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졸속 심사 논란에 국내 첫 영리 병원 개원 ‘표류’

입력 2019.02.04 (21:14) 수정 2019.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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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의료법에 따라 석 달이 지난 다음 달 4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개원까지 이제 꼭 한 달이 남은 셈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문을 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병원 허가를 졸속으로 내줬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1호 영리병원 개원은 점점 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채승민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 서귀포시에 건립된 녹지국제병원입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등을 갖춘 국내 1호 영리병원입니다.

당장 진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은 갖췄지만, 개원을 한 달 앞둔 지금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필수 인력인 의사도 당초 9명을 배치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채용된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지국제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출근하는 분 중에 의사는 없는 거죠?) 예,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채용 공고 중이신 건가요?) 나중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때…."]

의사 뿐 아니라 약사도 없는 상황, 확보된 전체 병원 인력은 당초 예정된 130여 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한 달 뒤 개원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780억 원을 투자한 중국 녹지그룹이 사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기류까지 감지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만을 상대로 한 조건부 개설 허가에 반발해 제주도에 병원 인수를 여러 차례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오상원/의료영리화저지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 "사실상 녹지그룹이 사업 포기 의사가 있었음이 처음 밝혀졌고요. 거기에 대해서 제주도는 단 한 번도 녹지(그룹)이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도민 앞에 밝히지 않았습니다. 명백히 도민을 기만한 거고요."]

병원 운영이 불투명해지자 화살은 허가를 내준 제주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법인이 부동산 투자 회사인 녹지그룹을 통해 영리병원에 우회 투자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충분한 검증 없이 졸속 허가를 내줬다는 겁니다.

[장재원/변호사 : "허가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조차 읽지 않고 설립 허가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직무를 유기한 것에 해당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베일에 싸였던 사업 계획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국내 건설사들이 병원 건물을 가압류하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채승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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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졸속 심사 논란에 국내 첫 영리 병원 개원 ‘표류’
    • 입력 2019-02-04 21:17:46
    • 수정2019-02-04 21: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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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의료법에 따라 석 달이 지난 다음 달 4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개원까지 이제 꼭 한 달이 남은 셈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문을 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병원 허가를 졸속으로 내줬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1호 영리병원 개원은 점점 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채승민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 서귀포시에 건립된 녹지국제병원입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등을 갖춘 국내 1호 영리병원입니다.

당장 진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은 갖췄지만, 개원을 한 달 앞둔 지금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필수 인력인 의사도 당초 9명을 배치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채용된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지국제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출근하는 분 중에 의사는 없는 거죠?) 예,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채용 공고 중이신 건가요?) 나중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때…."]

의사 뿐 아니라 약사도 없는 상황, 확보된 전체 병원 인력은 당초 예정된 130여 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한 달 뒤 개원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780억 원을 투자한 중국 녹지그룹이 사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기류까지 감지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만을 상대로 한 조건부 개설 허가에 반발해 제주도에 병원 인수를 여러 차례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오상원/의료영리화저지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 "사실상 녹지그룹이 사업 포기 의사가 있었음이 처음 밝혀졌고요. 거기에 대해서 제주도는 단 한 번도 녹지(그룹)이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도민 앞에 밝히지 않았습니다. 명백히 도민을 기만한 거고요."]

병원 운영이 불투명해지자 화살은 허가를 내준 제주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법인이 부동산 투자 회사인 녹지그룹을 통해 영리병원에 우회 투자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충분한 검증 없이 졸속 허가를 내줬다는 겁니다.

[장재원/변호사 : "허가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조차 읽지 않고 설립 허가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직무를 유기한 것에 해당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베일에 싸였던 사업 계획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국내 건설사들이 병원 건물을 가압류하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채승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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