준비

A 씨가 몇 달 뒤 의원을 다시 찾아갔지만 B 원장은 이미 병원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춘 뒤였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부로 폐업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A 씨는 가슴 필러를 제거해준다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듣게 된 얘기는 더욱 황당했다. B 원장으로부터 같은 시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 피해자들 중에서는 가슴 안에서 샌 필러가 하반신까지 흘러간 사람도 있었다. A 씨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를 개설한 지 닷새 만에 9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가입했다. A 씨는 "이 중 20명 이상이 실제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 올라온 피해 호소 게시글 중 일부집단 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 올라온 피해 호소 게시글 중 일부

B 원장은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시작되자 A 씨에게 뒤늦게 연락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 따르면 B 원장은 "외국에 나가 있느라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면서 "피해를 보상해 줄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가슴 확대용 필러 허가한 바 없어" 주의 당부

가슴 확대 필러를 제거하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 성형외과 의사는 "요즘 필러 제거를 원하는 환자들이 부쩍 많이 내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나 이마 등 국소 부위에 소량으로 주입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필러를 가슴 한쪽당 100cc 이상 대용량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씨처럼 필러를 사용한 가슴 확대 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지난해 12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에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식약처는 "성형용 필러를 가슴 확대 사용 목적으로 허가한 바 없다"면서 "필러를 가슴 확대에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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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2-01 18:55:58
    취재K
▲ 해당 의원의 필러 시술 홍보 광고.


■ 강남 모 의원서 '가슴 확대 필러' 시술받은 환자들 부작용 피해 호소
■ '신의 손'이라던 원장은 폐업… 피해자 집단 소송 준비

'15분 만에 마법처럼 커지는 가슴'·'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안전하고 간단하게!'

출산 후 작아진 가슴 때문에 성형을 고민하던 3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지난 2012년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보고 성형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 의원을 찾았다. 위치는 '성형의 메카'라는 강남대로 한복판. 국내에 이 필러를 처음 도입했다는 B 원장이 A 씨를 맞이했다. 이미 해당 분야 실력자로 언론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A 씨에 따르면, B 원장은 불안해하는 A 씨에게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커져 있을 테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면서 "이미 검증이 끝난 시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바로 600만 원을 결제하고 시술을 받았다.

해당 의원의 또 다른 광고 중 일부. 시술의 간편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뒤 가슴이 점점 딱딱해지더니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필러들이 서로 뭉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했다.

부작용에 시달리던 A 씨는 4년여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증상을 호소하자 의사는 부작용을 인정했다고 한다. 뭉친 가슴을 풀어주는 수술을 해주겠다고도 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A 씨는 의사 말을 믿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날 이후 A 씨의 부작용 증상은 더 악화됐다. 가슴안에 있던 필러가 몸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A 씨는 취재진에 "현재는 가슴 아래 갈비뼈 부분으로 필러가 흘러나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다시 의사 찾아갔지만 병원은 '폐업'…피해자 집단 소송 준비

A 씨가 몇 달 뒤 의원을 다시 찾아갔지만 B 원장은 이미 병원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춘 뒤였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부로 폐업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A 씨는 가슴 필러를 제거해준다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듣게 된 얘기는 더욱 황당했다. B 원장으로부터 같은 시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 피해자들 중에서는 가슴 안에서 샌 필러가 하반신까지 흘러간 사람도 있었다. A 씨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를 개설한 지 닷새 만에 9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가입했다. A 씨는 "이 중 20명 이상이 실제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 올라온 피해 호소 게시글 중 일부
B 원장은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시작되자 A 씨에게 뒤늦게 연락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 따르면 B 원장은 "외국에 나가 있느라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면서 "피해를 보상해 줄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가슴 확대용 필러 허가한 바 없어" 주의 당부

가슴 확대 필러를 제거하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 성형외과 의사는 "요즘 필러 제거를 원하는 환자들이 부쩍 많이 내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나 이마 등 국소 부위에 소량으로 주입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필러를 가슴 한쪽당 100cc 이상 대용량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씨처럼 필러를 사용한 가슴 확대 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지난해 12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에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식약처는 "성형용 필러를 가슴 확대 사용 목적으로 허가한 바 없다"면서 "필러를 가슴 확대에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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