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은 10만 원 더?”…‘맞춤형 복지’ 라는데

입력 2019.02.25 (12:39) 수정 2019.02.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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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초연금이란 게 있습니다.

65세이상, 소득하위 70% 어르신에게 매월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건데,

한 지자체가 오늘부터 기초연금에 공로수당 10만 원을 더 지급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받는 곳과 못 받는 곳이 있다는데요.

과연 뭘 기준으로 나누어졌을까요?

김병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70대 어르신,

아직 남편이 일을 하고 있지만 늘 생활이 빠듯하다는데요.

[○○아파트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우리 아저씨가 용달차 하나 사서 택배 같은 거 하시거든요. 부족하죠. 두 노인이 사는데 자식들이 주는 거 갖고 겨우 쓰는데…."]

그런데, 얼마 전 바로 옆 동 이웃이 매달 10만 원의 공로 수당이란 걸 받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그거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성동구는 왜 안 주고 중구에만 그렇게 혜택이 오는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한 아파트에 사는데, 어르신이 사는 동은 수당이 없다는 겁니다.

서울 중구청은 오늘부터 65세 이상 기초 생활수급자나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매월 10만 원의 공로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중구의) 노인 인구 비율이 25개 구 중에 거의 1위, 2위 수준이에요. 저소득 독거노인 비율도 높고 특히 어르신들이 너무 힘들게 사셔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를 해보자 해서 보완한 게 공로수당이에요."]

그런데, 이 아파트 겉보기엔 한 단지지만, 101동은 성동구, 나머지 102동부터 104동까지는 중구입니다.

때문에 성동구인 101동 주민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공로수당을 못 받게 된 겁니다.

수당을 받게 된 다른 동 어르신들은 반기는 분위기인데요.

[102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기초연금 나오는 거 받아서 우리 할아버지하고 둘이 사는데 그렇게 많이 돈 못 쓰고 살아요. (10만 원이 그러면 어머님한테는 큰돈이겠어요.)크고 말고요. 크죠. 기대만 걸고 있는 거예요."]

반면, 101동 주민들은 서운함을 토로합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중구나 여기나 재산세 똑같이 내고 내는 건 다 똑같이 낸단 말이에요. 세금도 내고. 차별두면 안 되죠. 당해본 사람이 기분 알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같은 단지를 두 개로 딱 나눠놓고 차별 대우하면 말이 안 되잖아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같은 주민인데 소외감 들죠. 우리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동 주민들도 마찬가집니다.

[102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같이 사는 단지 내에서 어떤 동은 10만 원씩을 받아 쓰고 옆 동 사람들은 못 받으니까 조금 안 좋죠. 받아쓰는 사람이야 속마음은 좋지만 못 받아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게 부럽겠어요."]

중구와 성동구의 복지정책이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출산장려금의 경우, 중구는 첫째부터 20만 원씩, 셋째는 200만 원, 성동구는 둘째부터 20만 원씩입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젊은 사람들에게 사실 그 20만 원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약간 ‘왜 우리는 안 주지?’ 이런 생각 할 것 같아요. 그거를 똑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교복도 볼까요? 중구는 30만 원인 반면, 성동구는 지원금이 없습니다.

성동구 측은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는 입장인데요.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성동구는) 젊은 신혼부부들이 많이 유입이 좀 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육하고 보육하고 이쪽에 집중이 좀 많이 돼 있고 어르신들한테 돈을 드리는 게 아니고 저희는 그 돈으로 간호사하고 의사를 뽑아서 어르신들 댁으로 방문하게 하는 그런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거든요."]

특히, 인구 차이로 인해 같은 정책에도 필요 예산은 크게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중구의 이같은 복지정책에 대해 복지부 등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직접 현금을 주는 게 아니고 10만 원을 포인트로 (체크카드에) 매달 채워드리는 건데 그거는 중구 관내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점포 이런 데밖에 못 써요. 저희가 노린 효과도 두 가지거든요. 어르신들의 삶 좀 편하게 해드리는 거랑 골목상권 매출 올려드리는 것."]

이처럼 한 아파트가 두 개의 구로 나누어지면서 겪는 불편함은 복지 혜택만이 아니라는데요.

코앞의 학교를 두고도 먼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겁니다.

[103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여기 가까운 데 성동구 중학교랑 고등학교는 너무 많아요. 그런데 중구는 없어요. 딱 여기 중구 쪽에서는 하나, 두 개밖에 없어요.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두 번, 세 번 갈아타고 가야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왜 구가 나누어지게 된 걸까요?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행정구역 나눠진 거는 70년대였고요. 지금 아파트가 지어진 거는 2001년도예요. 아파트가 있기 전에는 문제가 없었죠. 아파트로 묶어서 개발하다 보니까…."]

도로를 경계로 구가 다른 주택가를 한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지만 지역구는 통일하지 못한 겁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안 된다고 그래서 내가 왜 안 되냐고 물어봤더니 아마 세금 때문에 그럴 거라고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하나의 구로 합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치단체 간 협의를 해야 되는데 사실 성동구랑 저희랑 그게 잘 안됐어요. 또 한 번 행정구역을 바꾸면 비용도 엄청나요."]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래 불편하니까 하자.' 말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니고 법적으로나 규정으로나 절차상으로나 일들이 좀 많기 때문에…."]

지역 인구와 특색에 맞는 정책은 지방자치 시대에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내건 맞춤형 복지가 자칫 경쟁 양상을 띄면서 주민 혼란과 갈등, 이주 분위기 조장 등으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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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 동은 10만 원 더?”…‘맞춤형 복지’ 라는데
    • 입력 2019-02-25 12:44:58
    • 수정2019-02-25 12: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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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초연금이란 게 있습니다.

