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쿠바 미스터리

입력 2019.02.11 (20:39) 수정 2019.02.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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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쿠바에 주재하던 외교관과 그 가족들에게서 집단 괴질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취재했는데요.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쿠바 미스터리로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 나라입니다.

소련과 국교를 맺고 반미, 반서방 외교노선을 견지했죠.

미국은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경험한 이후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 정책을 벌여왔고요.

하지만 2015년, 쿠바와 미국의 국교는 반세기 만에 정상화됐습니다.

그런데 쿠바에 파견된 미국과 그 동맹국인 캐나다의 외교관들이 집단 괴질을 얻어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쿠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시작은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이었습니다.

먼저 소리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떠세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네요. 알아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2016년 말부터 공관 주변에서 이런 알 수 없는 소음이 반복적으로 들렸다고 호소했는데 현기증과 두통, 청각 이상 등 건강에 이상까지 생겼다고 했습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쉬 레더만/AP통신 기자/2017년 10월 : "쿠바에서 직접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이 녹음된 소리를 검토했는데요. 일반적으로 그들이 들은 소리와 일치한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6명이 두통과 경미한 뇌손상 등을 진단받았다고 발표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쿠바 공관 인력을 필수 인력만 남긴 채 철수시켰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을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태가 심각하군요.

이상한 소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졌나요?

[기자]

사실 외교관 철수나 추방 명령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사안이잖아요.

당시 미국 정부가 얼마나 사태가 심각하다고 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반쿠바 성향의 정치인들은 덮어놓고 쿠바를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가세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10월 : "나는 쿠바가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매우 이례적인 공격이지요. 하지만 나는 쿠바가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건 음파를 쏴서 뇌와 청력에 손상을 입혔다는 건데 당시 미 연방수사국 FBI의 조사에선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그러자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인 극초단파를 이용해 공격했다는 설도 나왔고요,

쿠바 정부는 이런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있습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쿠바 외무장관 : "그들은 건강상의 문제를 정치적 구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 측 진상조사단 : "음파 공격설을 듣고 나는 '스타워즈' 같은 공상 과학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줄 알았어요."]

앞서 냉전시대 쿠바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그런 역사 때문일까요?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쿠바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외신에 보니까 비슷한 소리를 찾았다.

그런 내용이 있던데요?

[기자]

네, 이상한 소리의 정체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처음에 들으셨던 소리 다시 한 번 들어보실까요.

2017년 AP통신이 쿠바에 있는 미국 공관에서 녹음한 소리인데요.

지난달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 음파가 중남미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의 음파 진동과 아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7킬로헤르쯔에 달하는 고주파 영역대여서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떨림소리로 들린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귀뚜라미 소리도 한 번 비교해 보시죠.

하지만 귀뚜라미 울음 때문에 심각한 질병이 생겼다는 게 말이 되냐,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인 요인, 집단 히스테리가 아닐까 하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초기에 증상을 호소한 대사관 직원들은 미 중앙정보국, CIA 소속 비밀요원들이었거든요,

적대관계를 청산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쿠바라는 나라에서 함께 모여 있다 보니 불안요인이 생겼을 수 있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비슷한 시점에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 대사관에서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직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캐나다 정부는 최근 14번째 괴질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쿠바주재 대사관 직원을 16명에서 8명으로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쿠바주재 캐나다 대사관은 괴질이 여전히 확산 중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외교관과 일부 가족들에게 나타난 증상은 청각이나 시각 이상, 현기증 등인데 특히 뇌손상이나 영구적인 청각장애와 같은 중증도 있었습니다.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 :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고, 때때로 몇 번씩 토했고 코피도 났어요."]

피해를 입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은 캐나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236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냈고요.

캐나다 정부 역시 정밀 조사를 벌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진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정부도 쿠바 공관을 크게 축소하면서 쿠바 미스터리의 파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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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쿠바 미스터리
    • 입력 2019-02-11 20:32:25
    • 수정2019-02-11 2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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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쿠바에 주재하던 외교관과 그 가족들에게서 집단 괴질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취재했는데요.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쿠바 미스터리로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 나라입니다.

소련과 국교를 맺고 반미, 반서방 외교노선을 견지했죠.

미국은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경험한 이후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 정책을 벌여왔고요.

하지만 2015년, 쿠바와 미국의 국교는 반세기 만에 정상화됐습니다.

그런데 쿠바에 파견된 미국과 그 동맹국인 캐나다의 외교관들이 집단 괴질을 얻어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쿠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시작은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이었습니다.

먼저 소리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떠세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네요. 알아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2016년 말부터 공관 주변에서 이런 알 수 없는 소음이 반복적으로 들렸다고 호소했는데 현기증과 두통, 청각 이상 등 건강에 이상까지 생겼다고 했습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쉬 레더만/AP통신 기자/2017년 10월 : "쿠바에서 직접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이 녹음된 소리를 검토했는데요. 일반적으로 그들이 들은 소리와 일치한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6명이 두통과 경미한 뇌손상 등을 진단받았다고 발표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쿠바 공관 인력을 필수 인력만 남긴 채 철수시켰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을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태가 심각하군요.

이상한 소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졌나요?

[기자]

사실 외교관 철수나 추방 명령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사안이잖아요.

당시 미국 정부가 얼마나 사태가 심각하다고 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반쿠바 성향의 정치인들은 덮어놓고 쿠바를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가세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10월 : "나는 쿠바가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매우 이례적인 공격이지요. 하지만 나는 쿠바가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건 음파를 쏴서 뇌와 청력에 손상을 입혔다는 건데 당시 미 연방수사국 FBI의 조사에선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그러자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인 극초단파를 이용해 공격했다는 설도 나왔고요,

쿠바 정부는 이런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있습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쿠바 외무장관 : "그들은 건강상의 문제를 정치적 구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 측 진상조사단 : "음파 공격설을 듣고 나는 '스타워즈' 같은 공상 과학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줄 알았어요."]

앞서 냉전시대 쿠바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그런 역사 때문일까요?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쿠바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외신에 보니까 비슷한 소리를 찾았다.

그런 내용이 있던데요?

[기자]

네, 이상한 소리의 정체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처음에 들으셨던 소리 다시 한 번 들어보실까요.

2017년 AP통신이 쿠바에 있는 미국 공관에서 녹음한 소리인데요.

지난달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 음파가 중남미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의 음파 진동과 아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7킬로헤르쯔에 달하는 고주파 영역대여서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떨림소리로 들린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귀뚜라미 소리도 한 번 비교해 보시죠.

하지만 귀뚜라미 울음 때문에 심각한 질병이 생겼다는 게 말이 되냐,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인 요인, 집단 히스테리가 아닐까 하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초기에 증상을 호소한 대사관 직원들은 미 중앙정보국, CIA 소속 비밀요원들이었거든요,

적대관계를 청산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쿠바라는 나라에서 함께 모여 있다 보니 불안요인이 생겼을 수 있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비슷한 시점에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 대사관에서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직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캐나다 정부는 최근 14번째 괴질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쿠바주재 대사관 직원을 16명에서 8명으로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쿠바주재 캐나다 대사관은 괴질이 여전히 확산 중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외교관과 일부 가족들에게 나타난 증상은 청각이나 시각 이상, 현기증 등인데 특히 뇌손상이나 영구적인 청각장애와 같은 중증도 있었습니다.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 :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고, 때때로 몇 번씩 토했고 코피도 났어요."]

피해를 입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은 캐나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236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냈고요.

캐나다 정부 역시 정밀 조사를 벌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진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정부도 쿠바 공관을 크게 축소하면서 쿠바 미스터리의 파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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