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온 ‘맏이’는?”…장남, 맏며느리에게 들어보니

입력 2019.02.06 (07:14) 수정 2019.02.0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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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설 연휴.

들뜬 분위기 속에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것 저것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죠.

맏며느리와 장남 얘기입니다.

올해 또 한 번의 명절을 치른 그들의 이야기, 김채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25년 전 신문에 실린 이혼 판결 기사입니다.

"맏며느리가 시부모 생신이나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 정당한 이혼 사유로 인정됐습니다.

이렇게 맏며느리 어깨가 무거웠던 시절, 당사자가 기억하는 설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방에도 못 앉고 그냥 시할머니, 시할아버지한테 인사만, 절만 하고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일을 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힘들었죠."]

["맏이라 울고, 맏이라 웃어야 했던..."]

맏이의 무게, 명절 때만은 아니었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아버지가) 시골에 계셨을 망정 제가 다 모시고 올라와서 병원 계시다가, 수술 같은 거 제가 다 했습니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불평하신 적은?)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건 없어요. 내가 해야지. 내가 해야지라는 그 책임감만 있었지."]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아유, 이거 내가 해야돼?” 이런 생각도 안해본 거 같아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맏이다움'도 점점 옛 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임은희/19살/엄마가 맏며느리 : "맏이, 맏며느리라고 뭘 많이 해야한다, 뭘 더 가져야된다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가족원으로서 같은 역할을 해야하는 건 맞다고 생각이 드니까..."]

30~40대 사이에선 과거와 다른 변화도 나타납니다.

[권은신/34살/맏며느리 : "이름만 맏며느리, 맏아들이고, 모두 좀 평등하고 골고루..."]

[김필중/46살/장남 : "용돈을 뭐 동생보다 더 많이 드려야된다 그런 부담감은(없어요). 다들 형편이 다르니까. 동생이 더 잘 살 수도 있는 거고."]

윗 세대들도 과거를 고스란히 물려주기보단 변화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장명환/73살/맏며느리 : "자기들(며느리들) 셋이서 이렇게 돌아가면서... 너는 부침개를 해와라, 너는 과일을 사라, 너는 만두를 해라. 그렇게 해서 셋이서 잘해요."]

[홍원기/39살/장남 : "('맏'이라는) 그 한 단어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더 명절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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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6 07:19:52
    • 수정2019-02-06 08: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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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설 연휴.

들뜬 분위기 속에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것 저것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죠.

맏며느리와 장남 얘기입니다.

올해 또 한 번의 명절을 치른 그들의 이야기, 김채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25년 전 신문에 실린 이혼 판결 기사입니다.

"맏며느리가 시부모 생신이나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 정당한 이혼 사유로 인정됐습니다.

이렇게 맏며느리 어깨가 무거웠던 시절, 당사자가 기억하는 설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방에도 못 앉고 그냥 시할머니, 시할아버지한테 인사만, 절만 하고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일을 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힘들었죠."]

["맏이라 울고, 맏이라 웃어야 했던..."]

맏이의 무게, 명절 때만은 아니었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아버지가) 시골에 계셨을 망정 제가 다 모시고 올라와서 병원 계시다가, 수술 같은 거 제가 다 했습니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불평하신 적은?)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건 없어요. 내가 해야지. 내가 해야지라는 그 책임감만 있었지."]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아유, 이거 내가 해야돼?” 이런 생각도 안해본 거 같아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맏이다움'도 점점 옛 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임은희/19살/엄마가 맏며느리 : "맏이, 맏며느리라고 뭘 많이 해야한다, 뭘 더 가져야된다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가족원으로서 같은 역할을 해야하는 건 맞다고 생각이 드니까..."]

30~40대 사이에선 과거와 다른 변화도 나타납니다.

[권은신/34살/맏며느리 : "이름만 맏며느리, 맏아들이고, 모두 좀 평등하고 골고루..."]

[김필중/46살/장남 : "용돈을 뭐 동생보다 더 많이 드려야된다 그런 부담감은(없어요). 다들 형편이 다르니까. 동생이 더 잘 살 수도 있는 거고."]

윗 세대들도 과거를 고스란히 물려주기보단 변화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장명환/73살/맏며느리 : "자기들(며느리들) 셋이서 이렇게 돌아가면서... 너는 부침개를 해와라, 너는 과일을 사라, 너는 만두를 해라. 그렇게 해서 셋이서 잘해요."]

[홍원기/39살/장남 : "('맏'이라는) 그 한 단어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더 명절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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