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이어진 ‘사법농단’ 첫 재판…임종헌 “검찰 공소장은 신기루”

입력 2019.03.11 (20:42) 수정 2019.03.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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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재판에서 검사의 공소사실을 "신기루"에 비유하며 정면 비판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는 오늘(11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첫 재판이기도 한 이번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모두 7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피고인으로 첫 재판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미리 준비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작심한 듯 10분 동안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만 3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법부를 위해 일해왔지만, 법원행정처에서 일했던 게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엄중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감수할 것"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사법행정을 담당한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우선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지난 시기 사법부가 이른바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유관 기관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 관여' 혐의도 적극 부인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이 일선 법관의 양심을 꺾거나 강제로 관철한 건 아니었다"고 맞섰습니다.

문제가 된 법원행정처 검토 문건에 대해선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슈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내부 문서였다"며 "그것이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특히 화가 루벤스의 작품인 '시몬과 페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이 그림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영락없는 '포르노'이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聖畵)"라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마지막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검찰의)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며 재판부에 "공소장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하고 공정하게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가공의 프레임" "신기루"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검찰을 비판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검찰 측은 이어진 재판에서 "피고인과 측이야말로 본격 심리가 시작되는 초반부터 정당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유리한 판결을 얻으려는 부적절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또 "행정처 재직 당시 언론을 활용하려 시도한 전력을 보면, 피고인이 이번에도 언론을 활용해 사건을 왜곡시키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신기루 같은 허상인지 아닌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고 "언론을 상대로 변론하려는 피고인의 시도는 차단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임 전 차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에 열립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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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1 20:42:34
    • 수정2019-03-11 20:43:37
    사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재판에서 검사의 공소사실을 "신기루"에 비유하며 정면 비판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는 오늘(11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첫 재판이기도 한 이번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모두 7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피고인으로 첫 재판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미리 준비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작심한 듯 10분 동안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만 3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법부를 위해 일해왔지만, 법원행정처에서 일했던 게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엄중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감수할 것"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사법행정을 담당한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우선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지난 시기 사법부가 이른바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유관 기관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 관여' 혐의도 적극 부인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이 일선 법관의 양심을 꺾거나 강제로 관철한 건 아니었다"고 맞섰습니다.

문제가 된 법원행정처 검토 문건에 대해선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슈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내부 문서였다"며 "그것이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특히 화가 루벤스의 작품인 '시몬과 페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이 그림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영락없는 '포르노'이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聖畵)"라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마지막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검찰의)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며 재판부에 "공소장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하고 공정하게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가공의 프레임" "신기루"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검찰을 비판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검찰 측은 이어진 재판에서 "피고인과 측이야말로 본격 심리가 시작되는 초반부터 정당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유리한 판결을 얻으려는 부적절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또 "행정처 재직 당시 언론을 활용하려 시도한 전력을 보면, 피고인이 이번에도 언론을 활용해 사건을 왜곡시키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신기루 같은 허상인지 아닌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고 "언론을 상대로 변론하려는 피고인의 시도는 차단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임 전 차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에 열립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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