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범기업의 남은 흔적…‘삼릉’ 마을을 아시나요?

입력 2019.02.26 (08:31) 수정 2019.0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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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동네에 얽힌 사연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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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범기업의 남은 흔적…‘삼릉’ 마을을 아시나요?
    • 입력 2019-02-26 08:37:12
    • 수정2019-02-26 09: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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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동네에 얽힌 사연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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