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원유 ‘빅데이터’…핀란드 성공 비결은 ‘국민신뢰’

입력 2019.02.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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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빅데이터 구축한 핀란드에 글로벌 기업·석학 몰려
철저한 보안·투명성으로 국민 신뢰 얻어


MIT·하버드 교수가 핀란드로 온 까닭은?

수십 년간 모은 550만 국민들의 개인 의료 정보는 물론 유전자은행까지 구축 중인 핀란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은 물론 석학들까지 핀란드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핀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마크 데일리(Mark Daly) 교수도 원래는 미국 MIT, 하버드 대학에서 유전자 연구를 하다 핀란드에 왔습니다. 마크 교수는 "핀란드는 모든 의료 데이터를 연구를 위해 쓸 수 있게 법이 제정되어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기회"라고 핀란드행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핀란드 국민들 “개인 의료정보 유출 걱정 안 해”

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의 상업적인 활용에 대한 거부감과 규제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병원에서 생성되는 의료 데이터의 80%가 그대로 버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료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부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승무원 사라 코로넨(Sara Korhonen) 씨는 "데이터가 나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의료 정보가 모이면 더 많은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정보는 내 것’ 국민 신뢰 얻어 혁신 추진

국민 신뢰의 비결은 먼저 철저한 보안이었습니다. 페이비 실라나우키(Päivi Sillanaukee) 핀란드 보건복지부 차관은 "개인 의료 정보를 수집·보관·분석하면서 철저하게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법률로 정해놓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보가 취급되는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보호 기술을 활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비결은 투명성입니다. 핀란드인들의 의료정보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개인이 갖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비 차관은 "환자들은 자신의 생체 자원과 데이터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의료 전문가들이 의료 정보를 열람할 때도 개인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는 "핀란드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에게 개인 의료 정보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을 줬다"며 "사람들은 정보제공의 대가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신뢰'가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1세기 원유 ‘빅데이터’…개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불립니다. 정제하면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아스팔트 등 현대 산업의 필수 요소를 낳는 원유처럼 빅데이터도 분석·가공하면 무궁무진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 되면서 생성되는 데이터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은 물론 구매 영수증, 내비게이션 이동 기록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2020년에 생산된 데이터의 양이 전 세계 해안의 모래알보다 57배 많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돕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빅데이터 확보·가공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올해 초 '데이터·인공지능 경제 활성화 계획'을 내놨지만 이미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마크 데일리 헬싱키 의대 분자의학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빅데이터 산업 환경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데이터 자원은 한국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마크 교수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기사를 맺으려 합니다.

"한국만큼 인구를 가진 나라의 의료 빅데이터는 엄청나게 가치가 높은 자원입니다.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면 그것을 공개하고 과학자와 의사, 수학자 등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광산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습니다. 밖으로 꺼내오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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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원유 ‘빅데이터’…핀란드 성공 비결은 ‘국민신뢰’
    • 입력 2019-02-09 11:29:19
    취재K
■의료 빅데이터 구축한 핀란드에 글로벌 기업·석학 몰려
철저한 보안·투명성으로 국민 신뢰 얻어


MIT·하버드 교수가 핀란드로 온 까닭은?

수십 년간 모은 550만 국민들의 개인 의료 정보는 물론 유전자은행까지 구축 중인 핀란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은 물론 석학들까지 핀란드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핀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마크 데일리(Mark Daly) 교수도 원래는 미국 MIT, 하버드 대학에서 유전자 연구를 하다 핀란드에 왔습니다. 마크 교수는 "핀란드는 모든 의료 데이터를 연구를 위해 쓸 수 있게 법이 제정되어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기회"라고 핀란드행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핀란드 국민들 “개인 의료정보 유출 걱정 안 해”

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의 상업적인 활용에 대한 거부감과 규제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병원에서 생성되는 의료 데이터의 80%가 그대로 버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료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부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승무원 사라 코로넨(Sara Korhonen) 씨는 "데이터가 나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의료 정보가 모이면 더 많은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정보는 내 것’ 국민 신뢰 얻어 혁신 추진

국민 신뢰의 비결은 먼저 철저한 보안이었습니다. 페이비 실라나우키(Päivi Sillanaukee) 핀란드 보건복지부 차관은 "개인 의료 정보를 수집·보관·분석하면서 철저하게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법률로 정해놓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보가 취급되는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보호 기술을 활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비결은 투명성입니다. 핀란드인들의 의료정보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개인이 갖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비 차관은 "환자들은 자신의 생체 자원과 데이터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의료 전문가들이 의료 정보를 열람할 때도 개인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는 "핀란드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에게 개인 의료 정보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을 줬다"며 "사람들은 정보제공의 대가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신뢰'가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1세기 원유 ‘빅데이터’…개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불립니다. 정제하면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아스팔트 등 현대 산업의 필수 요소를 낳는 원유처럼 빅데이터도 분석·가공하면 무궁무진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 되면서 생성되는 데이터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은 물론 구매 영수증, 내비게이션 이동 기록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2020년에 생산된 데이터의 양이 전 세계 해안의 모래알보다 57배 많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돕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빅데이터 확보·가공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올해 초 '데이터·인공지능 경제 활성화 계획'을 내놨지만 이미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마크 데일리 헬싱키 의대 분자의학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빅데이터 산업 환경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데이터 자원은 한국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마크 교수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기사를 맺으려 합니다.

"한국만큼 인구를 가진 나라의 의료 빅데이터는 엄청나게 가치가 높은 자원입니다.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면 그것을 공개하고 과학자와 의사, 수학자 등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광산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습니다. 밖으로 꺼내오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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