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칼부림…명절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방법

입력 2019.02.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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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이웃 간 충돌은 층간소음 분쟁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그 해 2월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7층에 사는 김 모 씨(61, 당시 나이 기준) 집에 가족 7명이 모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방에서 사업하는 첫째 아들 부부와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 부부, 그리고 3살 손자도 함께했다. 큰아들 부부는 신혼 두 달 밖에 안된 신혼이었다.

바로 밑 집에는 박모(49) 자매가 살고 있었다. 언니 박 씨의 남자친구 김 모(45) 씨도 있었다. 윗집 발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진 언니 박 씨는 남자 친구와 같이 윗집에 올라가 층간소음을 따졌다. 박 씨와 윗집 식구들은 말싸움을 했다. 양측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박 씨 남자친구 김 씨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 트렁크에 있던 회칼을 꺼내 허리 허리춤에 숨겼다. 그는 7층으로 올라가 윗집 형제들을 불러내 아파트 화단으로 유인했다.

김 씨는 윗집 형제들과 다시 말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칼을 꺼내 휘둘렀다. 심장 등 급소를 찔린 형제들은 사망했다. 김 씨는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명절날 층간 소음으로 인해 위 아랫집이 충돌해 폭행이 오간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식구들이 모이는 명절 연휴 기간은 다른 때에 비해 층간소음 발생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2014년 4월∼2018년 12월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 단'의 상담 건수 3,403건을 분석한 결과 12월∼3월에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특히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인 추석과 설날, 그중에서도 겨울이라 실내에 머물게 될 때가 많은 설날이 가장 층간소음 분쟁이 많은 시기다.

그렇다면 층간 소음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갈등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친척과 조카들의 방문에 앞서 아랫집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소음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툼한 매트를 깔아 소음을 완화하고, 아이들이 될 수 있는 대로 밖에서 놀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윗집의 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아랫집이라도 소음을 따지겠다며 무작정 뛰어올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큰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 합의 51부(재판장 김재호)는 층간 소음 항의와 관련해 위층에 사는 주민이 아래층 주민을 상대로 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항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거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직접 찾아가 만나면 추가로 폭행 등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금지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천장 두드리기, 전화 연락, 문자메시지, 고성 지르기 등의 행위는 금지하지 않았다. 층간소음의 고통을 윗집 주인과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고통을 알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우퍼(저음) 스피커를 천장에 매달아 윗집에서 소음을 느끼게 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즉 스피커에서 저음을 내는 우퍼 스피커를 분리한 뒤, 높이 쌓은 박스에 우퍼 스피커를 올려 거실 천장에 닿도록 하고 스피커를 울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윗집에서 우퍼의 진동을 느끼면서 아랫집의 불쾌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일부 업체들은 천장 부착이 가능한 무선 우퍼 스피커를 팔고 있다.

인터넷에서 층간 소음 복수 상품으로 팔고 있는 무선 우퍼 스피커인터넷에서 층간 소음 복수 상품으로 팔고 있는 무선 우퍼 스피커

하지만 이런 보복 항의는 더 큰 싸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네티즌은 평화적인 항의 방법으로 와이파이 명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즉 무선와이파이 명을 ‘○○○호, 뛰지 마세요’식으로 설정을 바꿔 윗집에 아랫집의 고통을 알리는 방식이다.

아파트 주거 문화가 보편화한 한국에서 층간소음은 많은 사람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소음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면 감정적 충돌이 우려되는 직접 접촉보다는 관리사무소(층간소음관리위원회) 등 제3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층간소음 갈등해결 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 층간소음상담실(☎ 02-2133-7298),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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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칫하면 칼부림…명절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방법
    • 입력 2019-02-04 11:04:19
    취재K
2013년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이웃 간 충돌은 층간소음 분쟁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그 해 2월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7층에 사는 김 모 씨(61, 당시 나이 기준) 집에 가족 7명이 모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방에서 사업하는 첫째 아들 부부와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 부부, 그리고 3살 손자도 함께했다. 큰아들 부부는 신혼 두 달 밖에 안된 신혼이었다.

바로 밑 집에는 박모(49) 자매가 살고 있었다. 언니 박 씨의 남자친구 김 모(45) 씨도 있었다. 윗집 발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진 언니 박 씨는 남자 친구와 같이 윗집에 올라가 층간소음을 따졌다. 박 씨와 윗집 식구들은 말싸움을 했다. 양측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박 씨 남자친구 김 씨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 트렁크에 있던 회칼을 꺼내 허리 허리춤에 숨겼다. 그는 7층으로 올라가 윗집 형제들을 불러내 아파트 화단으로 유인했다.

김 씨는 윗집 형제들과 다시 말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칼을 꺼내 휘둘렀다. 심장 등 급소를 찔린 형제들은 사망했다. 김 씨는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명절날 층간 소음으로 인해 위 아랫집이 충돌해 폭행이 오간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식구들이 모이는 명절 연휴 기간은 다른 때에 비해 층간소음 발생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2014년 4월∼2018년 12월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 단'의 상담 건수 3,403건을 분석한 결과 12월∼3월에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특히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인 추석과 설날, 그중에서도 겨울이라 실내에 머물게 될 때가 많은 설날이 가장 층간소음 분쟁이 많은 시기다.

그렇다면 층간 소음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갈등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친척과 조카들의 방문에 앞서 아랫집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소음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툼한 매트를 깔아 소음을 완화하고, 아이들이 될 수 있는 대로 밖에서 놀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윗집의 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아랫집이라도 소음을 따지겠다며 무작정 뛰어올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큰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 합의 51부(재판장 김재호)는 층간 소음 항의와 관련해 위층에 사는 주민이 아래층 주민을 상대로 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항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거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직접 찾아가 만나면 추가로 폭행 등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금지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천장 두드리기, 전화 연락, 문자메시지, 고성 지르기 등의 행위는 금지하지 않았다. 층간소음의 고통을 윗집 주인과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고통을 알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우퍼(저음) 스피커를 천장에 매달아 윗집에서 소음을 느끼게 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즉 스피커에서 저음을 내는 우퍼 스피커를 분리한 뒤, 높이 쌓은 박스에 우퍼 스피커를 올려 거실 천장에 닿도록 하고 스피커를 울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윗집에서 우퍼의 진동을 느끼면서 아랫집의 불쾌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일부 업체들은 천장 부착이 가능한 무선 우퍼 스피커를 팔고 있다.

인터넷에서 층간 소음 복수 상품으로 팔고 있는 무선 우퍼 스피커
하지만 이런 보복 항의는 더 큰 싸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네티즌은 평화적인 항의 방법으로 와이파이 명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즉 무선와이파이 명을 ‘○○○호, 뛰지 마세요’식으로 설정을 바꿔 윗집에 아랫집의 고통을 알리는 방식이다.

아파트 주거 문화가 보편화한 한국에서 층간소음은 많은 사람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소음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면 감정적 충돌이 우려되는 직접 접촉보다는 관리사무소(층간소음관리위원회) 등 제3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층간소음 갈등해결 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 층간소음상담실(☎ 02-2133-7298),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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