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정규직, 신분은 임시직”…꼼수 정책에 우는 예술강사

입력 2019.03.11 (07:37) 수정 2019.03.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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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문화예술수업을 하는 예술강사가 도입된 지 올해로 꼭 20년째인데요.

예술강사들은 일은 정규직처럼 매년 반복하면서도 신분이나 처우는 임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정부의 꼼수가 있었는데, 김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예술강사 이산들 씨는 수요일마다 섬 학교로 갑니다.

[이산들/예술강사 : "월, 화, 목은 순천으로 다니고요. 금요일에는 목포 학교도 있고…."]

연극 수업, 국·영·수에 치이는 학생들에겐 숨이 트이는 시간입니다.

[박다인/안좌고등학교 학생 : "저희가 섬 학교다 보니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고 그런데 선생님들이 오시면 저희가 예술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어서 좋아요."]

예술강사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입니다.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한 뒤 민간 취업을 돕자는 취지인 만큼, 원칙적으로 반복 고용이 금지됩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이 원칙을 어겼습니다.

예술 강사의 재고용률은 90%가 넘고 최근엔 96%까지 치솟았습니다.

내실 있게 교육 하려다 보니 '한시적' 고용이 아닌 사실상 정규직 같은 고용형태가 된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사업 설계 당시에는 연속 고용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고 설계가 되다 보니까."]

예술강사 이종환 씨도 정부 측과 매년 10개월짜리 계약을 맺습니다.

두 달은 실업자 신세입니다.

정부 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속칭 '쪼개기' 계약을 맺기 때문입니다.

[이종환/예술 강사 : "10개월 단기 계약직, 그리고 초단기 근로자라는 자체가 그 신분이 너무 힘듭니다."]

예술강사는 또 주당 15시간 이상은 일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건강보험과 퇴직금, 연차 수당 등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정규직 전환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초 사업 취지를 고려해서 최대 시수를 조정했습니다."]

지난해 이런 부조리 해결을 위해 무기계약 전환심사가 열렸지만 학생 수 감소와 형평성 문제로 무산됐습니다.

[우지연/변호사 :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이고, 십수 년째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전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는다고 보이고요."]

5천여 명 예술강사들의 10개월 계약은 반복되고,

["선생님 어디 가요, 가지 마요. (내년에도 오실 거죠?)"]

예술강사들은 또 거리로 나섰습니다.

[김지영/예술 강사 : "강산이 두 번 변했는데…. 내 인생 18년을 학교 교육에 쏟았는데 뭔 짓을 해도 바뀌지 않고…."]

이중적인 정부 정책이 교육 현장을 또 한 번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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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은 정규직, 신분은 임시직”…꼼수 정책에 우는 예술강사
    • 입력 2019-03-11 07:35:07
    • 수정2019-03-11 0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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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문화예술수업을 하는 예술강사가 도입된 지 올해로 꼭 20년째인데요.

예술강사들은 일은 정규직처럼 매년 반복하면서도 신분이나 처우는 임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정부의 꼼수가 있었는데, 김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예술강사 이산들 씨는 수요일마다 섬 학교로 갑니다.

[이산들/예술강사 : "월, 화, 목은 순천으로 다니고요. 금요일에는 목포 학교도 있고…."]

연극 수업, 국·영·수에 치이는 학생들에겐 숨이 트이는 시간입니다.

[박다인/안좌고등학교 학생 : "저희가 섬 학교다 보니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고 그런데 선생님들이 오시면 저희가 예술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어서 좋아요."]

예술강사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입니다.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한 뒤 민간 취업을 돕자는 취지인 만큼, 원칙적으로 반복 고용이 금지됩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이 원칙을 어겼습니다.

예술 강사의 재고용률은 90%가 넘고 최근엔 96%까지 치솟았습니다.

내실 있게 교육 하려다 보니 '한시적' 고용이 아닌 사실상 정규직 같은 고용형태가 된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사업 설계 당시에는 연속 고용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고 설계가 되다 보니까."]

예술강사 이종환 씨도 정부 측과 매년 10개월짜리 계약을 맺습니다.

두 달은 실업자 신세입니다.

정부 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속칭 '쪼개기' 계약을 맺기 때문입니다.

[이종환/예술 강사 : "10개월 단기 계약직, 그리고 초단기 근로자라는 자체가 그 신분이 너무 힘듭니다."]

예술강사는 또 주당 15시간 이상은 일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건강보험과 퇴직금, 연차 수당 등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정규직 전환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초 사업 취지를 고려해서 최대 시수를 조정했습니다."]

지난해 이런 부조리 해결을 위해 무기계약 전환심사가 열렸지만 학생 수 감소와 형평성 문제로 무산됐습니다.

[우지연/변호사 :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이고, 십수 년째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전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는다고 보이고요."]

5천여 명 예술강사들의 10개월 계약은 반복되고,

["선생님 어디 가요, 가지 마요. (내년에도 오실 거죠?)"]

예술강사들은 또 거리로 나섰습니다.

[김지영/예술 강사 : "강산이 두 번 변했는데…. 내 인생 18년을 학교 교육에 쏟았는데 뭔 짓을 해도 바뀌지 않고…."]

이중적인 정부 정책이 교육 현장을 또 한 번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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