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일본에 등장한 고양이 맞춤형 아파트…NHK가 주목한 이유

입력 2019.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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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설계한 전용 아파트가 일본에 등장했다. 벽에 붙은 전용 계단 등 고양이 습성을 고려해 맞춤 설계를 적용했다. 동물 친화 시설은 결국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

고양이 친화적인 문화적 특성이 건축 설계에까지 영향을 준 것인데, 사육의 불편과 부담 때문에 동물을 내다 버리는 사례를 줄이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 벽면에 놀이용 계단
  발톱 갈이 대응 벽면, 전용문·전용창·샤워시설까지
▶ 고양이 전용 아파트, 유기동물 감소 대책으로 '주목'

■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 벽면에 놀이용 계단

'이프캣 후지사키(ifCAT ふじさき)'. 후쿠오카 시의 '미요시 부동산'이 사와라 구의 주택가에 지은 6층 아파트이다. 25∼30 ㎡ 형 20가구 규모로, 입주자 자격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거나 기를 예정인 사람이다.

최근 NHK가 공영방송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애묘인 전용 아파트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서 보도했다.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이 반려동물 복지와 유기동물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아파트 실내는 고양이와 주인 모두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벽면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전용 계단을 붙박이로 설치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놀아주지 않으면 실내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가 살찌기 쉬운 고양이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발톱 갈이 대응 벽면, 전용문·전용창, 샤워시설까지

벽면은 벽지를 바르지 않고, 페인트 도장으로 마감했다. 벽 아래쪽이나 가구의 다리 등을 긁으면서 발톱 갈이를 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집안에서는 책상이나 장롱, 소파 등이 발톱 자국으로 생채기투성이가 되기 쉽다. 벽지의 아래쪽은 금세 너덜너덜해지게 된다.


사람이 없을 때도 고양이 혼자서 집안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방문 아래에 소형 전용문을 설치했다. 혼자 창밖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작은 창을 낸 것도 혁신적이다.

공용 공간에는 고양이 전용 샤워 시설도 있다. 주인이 장시간 외출할 때 혼자 집을 지키는 고양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실내 온도와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 전용 아파트, 길고양이 도살처분 감소 대책으로 주목

NHK가 주목한 이유는 반려동물 중심 설계라는 신개념 아파트의 탄생 배경에 분양 마케팅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미요시 부동산 측은 '고양이 붐'이라 불릴 만큼 최근 고양이를 사육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도 주인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미요시 오사무 대표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늘려서, 고양이와 주인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도살처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육 환경을 좋게 만들어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한다는 발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에서도 사육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성 통계를 분석해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가 보호조치한 유기견은 7만 3천 마리, 유기묘는 4만 천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원래 주인도 새 주인도 만나지 못한 채 도살 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후쿠오카 현의 경우, 지난해(2018년) 도살 처분된 고양이만 천300여 마리에 이른다.

갖가지 대책과 아이디어가 잇따르고 있지만, 동물보호 선진국이라는 일본 역시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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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7 07:00:09
    특파원 리포트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설계한 전용 아파트가 일본에 등장했다. 벽에 붙은 전용 계단 등 고양이 습성을 고려해 맞춤 설계를 적용했다. 동물 친화 시설은 결국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

고양이 친화적인 문화적 특성이 건축 설계에까지 영향을 준 것인데, 사육의 불편과 부담 때문에 동물을 내다 버리는 사례를 줄이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 벽면에 놀이용 계단
  발톱 갈이 대응 벽면, 전용문·전용창·샤워시설까지
▶ 고양이 전용 아파트, 유기동물 감소 대책으로 '주목'

■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 벽면에 놀이용 계단

'이프캣 후지사키(ifCAT ふじさき)'. 후쿠오카 시의 '미요시 부동산'이 사와라 구의 주택가에 지은 6층 아파트이다. 25∼30 ㎡ 형 20가구 규모로, 입주자 자격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거나 기를 예정인 사람이다.

최근 NHK가 공영방송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애묘인 전용 아파트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서 보도했다. '고양이 친화적 주거 공간'이 반려동물 복지와 유기동물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아파트 실내는 고양이와 주인 모두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벽면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전용 계단을 붙박이로 설치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놀아주지 않으면 실내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가 살찌기 쉬운 고양이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발톱 갈이 대응 벽면, 전용문·전용창, 샤워시설까지

벽면은 벽지를 바르지 않고, 페인트 도장으로 마감했다. 벽 아래쪽이나 가구의 다리 등을 긁으면서 발톱 갈이를 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집안에서는 책상이나 장롱, 소파 등이 발톱 자국으로 생채기투성이가 되기 쉽다. 벽지의 아래쪽은 금세 너덜너덜해지게 된다.


사람이 없을 때도 고양이 혼자서 집안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방문 아래에 소형 전용문을 설치했다. 혼자 창밖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작은 창을 낸 것도 혁신적이다.

공용 공간에는 고양이 전용 샤워 시설도 있다. 주인이 장시간 외출할 때 혼자 집을 지키는 고양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실내 온도와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 전용 아파트, 길고양이 도살처분 감소 대책으로 주목

NHK가 주목한 이유는 반려동물 중심 설계라는 신개념 아파트의 탄생 배경에 분양 마케팅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미요시 부동산 측은 '고양이 붐'이라 불릴 만큼 최근 고양이를 사육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도 주인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미요시 오사무 대표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늘려서, 고양이와 주인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도살처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육 환경을 좋게 만들어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한다는 발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에서도 사육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성 통계를 분석해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가 보호조치한 유기견은 7만 3천 마리, 유기묘는 4만 천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원래 주인도 새 주인도 만나지 못한 채 도살 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후쿠오카 현의 경우, 지난해(2018년) 도살 처분된 고양이만 천300여 마리에 이른다.

갖가지 대책과 아이디어가 잇따르고 있지만, 동물보호 선진국이라는 일본 역시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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