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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9 북미 정상회담
[취재후] 휘파람 불던 비건 대표…북미 어디서 틀어졌나
입력 2019.03.12 (17:54) 수정 2019.03.12 (17:56) 취재후
▲ 지난달 25일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서 포착된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휘파람 불던 미 실무협상 대표

지난달 25일 북미 간 의제 협상을 이끄는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휘파람을 불었다.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실무 협상장인 하노이 뒤 파르크 호텔로 가기 위해 차량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북미 간 실무협상을 한 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협상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질문하셔도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소리 없이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오늘 협상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비건 대표는 휘파람을 불었다. 호텔 로비에서 차량을 기다리고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20초 동안 계속 불었다.

비건 대표는 협상을 앞두고도 여유 있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기자들 앞에서 '엄지 척'을 했고, 성당에도 다녀왔던 비건 대표였으니 말이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에서 휘파람을 분 것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당시 휘파람 관련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합의문 초안도 나왔는데…

북미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두 번 이상 만나는 날도 있었을 만큼 마라톤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22일 협상을 전후해서는 북미가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낸 것으로 취재됐다. 의제 실무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5일 북미가 실무협상을 단 30분간 진행했다. 미 국무부 의제 실무 협상팀은 그날 메리어트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 이후로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추가로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폼페이오 기다리는데, 볼턴이 거기서 왜 나와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실무협상이 마무리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하노이에 입국해 아침 8시 30분에 하노이 메리어트에 들어왔다. 실무 협상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들어와 있던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 대사관 차량을 타고 나가는 동선을 미리 파악하려던 찰나,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침 일찍 메리어트에 체크인한 것이 파악됐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이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 동승자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았기에 거듭 확인했지만, 볼턴 보좌관의 체크인이 맞았다.

그날 메리어트에 투숙하고 있던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 등 협상팀 실무진들이 호텔 로비의 식당과 숙소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미 국무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였지만 외부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CNN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 회담을 요청했지만, 북측의 답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확대회담에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 당시, 볼턴 보좌관 앞에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 당시, 볼턴 보좌관 앞에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

'모 아니면 도' 빅딜, 누구 작품?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노란 봉투, 빅딜 문서를 누가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실무선에서 작성하고 통상적 방법으로 승인됐다"고 현지시간 10일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빅딜 문서'는 실무급에서 나올 수 없는 문서라는 분석이 미 조야에서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 강연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고 실무 협상에서도 관련 내용을 줄기로 협상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른바 '빅딜 문서'에는 주요 의제가 아니던 생화학무기와 탄도 미사일까지 포함됐다.

다만 현시점에는 비건 대표도 '토털 솔루션'을 원한다며 태세 전환을 한 상태다. 1월 강연에서 언급했던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거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기조를 공식화한 셈이다.


북한은 '옆걸음'중

최근 북한 동창리와 산음동의 움직임에 대해 미사일 발사 준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두고 북한이 "횡보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합의를 깨기는 어렵지만,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라고 보여주려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핵 물질과 핵탄두, ICBM까지 생산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내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재선 선거까지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임을 북한도 계산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미 상반기에는 만나야!

북미 간 공식 대화가 언제쯤 이뤄질지에 대해 복수의 외교 당국자들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교 당국자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이른 시일 내에는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상반기에는 북미가 만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당국자는 "다음 달 27일이면 판문점 선언 1주기가 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G20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하노이 회담에 대해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며 회담 결렬을 처음 언급함과 동시에 일본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일본 납치자 문제를 어필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취재후] 휘파람 불던 비건 대표…북미 어디서 틀어졌나
    • 입력 2019-03-12 17:54:25
    • 수정2019-03-12 17:56:49
    취재후
▲ 지난달 25일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서 포착된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휘파람 불던 미 실무협상 대표

지난달 25일 북미 간 의제 협상을 이끄는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휘파람을 불었다.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실무 협상장인 하노이 뒤 파르크 호텔로 가기 위해 차량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북미 간 실무협상을 한 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협상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질문하셔도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소리 없이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오늘 협상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비건 대표는 휘파람을 불었다. 호텔 로비에서 차량을 기다리고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20초 동안 계속 불었다.

비건 대표는 협상을 앞두고도 여유 있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기자들 앞에서 '엄지 척'을 했고, 성당에도 다녀왔던 비건 대표였으니 말이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에서 휘파람을 분 것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당시 휘파람 관련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합의문 초안도 나왔는데…

북미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두 번 이상 만나는 날도 있었을 만큼 마라톤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22일 협상을 전후해서는 북미가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낸 것으로 취재됐다. 의제 실무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5일 북미가 실무협상을 단 30분간 진행했다. 미 국무부 의제 실무 협상팀은 그날 메리어트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 이후로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추가로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폼페이오 기다리는데, 볼턴이 거기서 왜 나와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실무협상이 마무리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하노이에 입국해 아침 8시 30분에 하노이 메리어트에 들어왔다. 실무 협상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들어와 있던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 대사관 차량을 타고 나가는 동선을 미리 파악하려던 찰나,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침 일찍 메리어트에 체크인한 것이 파악됐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이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 동승자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았기에 거듭 확인했지만, 볼턴 보좌관의 체크인이 맞았다.

그날 메리어트에 투숙하고 있던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 등 협상팀 실무진들이 호텔 로비의 식당과 숙소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미 국무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였지만 외부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CNN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 회담을 요청했지만, 북측의 답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확대회담에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 당시, 볼턴 보좌관 앞에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 당시, 볼턴 보좌관 앞에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

'모 아니면 도' 빅딜, 누구 작품?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노란 봉투, 빅딜 문서를 누가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실무선에서 작성하고 통상적 방법으로 승인됐다"고 현지시간 10일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빅딜 문서'는 실무급에서 나올 수 없는 문서라는 분석이 미 조야에서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 강연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고 실무 협상에서도 관련 내용을 줄기로 협상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른바 '빅딜 문서'에는 주요 의제가 아니던 생화학무기와 탄도 미사일까지 포함됐다.

다만 현시점에는 비건 대표도 '토털 솔루션'을 원한다며 태세 전환을 한 상태다. 1월 강연에서 언급했던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거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기조를 공식화한 셈이다.


북한은 '옆걸음'중

최근 북한 동창리와 산음동의 움직임에 대해 미사일 발사 준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두고 북한이 "횡보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합의를 깨기는 어렵지만,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라고 보여주려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핵 물질과 핵탄두, ICBM까지 생산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내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재선 선거까지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임을 북한도 계산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미 상반기에는 만나야!

북미 간 공식 대화가 언제쯤 이뤄질지에 대해 복수의 외교 당국자들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교 당국자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이른 시일 내에는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상반기에는 북미가 만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당국자는 "다음 달 27일이면 판문점 선언 1주기가 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G20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하노이 회담에 대해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며 회담 결렬을 처음 언급함과 동시에 일본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일본 납치자 문제를 어필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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