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후보 허스키폭스 “방탄소년단 위상 덕”

입력 2019.02.01 (15:17) 수정 2019.02.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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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위상 덕이죠. 두 번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의 뛰어난 스토리 라인이 반영된 디자인이란 점 같고요."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Best Recording Package)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랜딩 전문 회사 허스키폭스 이두희(35) 공동 대표는 그 공을 방탄소년단에게 돌렸다.

미국 빌보드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 지명은 앨범 콘셉트에 대한 BTS의 헌신을 기리는 것"이란 해석과 비슷한 맥락의 답변이었다.

허스키폭스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승 허'(承 HER)와 '전 티어'(轉 Tear), '결 앤서'(結 Answer) 시리즈 앨범 재킷을 비롯해 CD와 포토북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이 회사는 그중 지난해 가요 역사상 빌보드 1위에 처음 오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노미네이트 되면서 세계 시장에 소개됐다.

그간 국내 음반 디자인과 아티스트 BI(브랜드 아이덴티티)가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유수 디자인 시상식에서 다수 수상했지만, 팝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국내 대중음악 앨범으로 스태프가 후보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는 시각디자인 측면에서 앨범 패키지의 수작을 가리며 아트 디렉터에게 시상하는 부문이다.

지난달 31일 강남구 역삼동 허스키폭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얼떨떨했고 영광이었다"며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물론 시리즈의 내러티브가 담긴 디자인을 다르게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노미네이트 소식을 접하기는 지난해 12월 그래미가 후보를 발표한 날 방탄소년단 팬인 친구를 통해서다.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운전 중이었는데 SNS 알림이 계속 떴어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친구가 얘기를 해줬죠. SNS를 보니 방탄소년단 팬들이 축하 댓글을 보내고 '좋아요'를 눌러줬더라고요. 사전 연락을 받은 게 아니어서 얼떨떨했죠. 세계적인 음악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니…."

앨범 디자인은 음악에 담긴 세계관, 아티스트 이미지 등 여러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고, 특히 방탄소년단 앨범은 탄탄한 서사를 내포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방탄소년단이 기승전결로 선보인 '러브 유어셀프' 앨범 시리즈는 사랑의 설렘, 거짓된 사랑이 마주한 이별의 아픔, 이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사랑의 열쇠라는 메시지로 전개된다. 이런 사랑의 과정은 앨범 표지에서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의 간결한 선으로 표현됐다.

뮤직비디오로만 선보인 '기 원더'(起 Wonder) 이미지에선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승 허'는 만개한 꽃, '전 티어'는 떨어지는 꽃잎, '결 앤서'는 꽃잎이 떨어지고 남겨진 꽃잎을 하트로 형상화했다. "꽃잎이 떨어지고 남은 것은 결국 자기애와 자존감"이란 표현이다.

스토리텔링의 연속성에 맞춰 앨범 표지에 담긴 그림(선)이 퍼즐처럼 하나로 연결돼 앨범을 뜯는 '손맛'과 수집하는 재미도 줬다.

방탄소년단은 '승 허'를 'L.O.V.E' 버전, '전 티어'를 'Y.O.U.R' 버전, '결 앤서'를 'S.E.L.F' 버전으로 각 4종씩 출시했는데 총 12종 앨범의 표지와 CD, 포토카드에 담긴 그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꽃이란 메타포, 사랑의 감정이 이어지도록 그림을 연결하는 것은 빅히트가 제시한 아이디어였어요. 저희는 메시지를 담는 함축적인 메타포의 그래픽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필요해 표현 방법을 고민했죠. 12장 앨범을 연결하려면 전략적인 접근도 해야 했어요. 빅히트의 방향성을 고려해 여러 디자인과 색상의 시안을 작업했죠."

허스키폭스가 앨범 디자인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4월 네이버 출신 디자이너인 이두희·정기영(36) 공동 대표가 설립해 네이버, 삼성, 롯데, CJ 등 여러 기업과 손잡고 CI(기업 아이덴티티)와 BI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디자인을 했다. 사명은 두 공동 대표의 동물 닉네임(허스키+폭스)을 합해 붙였다. 회사 모토는 '스테이 와일드 포 더 뉴'(STAY WILD FOR THE NEW)다. "치열하게 디자인을 하려면 야생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회사 7명의 직원 중 이 대표를 필두로 4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했다. 아이돌 그룹 다수가 멤버들의 사진을 앨범 재킷에 담는다는 점에서도 차별화가 엿보였다.

이 대표는 "첫 작업이어서 기존 법칙과 공식을 잘 모른다"며 "분야마다 특성화한 방법이 있는데, 그걸 숙지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공식을 따르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앨범 작업은 다른 측면이 있더라고요. 출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이 있어서, 기대를 충족하는 좋은 디자인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이 들어 힘들었죠. 하지만 방탄소년단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을 때는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작업에 참여했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1년 넘게 방탄소년단 음악을 끼고 살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1년간은 방탄소년단 음악만 들었다"며 "데뷔 앨범부터 전 앨범을 내내 틀어놓고 작업해 거의 모든 노래를 외울 정도가 됐다. 음악이 좋았고, 멤버들의 SNS 활동도 보면서 그 매력을 알게 돼 저도 팬이 됐다"고 웃었다.

