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이수진 감독 “낯설지만, 사유할 수 있는 영화”

입력 2019.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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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개봉하는 '우상'은 극장 문을 나선 뒤에 더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이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11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은 그 해석을 관객 몫으로 돌리며 말을 아꼈다.


영화는 한 사건으로 얽힌 세 인물 이야기를 그린다. 아들이 낸 뺑소니 교통사고로 궁지에 몰리는 전도유망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아들의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가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주인공이다.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동기로 움직인다. 구명회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유중식은 핏줄에 대한 집착으로, 최련화는 생존 그 자체를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 내면의 욕망은 이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맹목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는 우상의 오류에 빠진 인물들이 폭주하는 모습을 통해 우상의 헛됨을 말한다.

이 감독은 16년 전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보며 그 시작이 언제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2000년부터 출발해 시나리오를 돌리기 시작한 때가 2016년이니 16년간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을 받았죠. 직접 어떤 사건을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 문제가 군데군데 깔려있죠. 계급문제나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 등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 문제들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극 중 인물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아들을 잃은 중식은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최련화를 만난 뒤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입니다.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살았을 중국교포 최련화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죠. 쉽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무서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계급상으로 가장 낮지만, 가장 무서운 캐릭터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죠."

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계 주목받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전학을 가게 된 주인공 한공주가 겪는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이 독립영화였다면,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우상'은 상업영화 틀 속에서 심오한 주제의식을 담아냈다. 그 해석에 따라 누군가에는 어렵고 불편한 영화일 수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한국영화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장르 안에서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영화가 낯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구조나 구성, 주제, 소재가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지 않게 변주된 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대부분의 상업영화와 달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미지나 사운드 등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죠. 되짚어볼수록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가, 나의 꿈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작 '한공주'보다 더 깊게 파고들었고, 깊게 묘사하려 했다"면서 "상업영화 시스템 속에서 만든 영화여서 부담은 되지만 저와 배우,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만큼 그 낯섦이 좋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세심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서 찍어 배우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집요한 감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감독의 권한은 '오케이'(OK)를 하는 것"이라며 "그 오케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번 만족하는 작업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하는 이유도 그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죠. '우상'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돼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영화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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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상’ 이수진 감독 “낯설지만, 사유할 수 있는 영화”
    • 입력 2019-03-11 17:41:02
    연합뉴스
오는 20일 개봉하는 '우상'은 극장 문을 나선 뒤에 더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이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11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은 그 해석을 관객 몫으로 돌리며 말을 아꼈다.


영화는 한 사건으로 얽힌 세 인물 이야기를 그린다. 아들이 낸 뺑소니 교통사고로 궁지에 몰리는 전도유망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아들의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가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주인공이다.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동기로 움직인다. 구명회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유중식은 핏줄에 대한 집착으로, 최련화는 생존 그 자체를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 내면의 욕망은 이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맹목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는 우상의 오류에 빠진 인물들이 폭주하는 모습을 통해 우상의 헛됨을 말한다.

이 감독은 16년 전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보며 그 시작이 언제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2000년부터 출발해 시나리오를 돌리기 시작한 때가 2016년이니 16년간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을 받았죠. 직접 어떤 사건을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 문제가 군데군데 깔려있죠. 계급문제나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 등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 문제들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극 중 인물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아들을 잃은 중식은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최련화를 만난 뒤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입니다.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살았을 중국교포 최련화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죠. 쉽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무서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계급상으로 가장 낮지만, 가장 무서운 캐릭터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죠."

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계 주목받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전학을 가게 된 주인공 한공주가 겪는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이 독립영화였다면,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우상'은 상업영화 틀 속에서 심오한 주제의식을 담아냈다. 그 해석에 따라 누군가에는 어렵고 불편한 영화일 수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한국영화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장르 안에서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영화가 낯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구조나 구성, 주제, 소재가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지 않게 변주된 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대부분의 상업영화와 달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미지나 사운드 등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죠. 되짚어볼수록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가, 나의 꿈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작 '한공주'보다 더 깊게 파고들었고, 깊게 묘사하려 했다"면서 "상업영화 시스템 속에서 만든 영화여서 부담은 되지만 저와 배우,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만큼 그 낯섦이 좋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세심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서 찍어 배우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집요한 감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감독의 권한은 '오케이'(OK)를 하는 것"이라며 "그 오케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번 만족하는 작업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하는 이유도 그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죠. '우상'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돼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영화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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