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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이혼으로 자존감 낮은 남성 위해?…여가부 1인 가구 정책 논란
입력 2019.02.15 (10:01) 수정 2019.02.15 (10:10) 취재후·사건후
■ 여성가족부 3, 40대 남성 1인 가구 간담회 추진…보도 후 논란
■ 2017년 여성 1인 가구(50.3%)가 남성 1인 가구(49.7%) 보다 많아…"우선 순위 잘못됐다"
■ 3,40대 남성들 이혼으로 자존감 낮아 우려된다?…"양육 도맡는 여성 문제 살펴야

혼자 사는 유명인의 일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입니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혼자 사는 남녀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지난 2017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2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는 비율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1인 가구를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4인 가구 중심의 정책 관점에서 벗어나 1인 가구에 대한 복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건강가정기본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준비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 지원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성가족부는 어제(14일) 3, 40대 남성 1인 가구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여가부는 싱글대디와 동거가족, 미혼모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만남을 가졌었는데요. 1인 가구 가운데서는 3, 40대 남성이 그 첫번째 대상이 된 것입니다.


"남성 1인 가구 중 높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3, 40대는 상대적으로 이혼 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으므로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

남성 1인 가구 가운데서도 3, 40대를 먼저 선택한 것에 대해 여가부는 42%로 비중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선미 장관은 3, 40대 남성 1인 가구에 대해 "이혼 등으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다"라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여가부 측에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가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이 동의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과연 혼자 사는 3, 40대 남성이 정부가 지금 당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인가를 따져 물었습니다.


3, 40대 남성 1인 가구 41.7%,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 44.6%

다시 말해, 우선 순위가 틀렸다는 지적입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7년 1인 가구 중 남성은 49.7%, 여성은 50.3% 입니다. 여성 1인 가구가 남성 1인 가구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연령별로 남성은 30대(22.2%), 40대(19.5%) 순으로 높고, 여성은 70세 이상(27.9%), 60대(16.7%) 순으로 높습니다. 3, 40대 남성 1인 가구와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 두 집단을 비교했을 때, 신체 활동과 경제 활동 모두 혼자 사는 여성 노년층이 더 취약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젊은 시절 임금 노동자가 아닌 전업주부로 살다가 배우자와 사별로 혼자 된 경우여서 빈곤 등의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3, 40대 남성의 경우 이혼 등으로 자존감 상실이 걱정된다는 진 장관의 말도 반발을 샀습니다. 이혼을 하고 왜 남성이 1인 가구가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엔 양육을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습니다. 이혼 후 아이 양육을 혼자 짊어진 여성의 문제를 더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여가부는 종일 해명에 바빴습니다. 앞으로 여성과 노년층 1인 가구를 위한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성 1인 가구 대표자가 일찍 섭외되는 등 일정상의 문제로 먼저 진행했을 뿐 남성을 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첫 번째 간담회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 일정은 조절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2013년 서울시 고독사 비율 남성이 85%

물론, 혼자 사는 남성들을 지원하지 말자거나 이들의 문제를 뒤로 미뤄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 통계에서 고독사 비율은 남성이 85%로 여성(13%)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연령별로는 4, 50대가 57%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서울시 복지재단은 이혼이나 실직, 지병 등으로 홀로 살다가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40에서 60대 남성을 고독사 위험집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 1인 가구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해 여성계의 분석과 제안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가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가사와 돌봄을 어머니나 아내 등 여성에게 의존해 왔던 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홀로 된 뒤에 스스로 돌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성이 가족 안에서 여성과 함께 가사와 돌봄을 할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제안이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 의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정책은 혼자 사는 남성에게 반찬이나 취미 활동 등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과거 정책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 [취재후] 이혼으로 자존감 낮은 남성 위해?…여가부 1인 가구 정책 논란
    • 입력 2019-02-15 10:01:52
    • 수정2019-02-15 10:10:04
    취재후·사건후
■ 여성가족부 3, 40대 남성 1인 가구 간담회 추진…보도 후 논란
■ 2017년 여성 1인 가구(50.3%)가 남성 1인 가구(49.7%) 보다 많아…"우선 순위 잘못됐다"
■ 3,40대 남성들 이혼으로 자존감 낮아 우려된다?…"양육 도맡는 여성 문제 살펴야

혼자 사는 유명인의 일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입니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혼자 사는 남녀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지난 2017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2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는 비율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1인 가구를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4인 가구 중심의 정책 관점에서 벗어나 1인 가구에 대한 복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건강가정기본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준비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 지원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성가족부는 어제(14일) 3, 40대 남성 1인 가구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여가부는 싱글대디와 동거가족, 미혼모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만남을 가졌었는데요. 1인 가구 가운데서는 3, 40대 남성이 그 첫번째 대상이 된 것입니다.


"남성 1인 가구 중 높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3, 40대는 상대적으로 이혼 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으므로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

남성 1인 가구 가운데서도 3, 40대를 먼저 선택한 것에 대해 여가부는 42%로 비중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선미 장관은 3, 40대 남성 1인 가구에 대해 "이혼 등으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다"라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여가부 측에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가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이 동의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과연 혼자 사는 3, 40대 남성이 정부가 지금 당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인가를 따져 물었습니다.


3, 40대 남성 1인 가구 41.7%,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 44.6%

다시 말해, 우선 순위가 틀렸다는 지적입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7년 1인 가구 중 남성은 49.7%, 여성은 50.3% 입니다. 여성 1인 가구가 남성 1인 가구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연령별로 남성은 30대(22.2%), 40대(19.5%) 순으로 높고, 여성은 70세 이상(27.9%), 60대(16.7%) 순으로 높습니다. 3, 40대 남성 1인 가구와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 두 집단을 비교했을 때, 신체 활동과 경제 활동 모두 혼자 사는 여성 노년층이 더 취약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젊은 시절 임금 노동자가 아닌 전업주부로 살다가 배우자와 사별로 혼자 된 경우여서 빈곤 등의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3, 40대 남성의 경우 이혼 등으로 자존감 상실이 걱정된다는 진 장관의 말도 반발을 샀습니다. 이혼을 하고 왜 남성이 1인 가구가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엔 양육을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습니다. 이혼 후 아이 양육을 혼자 짊어진 여성의 문제를 더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여가부는 종일 해명에 바빴습니다. 앞으로 여성과 노년층 1인 가구를 위한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성 1인 가구 대표자가 일찍 섭외되는 등 일정상의 문제로 먼저 진행했을 뿐 남성을 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첫 번째 간담회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 일정은 조절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2013년 서울시 고독사 비율 남성이 85%

물론, 혼자 사는 남성들을 지원하지 말자거나 이들의 문제를 뒤로 미뤄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 통계에서 고독사 비율은 남성이 85%로 여성(13%)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연령별로는 4, 50대가 57%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서울시 복지재단은 이혼이나 실직, 지병 등으로 홀로 살다가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40에서 60대 남성을 고독사 위험집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 1인 가구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해 여성계의 분석과 제안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가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가사와 돌봄을 어머니나 아내 등 여성에게 의존해 왔던 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홀로 된 뒤에 스스로 돌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성이 가족 안에서 여성과 함께 가사와 돌봄을 할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제안이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 의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정책은 혼자 사는 남성에게 반찬이나 취미 활동 등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과거 정책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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