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에 ‘수리 흔적’있어도…유명무실 자동차 ‘하자고지’ 제도

입력 2019.02.15 (21:21) 수정 2019.02.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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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차는 해상 운송 과정에서 충격을 받거나 소금기가 묻어 흠집이나 하자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가 점검을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데, 이럴 경우 이 사실을 반드시 차 주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하자 고지' 제도라고 하는데, 이게 시행된 지 벌써 5년째지만, 분쟁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그 실태와 문제점을 오현태, 김희용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차를 부수고 있는 남성은 바로 이 차량 주인입니다.

차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데 나몰라라 한다며, 구입 매장 앞에서 아예 차를 망가뜨리며 항의하는 겁니다.

장동민씨가 포드 차를 산 건 2년 전, 사자마자 엔진에 결함이 생겼고 포드는 다른 차로 바꿔줬습니다.

하지만, 다시 받은 차에서도 페인트를 다시 칠한 '도장 수리'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페인트가 여기저기에 묻어있고, 수리 전 붙인 듯한 테이프도 남아 있습니다.

[장동민/포드 차주 : "공업사 가는 데마다 하나같이 보자마자 전부 다 수리한 차가 맞대요."]

장씨는 새 차에 수리 흔적이 있는 게 황당해 전문가 감정도 받았습니다.

[윤대권/기술사/장동민 씨 차량 감정 : "어떤 스크래치나 아니면 오염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을 좀 가리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거기에 이제 도장 수리를 했지 않나…"]

장 씨는 판매사원이 수리한 차를 새 차로 속였다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포드가 보관하고 있는 차량 전산 자료에 수리 기록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포드는 미국 공장 최종 점검 단계에서 품질 보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정'은 했을 수 있지만 '수리'는 안 했다는 건데, 소비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박진혁/서정대학교 자동차과 교수 : "공장에서 차가 나올 때는 그 안에서 문제 있는 것은 그 안에서 해결을 해요. 그러니까 나올 때 신차처럼 나오는 거죠. 저렇게 허접스럽게 수리된 것처럼 나오지 않아요.문제가 있었던 것을 수리한 흔적으로 보이고, 그걸 소비자한테 인도했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수입차 구입 1년 안에 수리 흔적 등을 발견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례는 최근 5년 반 동안 7백 건이 넘습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하자고지’ 제도 시행 5년…현장에선 유명무실

박 모 씨는 수입차를 산 지 2년 만인 지난해 5월, 판매사인 효성측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멀쩡한 새 차인 줄 알았던 차량이 사실은 뒤범퍼에 흠집이 있어 도장 수리를 거친 차라는 겁니다.

박 씨는 곧바로 효성을 상대로 배상 소송을 냈고, 일부 배상을 받았습니다.

[박OO/음성변조 : "속여서 저한테 파신 거죠. 흠집이 있고 수리 한 차를 새 차인 것처럼 속여서…."]

엄연히 법에 정해져 있지만, 수입차 판매사는 '하자 고지'에 적극적이질 않습니다.

수리를 했으니 새 차가 아니라며 소비자가 인수를 거부하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면, 판매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하자 수리를 숨기고 팔다 적발돼도 과태료가 최고 100만 원에 불과하단 점도 불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수입차 판매 사원/음성변조 : "(하자 수리 고지를) 안 하는 데도 있고 하는 데도 있고요. 영업 직원들은 팔아야 하니까, 가짜로라도 (고지를 한 걸로) 사인을 해서 내보낸다는 말이죠."]

게다가 '고장 또는 하자 수리'라는 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 "메이커(제조·판매사) 입장에서 전반적인 성능이나 이런 데 지장이 없으면 이 부분은 (수리했어도) 하자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법 조항을 더 구체적으로 바꾸고 과태료도 올리는걸 검토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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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차에 ‘수리 흔적’있어도…유명무실 자동차 ‘하자고지’ 제도
    • 입력 2019-02-15 21:24:56
    • 수정2019-02-15 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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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차는 해상 운송 과정에서 충격을 받거나 소금기가 묻어 흠집이나 하자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가 점검을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데, 이럴 경우 이 사실을 반드시 차 주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하자 고지' 제도라고 하는데, 이게 시행된 지 벌써 5년째지만, 분쟁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그 실태와 문제점을 오현태, 김희용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차를 부수고 있는 남성은 바로 이 차량 주인입니다.

차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데 나몰라라 한다며, 구입 매장 앞에서 아예 차를 망가뜨리며 항의하는 겁니다.

장동민씨가 포드 차를 산 건 2년 전, 사자마자 엔진에 결함이 생겼고 포드는 다른 차로 바꿔줬습니다.

하지만, 다시 받은 차에서도 페인트를 다시 칠한 '도장 수리'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페인트가 여기저기에 묻어있고, 수리 전 붙인 듯한 테이프도 남아 있습니다.

[장동민/포드 차주 : "공업사 가는 데마다 하나같이 보자마자 전부 다 수리한 차가 맞대요."]

장씨는 새 차에 수리 흔적이 있는 게 황당해 전문가 감정도 받았습니다.

[윤대권/기술사/장동민 씨 차량 감정 : "어떤 스크래치나 아니면 오염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을 좀 가리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거기에 이제 도장 수리를 했지 않나…"]

장 씨는 판매사원이 수리한 차를 새 차로 속였다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포드가 보관하고 있는 차량 전산 자료에 수리 기록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포드는 미국 공장 최종 점검 단계에서 품질 보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정'은 했을 수 있지만 '수리'는 안 했다는 건데, 소비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박진혁/서정대학교 자동차과 교수 : "공장에서 차가 나올 때는 그 안에서 문제 있는 것은 그 안에서 해결을 해요. 그러니까 나올 때 신차처럼 나오는 거죠. 저렇게 허접스럽게 수리된 것처럼 나오지 않아요.문제가 있었던 것을 수리한 흔적으로 보이고, 그걸 소비자한테 인도했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수입차 구입 1년 안에 수리 흔적 등을 발견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례는 최근 5년 반 동안 7백 건이 넘습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하자고지’ 제도 시행 5년…현장에선 유명무실

박 모 씨는 수입차를 산 지 2년 만인 지난해 5월, 판매사인 효성측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멀쩡한 새 차인 줄 알았던 차량이 사실은 뒤범퍼에 흠집이 있어 도장 수리를 거친 차라는 겁니다.

박 씨는 곧바로 효성을 상대로 배상 소송을 냈고, 일부 배상을 받았습니다.

[박OO/음성변조 : "속여서 저한테 파신 거죠. 흠집이 있고 수리 한 차를 새 차인 것처럼 속여서…."]

엄연히 법에 정해져 있지만, 수입차 판매사는 '하자 고지'에 적극적이질 않습니다.

수리를 했으니 새 차가 아니라며 소비자가 인수를 거부하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면, 판매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하자 수리를 숨기고 팔다 적발돼도 과태료가 최고 100만 원에 불과하단 점도 불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수입차 판매 사원/음성변조 : "(하자 수리 고지를) 안 하는 데도 있고 하는 데도 있고요. 영업 직원들은 팔아야 하니까, 가짜로라도 (고지를 한 걸로) 사인을 해서 내보낸다는 말이죠."]

게다가 '고장 또는 하자 수리'라는 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 "메이커(제조·판매사) 입장에서 전반적인 성능이나 이런 데 지장이 없으면 이 부분은 (수리했어도) 하자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법 조항을 더 구체적으로 바꾸고 과태료도 올리는걸 검토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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