그래미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이 대표는 8일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다. 수상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이미 디자인 업계에서 관심을 받았는데, 수상까지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죠. 방탄소년단을 만나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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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2-01 15:26:56
    연합뉴스
"첫째는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위상 덕이죠. 두 번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의 뛰어난 스토리 라인이 반영된 디자인이란 점 같고요."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Best Recording Package)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랜딩 전문 회사 허스키폭스 이두희(35) 공동 대표는 그 공을 방탄소년단에게 돌렸다.

미국 빌보드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 지명은 앨범 콘셉트에 대한 BTS의 헌신을 기리는 것"이란 해석과 비슷한 맥락의 답변이었다.

허스키폭스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승 허'(承 HER)와 '전 티어'(轉 Tear), '결 앤서'(結 Answer) 시리즈 앨범 재킷을 비롯해 CD와 포토북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이 회사는 그중 지난해 가요 역사상 빌보드 1위에 처음 오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노미네이트 되면서 세계 시장에 소개됐다.

그간 국내 음반 디자인과 아티스트 BI(브랜드 아이덴티티)가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유수 디자인 시상식에서 다수 수상했지만, 팝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국내 대중음악 앨범으로 스태프가 후보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는 시각디자인 측면에서 앨범 패키지의 수작을 가리며 아트 디렉터에게 시상하는 부문이다.

지난달 31일 강남구 역삼동 허스키폭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얼떨떨했고 영광이었다"며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물론 시리즈의 내러티브가 담긴 디자인을 다르게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노미네이트 소식을 접하기는 지난해 12월 그래미가 후보를 발표한 날 방탄소년단 팬인 친구를 통해서다.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운전 중이었는데 SNS 알림이 계속 떴어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친구가 얘기를 해줬죠. SNS를 보니 방탄소년단 팬들이 축하 댓글을 보내고 '좋아요'를 눌러줬더라고요. 사전 연락을 받은 게 아니어서 얼떨떨했죠. 세계적인 음악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니…."

앨범 디자인은 음악에 담긴 세계관, 아티스트 이미지 등 여러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고, 특히 방탄소년단 앨범은 탄탄한 서사를 내포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방탄소년단이 기승전결로 선보인 '러브 유어셀프' 앨범 시리즈는 사랑의 설렘, 거짓된 사랑이 마주한 이별의 아픔, 이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사랑의 열쇠라는 메시지로 전개된다. 이런 사랑의 과정은 앨범 표지에서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의 간결한 선으로 표현됐다.

뮤직비디오로만 선보인 '기 원더'(起 Wonder) 이미지에선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승 허'는 만개한 꽃, '전 티어'는 떨어지는 꽃잎, '결 앤서'는 꽃잎이 떨어지고 남겨진 꽃잎을 하트로 형상화했다. "꽃잎이 떨어지고 남은 것은 결국 자기애와 자존감"이란 표현이다.

스토리텔링의 연속성에 맞춰 앨범 표지에 담긴 그림(선)이 퍼즐처럼 하나로 연결돼 앨범을 뜯는 '손맛'과 수집하는 재미도 줬다.

방탄소년단은 '승 허'를 'L.O.V.E' 버전, '전 티어'를 'Y.O.U.R' 버전, '결 앤서'를 'S.E.L.F' 버전으로 각 4종씩 출시했는데 총 12종 앨범의 표지와 CD, 포토카드에 담긴 그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꽃이란 메타포, 사랑의 감정이 이어지도록 그림을 연결하는 것은 빅히트가 제시한 아이디어였어요. 저희는 메시지를 담는 함축적인 메타포의 그래픽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필요해 표현 방법을 고민했죠. 12장 앨범을 연결하려면 전략적인 접근도 해야 했어요. 빅히트의 방향성을 고려해 여러 디자인과 색상의 시안을 작업했죠."

허스키폭스가 앨범 디자인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4월 네이버 출신 디자이너인 이두희·정기영(36) 공동 대표가 설립해 네이버, 삼성, 롯데, CJ 등 여러 기업과 손잡고 CI(기업 아이덴티티)와 BI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디자인을 했다. 사명은 두 공동 대표의 동물 닉네임(허스키+폭스)을 합해 붙였다. 회사 모토는 '스테이 와일드 포 더 뉴'(STAY WILD FOR THE NEW)다. "치열하게 디자인을 하려면 야생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회사 7명의 직원 중 이 대표를 필두로 4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했다. 아이돌 그룹 다수가 멤버들의 사진을 앨범 재킷에 담는다는 점에서도 차별화가 엿보였다.

이 대표는 "첫 작업이어서 기존 법칙과 공식을 잘 모른다"며 "분야마다 특성화한 방법이 있는데, 그걸 숙지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공식을 따르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앨범 작업은 다른 측면이 있더라고요. 출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이 있어서, 기대를 충족하는 좋은 디자인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이 들어 힘들었죠. 하지만 방탄소년단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을 때는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작업에 참여했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1년 넘게 방탄소년단 음악을 끼고 살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1년간은 방탄소년단 음악만 들었다"며 "데뷔 앨범부터 전 앨범을 내내 틀어놓고 작업해 거의 모든 노래를 외울 정도가 됐다. 음악이 좋았고, 멤버들의 SNS 활동도 보면서 그 매력을 알게 돼 저도 팬이 됐다"고 웃었다.

그래미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이 대표는 8일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다. 수상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이미 디자인 업계에서 관심을 받았는데, 수상까지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죠. 방탄소년단을 만나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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