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 교수 딸 논문이 국제학술지에…누가 썼나 추적했더니

입력 2019.02.14 (21:15) 수정 2019.02.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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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제가 들고 있는 이 논문은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 학부생이 썼습니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스트레스성 염증을 줄여주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입증한 내용인데요, 당시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학부생 논문으로는 무척 드물게 국제학술지에까지 실렸고, 생명과학부 4학년이던 그 학생은 여러 상을 받았죠.

그런데 이 논문 작성 경위에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끈질긴 K가 제보를 받고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제보자 김 모 씨는 그 논문의 실험에 자신이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제가 (논문에 쓰인) 실험에 한 3분의 1 이상은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참여는 좀 많이 했죠."]

당시 성균관대 대학원생이던 김 씨는 논문 저자인 학부생과는 같은 대학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김 씨의 지도교수인 이 모 교수는 다름 아닌 논문 저자 학부생의 어머니였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논문 실험이니까 자기 딸 (논문에 쓰일) 실험이니까 너무 힘쓰지 마라... 이런 식으로 (교수님이) 좀 얘기도 여러 번 하고 해서 알게 된 거죠."]

당시 이 교수의 연구실 대학원생 대부분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논문, 실험, 나중에 검토하고 이런 것까지 따지면 7~8명까지 되겠네요."]

같은 연구실 출신의 다른 연구원을 수소문했습니다.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생들은 거의 다 동원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교수의 딸은 실험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일치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교수님 딸이) 인증샷 개념으로 와서 실험하는 척하면서 사진만 좀 찍고 그렇게만 한 거죠."]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수님의) 딸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논문저자인 이 교수의 딸은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할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접촉을 피했습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의혹을 밝힐 다른 인물을 찾았습니다.

["실례합니다."]

논문저자의 당시 지도교수이자 해당 논문에 책임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 모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학생이 실험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면서도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는 짐작을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김OO/교수/논문 책임저자/음성변조 : "피상적으로 엄마 실험실에서 하니까 대학원생들이 열심히 도와줬겠지, 이런 생각한 거죠."]

이제, 어머니 이 교수에게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경비원/음성변조 : "그냥 올라가시거나 하면 안 되고요..."]

취재 사실을 안 이 교수가 자리를 비웠습니다.

[경비원/음성변조 : "KBS 차가 들어와서 사내 취재하고 다 이러셨잖아요. 정보가 다 갔어요. 교수님이 어떻게 처신해서 다 했을 거 아니에요. 안 계세요."]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전자우편을 보내고, 집에도 찾아갔지만,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는데요. OOO씨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 집에 안 계신데요."]

끝내 취재를 피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해당 실험을 한 때는 2016년 2학기, 논문저자인 이 교수의 딸은 그 시기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머물렀습니다.

어머니 이 교수가 딸을 위해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건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 진학) 입시에서 봉사활동 이런 게 있는데 봉사활동을 저한테 시키시더라고요."]

이 교수의 딸은 학부 졸업 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런 봉사활동과 해당 논문 실적을 내세웠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원생들이 과제를 대신 해줬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평소에 간단한 자녀 숙제들도 대학원생들이 대부분 진행을 해왔습니다. "내가 너희들 논문을 잘 봐주고 있으니 너희도 나에게 보답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교육부와 권익위원회도 최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 인건비를 상납받은 의혹도 조사 대상입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검찰에 수사 의뢰라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도 이 교수에 대한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끈질긴 K 서병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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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긴K] 교수 딸 논문이 국제학술지에…누가 썼나 추적했더니
    • 입력 2019-02-14 21:20:10
    • 수정2019-02-14 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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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제가 들고 있는 이 논문은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 학부생이 썼습니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스트레스성 염증을 줄여주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입증한 내용인데요, 당시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학부생 논문으로는 무척 드물게 국제학술지에까지 실렸고, 생명과학부 4학년이던 그 학생은 여러 상을 받았죠.

그런데 이 논문 작성 경위에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끈질긴 K가 제보를 받고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제보자 김 모 씨는 그 논문의 실험에 자신이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제가 (논문에 쓰인) 실험에 한 3분의 1 이상은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참여는 좀 많이 했죠."]

당시 성균관대 대학원생이던 김 씨는 논문 저자인 학부생과는 같은 대학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김 씨의 지도교수인 이 모 교수는 다름 아닌 논문 저자 학부생의 어머니였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논문 실험이니까 자기 딸 (논문에 쓰일) 실험이니까 너무 힘쓰지 마라... 이런 식으로 (교수님이) 좀 얘기도 여러 번 하고 해서 알게 된 거죠."]

당시 이 교수의 연구실 대학원생 대부분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논문, 실험, 나중에 검토하고 이런 것까지 따지면 7~8명까지 되겠네요."]

같은 연구실 출신의 다른 연구원을 수소문했습니다.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생들은 거의 다 동원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교수의 딸은 실험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일치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교수님 딸이) 인증샷 개념으로 와서 실험하는 척하면서 사진만 좀 찍고 그렇게만 한 거죠."]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수님의) 딸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논문저자인 이 교수의 딸은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할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접촉을 피했습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의혹을 밝힐 다른 인물을 찾았습니다.

["실례합니다."]

논문저자의 당시 지도교수이자 해당 논문에 책임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 모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학생이 실험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면서도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는 짐작을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김OO/교수/논문 책임저자/음성변조 : "피상적으로 엄마 실험실에서 하니까 대학원생들이 열심히 도와줬겠지, 이런 생각한 거죠."]

이제, 어머니 이 교수에게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경비원/음성변조 : "그냥 올라가시거나 하면 안 되고요..."]

취재 사실을 안 이 교수가 자리를 비웠습니다.

[경비원/음성변조 : "KBS 차가 들어와서 사내 취재하고 다 이러셨잖아요. 정보가 다 갔어요. 교수님이 어떻게 처신해서 다 했을 거 아니에요. 안 계세요."]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전자우편을 보내고, 집에도 찾아갔지만,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는데요. OOO씨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 집에 안 계신데요."]

끝내 취재를 피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해당 실험을 한 때는 2016년 2학기, 논문저자인 이 교수의 딸은 그 시기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머물렀습니다.

어머니 이 교수가 딸을 위해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건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김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 진학) 입시에서 봉사활동 이런 게 있는데 봉사활동을 저한테 시키시더라고요."]

이 교수의 딸은 학부 졸업 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런 봉사활동과 해당 논문 실적을 내세웠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원생들이 과제를 대신 해줬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박OO/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평소에 간단한 자녀 숙제들도 대학원생들이 대부분 진행을 해왔습니다. "내가 너희들 논문을 잘 봐주고 있으니 너희도 나에게 보답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교육부와 권익위원회도 최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 인건비를 상납받은 의혹도 조사 대상입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검찰에 수사 의뢰라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도 이 교수에 대한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끈질긴 K 서병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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