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확 달라진 트럼프 출사표, 하노이 담판은 ‘제한된 거래’?

입력 2019.02.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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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중국 대륙을 남하하며 하노이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25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출발해 내일 오후 하노이에 합류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해온 북미의 핵 담판이 8개월여 만에 다시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에 앞서 이번 2차 담판을 "완전한 비핵화의 기회"로 표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는 내용의 출사표를 발표했다.

이는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며 대북 압박 공세를 폈던 1차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로, 2차 담판의 목표와 성격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기대치 낮춘 트럼프? “흥미로운 이틀 반 될 것…. 핵 실험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

하노이 출발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먼저 트위터에 4개의 글을 연달아 올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내일(25일) 일찍 베트남 하노이로 떠난다"며 출국 일정을 신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이룬 진전이 하노이에서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핵화(?)"라며 낙관적인 회담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보상책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 비전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가 없다면 그의 나라가 신속하게 세계의 대단한 경제 강국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지리적 위치와 국민(그리고 김 위원장)으로 인해 어느 나라보다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중국 관련 언급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나와 김정은의 회담에 매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 바로 이웃에 대규모 핵무기가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국경지대에 내린 제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미 주지사협회 만찬(현지 시간 24일)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미 주지사협회 만찬(현지 시간 24일)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담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몇 시간 뒤 이어진 전미 주지사협회 연설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2차 담판에 대해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 매우, 매우 특별한 무언가를 할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매우 흥미로운 이틀 반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회담 성과와 관련해서는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두르게 하고 싶지 않다(I'm not in a rush. I don’t want to rush anybody)"면서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I just don’t want testing. As long as there’s no testing, we’re happy)"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매우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거듭 강조하며 김 위원장과 "견해가 일치한다(saw eye-to-eye with Kim)"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과 속도 조절론을 피력하면서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치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하노이 담판은 ‘제한된 거래(Limited Deal)’?…종전선언, 금강산 관광 카드 급부상

하노이 담판을 사흘 앞두고 나온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협상의 기대치를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며 '빅딜'을 추구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로 협상 전략을 수정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한된 거래(Limited Deal)'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언이 '의미 있는 진전(meaningful progress)'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제재를 완화해주고 싶다'고 밝혔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기념품 판매 사이트에 공개된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백악관 기념품 판매 사이트에 공개된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

특히 로이터 통신은 "영변 핵 시설 폐기 과정을 감시할 사찰단의 방문 허용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방안이 논의에 포함됐다"는 북미 두 나라 관리의 말은 전하며 두 가지 사안의 '제한된 거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1950년대 이후 이어진 북미의 정전 상태를 끝내는 '종전 선언'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래 목록의 하나로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종전선언을 합의할 경우 북미 2자 간 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예외 사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금강산 관광 개개 카드와 한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졌던 '종전 선언' 카드가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유력한 협상 방안의 하나로 다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8개월간 뭐가 달라졌길래?…영변 핵 시설 ‘신고·검증’이 관건될 듯

1차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사표는 뭘 의미할까?

주목할 점은 지난 10일 비건 미국 특별대표의 방북 협상 직후 비슷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의 방북 보고를 받은 직후인 지난 15일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19일에는 "(비핵화의)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I'm not in a rush)"는 입장을 다섯 차례나 반복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북한의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뭔가 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이번 회담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번 담판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기존에 나온 방안 외에 '획기적인 추가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미국 정부의 현실 인식이 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높은 대목이다.

일단 하노이 담판은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준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되, 추후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의 추가 진전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급할 게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이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5개월 앞두고 열려 시일이 촉박했지만, 미국 대선을 2년 가까이 앞두고 열리는 하노이 담판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18개월 넘게 중단돼 있는 상황에서 더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폐기 약속, 그리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사찰·검증 등의 합의만 나와도 내년 대선 국면까지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노이 담판을 목전에 두고도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최종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기대치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재 완화 불가'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종전선언(혹은 평화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 상징적인 조치를 대가로 순순히 영변 핵 시설을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북한 핵역량의 70%가 몰려있다는 영변 핵 시설은 그야말로 북한 핵의 상징인데다 미국은 단순한 동결이나 폐기 약속 수준을 넘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철저한 핵 신고와 외부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절차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북미가 영변 핵 폐기에 합의하더라도 핵 신고와 사찰·검증 등 디테일을 두고서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2003년 탈퇴한 핵확산 금지조약(NPT)의 재가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협상 의제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하노이 담판은 북한이 영변 핵 폐기 약속을 어느 수준에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좌우되고, 미국이 제시할 상응조치의 수준도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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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5 18: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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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중국 대륙을 남하하며 하노이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25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출발해 내일 오후 하노이에 합류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해온 북미의 핵 담판이 8개월여 만에 다시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에 앞서 이번 2차 담판을 "완전한 비핵화의 기회"로 표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는 내용의 출사표를 발표했다.

