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에 ‘유령 주택’ 60채…공항 이전 투기 의심

입력 2019.02.13 (07:25) 수정 2019.02.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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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휑한 논밭 한 가운데 똑같이 생긴 새 집 수십 채가 있고, 하나같이 사람이 살지 않는 이른바 '유령 주택'인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이야긴데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유령 주택을 지었을까요.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의 한 마을입니다.

창문 하나에 문 하나.

조립식 주택들이 줄을 맞춰 서 있습니다.

사람이 산 흔적이 없습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석 달 치 수도요금 고지서 뭉치가 문고리에 걸려있습니다.

단지 배치도 주거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옹지구 주민/음성변조 : "(언제부터 지었나요?) 2018년도에. 저리 가시면 또 이렇게 해놓은 거 있어."]

항공 사진을 확인해보니, 2017년 6월까진 논이거나 잡초가 무성한 공터였습니다.

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17년 가을부터입니다.

왜 그때부터였을까.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 권선구에 있는 군 공항을 경기도 화성 화옹지구로 옮기겠다고 발표합니다.

[화옹지구 주민/음성변조 : "2017년도부터 얘기가 있었나. 비행기장 들어온 다니까 저런 거 보상받으려고 짓는다."]

유령 주택이 어떻게 돈이 되는 걸까.

주택 건축을 알선한 개발업자를 찾아가 만나봤습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프리미엄이 3억에서 5억 정도 붙는다고 보시면 돼요. 돈 10배 정도 수익이 나거든요."]

고수익 비결을 묻자, '이주자 택지'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사람이 살 수 없는 소음지대가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이주자 택지'를 주는 거고 보상을 하는 거고요."]

이주자 택지는 대규모 개발로 땅을 수용당할 경우, 사업 공고 1년 전까지 살고 있던 주민에게 다른 지역의 땅을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사는 것처럼 꾸며놓는 게 핵심인 셈입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전입신고는 해놓으셔야 하는데 실제로 거주하실 필요는 없어요. (검사는 안 오나요?) 검사가 오는 거 저희가 다 알 수 있어서. 전기나 가스 작업은 다 해드릴 거고요."]

화성시도 문제의 주택들이 투기성이 짙다고 보고 있지만, 현행법상 건축 허가를 안 해줄 방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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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밭에 ‘유령 주택’ 60채…공항 이전 투기 의심
    • 입력 2019-02-13 07:30:47
    • 수정2019-02-13 07: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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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휑한 논밭 한 가운데 똑같이 생긴 새 집 수십 채가 있고, 하나같이 사람이 살지 않는 이른바 '유령 주택'인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이야긴데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유령 주택을 지었을까요.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의 한 마을입니다.

창문 하나에 문 하나.

조립식 주택들이 줄을 맞춰 서 있습니다.

사람이 산 흔적이 없습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석 달 치 수도요금 고지서 뭉치가 문고리에 걸려있습니다.

단지 배치도 주거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옹지구 주민/음성변조 : "(언제부터 지었나요?) 2018년도에. 저리 가시면 또 이렇게 해놓은 거 있어."]

항공 사진을 확인해보니, 2017년 6월까진 논이거나 잡초가 무성한 공터였습니다.

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17년 가을부터입니다.

왜 그때부터였을까.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 권선구에 있는 군 공항을 경기도 화성 화옹지구로 옮기겠다고 발표합니다.

[화옹지구 주민/음성변조 : "2017년도부터 얘기가 있었나. 비행기장 들어온 다니까 저런 거 보상받으려고 짓는다."]

유령 주택이 어떻게 돈이 되는 걸까.

주택 건축을 알선한 개발업자를 찾아가 만나봤습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프리미엄이 3억에서 5억 정도 붙는다고 보시면 돼요. 돈 10배 정도 수익이 나거든요."]

고수익 비결을 묻자, '이주자 택지'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사람이 살 수 없는 소음지대가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이주자 택지'를 주는 거고 보상을 하는 거고요."]

이주자 택지는 대규모 개발로 땅을 수용당할 경우, 사업 공고 1년 전까지 살고 있던 주민에게 다른 지역의 땅을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사는 것처럼 꾸며놓는 게 핵심인 셈입니다.

[부동산개발업자/음성변조 : "전입신고는 해놓으셔야 하는데 실제로 거주하실 필요는 없어요. (검사는 안 오나요?) 검사가 오는 거 저희가 다 알 수 있어서. 전기나 가스 작업은 다 해드릴 거고요."]

화성시도 문제의 주택들이 투기성이 짙다고 보고 있지만, 현행법상 건축 허가를 안 해줄 방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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