65세이상, 소득하위 70% 어르신에게 매월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건데,

한 지자체가 오늘부터 기초연금에 공로수당 10만 원을 더 지급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받는 곳과 못 받는 곳이 있다는데요.

과연 뭘 기준으로 나누어졌을까요?

김병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70대 어르신,

아직 남편이 일을 하고 있지만 늘 생활이 빠듯하다는데요.

[○○아파트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우리 아저씨가 용달차 하나 사서 택배 같은 거 하시거든요. 부족하죠. 두 노인이 사는데 자식들이 주는 거 갖고 겨우 쓰는데…."]

그런데, 얼마 전 바로 옆 동 이웃이 매달 10만 원의 공로 수당이란 걸 받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그거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성동구는 왜 안 주고 중구에만 그렇게 혜택이 오는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한 아파트에 사는데, 어르신이 사는 동은 수당이 없다는 겁니다.

서울 중구청은 오늘부터 65세 이상 기초 생활수급자나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매월 10만 원의 공로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중구의) 노인 인구 비율이 25개 구 중에 거의 1위, 2위 수준이에요. 저소득 독거노인 비율도 높고 특히 어르신들이 너무 힘들게 사셔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를 해보자 해서 보완한 게 공로수당이에요."]

그런데, 이 아파트 겉보기엔 한 단지지만, 101동은 성동구, 나머지 102동부터 104동까지는 중구입니다.

때문에 성동구인 101동 주민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공로수당을 못 받게 된 겁니다.

수당을 받게 된 다른 동 어르신들은 반기는 분위기인데요.

[102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기초연금 나오는 거 받아서 우리 할아버지하고 둘이 사는데 그렇게 많이 돈 못 쓰고 살아요. (10만 원이 그러면 어머님한테는 큰돈이겠어요.)크고 말고요. 크죠. 기대만 걸고 있는 거예요."]

반면, 101동 주민들은 서운함을 토로합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중구나 여기나 재산세 똑같이 내고 내는 건 다 똑같이 낸단 말이에요. 세금도 내고. 차별두면 안 되죠. 당해본 사람이 기분 알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같은 단지를 두 개로 딱 나눠놓고 차별 대우하면 말이 안 되잖아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같은 주민인데 소외감 들죠. 우리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동 주민들도 마찬가집니다.

[102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같이 사는 단지 내에서 어떤 동은 10만 원씩을 받아 쓰고 옆 동 사람들은 못 받으니까 조금 안 좋죠. 받아쓰는 사람이야 속마음은 좋지만 못 받아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게 부럽겠어요."]

중구와 성동구의 복지정책이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출산장려금의 경우, 중구는 첫째부터 20만 원씩, 셋째는 200만 원, 성동구는 둘째부터 20만 원씩입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젊은 사람들에게 사실 그 20만 원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약간 ‘왜 우리는 안 주지?’ 이런 생각 할 것 같아요. 그거를 똑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교복도 볼까요? 중구는 30만 원인 반면, 성동구는 지원금이 없습니다.

성동구 측은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는 입장인데요.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성동구는) 젊은 신혼부부들이 많이 유입이 좀 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육하고 보육하고 이쪽에 집중이 좀 많이 돼 있고 어르신들한테 돈을 드리는 게 아니고 저희는 그 돈으로 간호사하고 의사를 뽑아서 어르신들 댁으로 방문하게 하는 그런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거든요."]

특히, 인구 차이로 인해 같은 정책에도 필요 예산은 크게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중구의 이같은 복지정책에 대해 복지부 등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직접 현금을 주는 게 아니고 10만 원을 포인트로 (체크카드에) 매달 채워드리는 건데 그거는 중구 관내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점포 이런 데밖에 못 써요. 저희가 노린 효과도 두 가지거든요. 어르신들의 삶 좀 편하게 해드리는 거랑 골목상권 매출 올려드리는 것."]

이처럼 한 아파트가 두 개의 구로 나누어지면서 겪는 불편함은 복지 혜택만이 아니라는데요.

코앞의 학교를 두고도 먼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겁니다.

[103동 주민/서울시 중구/음성변조 : "여기 가까운 데 성동구 중학교랑 고등학교는 너무 많아요. 그런데 중구는 없어요. 딱 여기 중구 쪽에서는 하나, 두 개밖에 없어요.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두 번, 세 번 갈아타고 가야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왜 구가 나누어지게 된 걸까요?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행정구역 나눠진 거는 70년대였고요. 지금 아파트가 지어진 거는 2001년도예요. 아파트가 있기 전에는 문제가 없었죠. 아파트로 묶어서 개발하다 보니까…."]

도로를 경계로 구가 다른 주택가를 한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지만 지역구는 통일하지 못한 겁니다.

[101동 주민/서울시 성동구/음성변조 : "안 된다고 그래서 내가 왜 안 되냐고 물어봤더니 아마 세금 때문에 그럴 거라고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하나의 구로 합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치단체 간 협의를 해야 되는데 사실 성동구랑 저희랑 그게 잘 안됐어요. 또 한 번 행정구역을 바꾸면 비용도 엄청나요."]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래 불편하니까 하자.' 말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니고 법적으로나 규정으로나 절차상으로나 일들이 좀 많기 때문에…."]

지역 인구와 특색에 맞는 정책은 지방자치 시대에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내건 맞춤형 복지가 자칫 경쟁 양상을 띄면서 주민 혼란과 갈등, 이주 분위기 조장 등으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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