이는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며 대북 압박 공세를 폈던 1차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로, 2차 담판의 목표와 성격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기대치 낮춘 트럼프? “흥미로운 이틀 반 될 것…. 핵 실험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

하노이 출발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먼저 트위터에 4개의 글을 연달아 올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내일(25일) 일찍 베트남 하노이로 떠난다"며 출국 일정을 신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이룬 진전이 하노이에서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핵화(?)"라며 낙관적인 회담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보상책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 비전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가 없다면 그의 나라가 신속하게 세계의 대단한 경제 강국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지리적 위치와 국민(그리고 김 위원장)으로 인해 어느 나라보다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중국 관련 언급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나와 김정은의 회담에 매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 바로 이웃에 대규모 핵무기가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국경지대에 내린 제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미 주지사협회 만찬(현지 시간 24일)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담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몇 시간 뒤 이어진 전미 주지사협회 연설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2차 담판에 대해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 매우, 매우 특별한 무언가를 할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매우 흥미로운 이틀 반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회담 성과와 관련해서는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두르게 하고 싶지 않다(I'm not in a rush. I don’t want to rush anybody)"면서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I just don’t want testing. As long as there’s no testing, we’re happy)"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매우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거듭 강조하며 김 위원장과 "견해가 일치한다(saw eye-to-eye with Kim)"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과 속도 조절론을 피력하면서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치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하노이 담판은 ‘제한된 거래(Limited Deal)’?…종전선언, 금강산 관광 카드 급부상

하노이 담판을 사흘 앞두고 나온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협상의 기대치를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며 '빅딜'을 추구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로 협상 전략을 수정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한된 거래(Limited Deal)'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언이 '의미 있는 진전(meaningful progress)'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제재를 완화해주고 싶다'고 밝혔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기념품 판매 사이트에 공개된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
특히 로이터 통신은 "영변 핵 시설 폐기 과정을 감시할 사찰단의 방문 허용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방안이 논의에 포함됐다"는 북미 두 나라 관리의 말은 전하며 두 가지 사안의 '제한된 거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1950년대 이후 이어진 북미의 정전 상태를 끝내는 '종전 선언'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래 목록의 하나로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종전선언을 합의할 경우 북미 2자 간 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예외 사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금강산 관광 개개 카드와 한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졌던 '종전 선언' 카드가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유력한 협상 방안의 하나로 다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8개월간 뭐가 달라졌길래?…영변 핵 시설 ‘신고·검증’이 관건될 듯

1차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사표는 뭘 의미할까?

주목할 점은 지난 10일 비건 미국 특별대표의 방북 협상 직후 비슷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의 방북 보고를 받은 직후인 지난 15일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19일에는 "(비핵화의)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I'm not in a rush)"는 입장을 다섯 차례나 반복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북한의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뭔가 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이번 회담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번 담판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기존에 나온 방안 외에 '획기적인 추가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미국 정부의 현실 인식이 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높은 대목이다.

일단 하노이 담판은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준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되, 추후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의 추가 진전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급할 게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이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5개월 앞두고 열려 시일이 촉박했지만, 미국 대선을 2년 가까이 앞두고 열리는 하노이 담판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18개월 넘게 중단돼 있는 상황에서 더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폐기 약속, 그리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사찰·검증 등의 합의만 나와도 내년 대선 국면까지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노이 담판을 목전에 두고도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최종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기대치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재 완화 불가'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종전선언(혹은 평화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 상징적인 조치를 대가로 순순히 영변 핵 시설을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북한 핵역량의 70%가 몰려있다는 영변 핵 시설은 그야말로 북한 핵의 상징인데다 미국은 단순한 동결이나 폐기 약속 수준을 넘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철저한 핵 신고와 외부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절차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북미가 영변 핵 폐기에 합의하더라도 핵 신고와 사찰·검증 등 디테일을 두고서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2003년 탈퇴한 핵확산 금지조약(NPT)의 재가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협상 의제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하노이 담판은 북한이 영변 핵 폐기 약속을 어느 수준에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좌우되고, 미국이 제시할 상응조치의 수준도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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