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거짓말’과 기업 윤리

입력 2019.03.16 (07:43) 수정 2019.03.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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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재벌 기업의 윤리 경영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SK그룹의 한 계열사가 보인 어처구니없는 거짓말과 무책임한 행태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유해성 실험 자료를 20년 넘게 숨겨왔고, 회사 대표는 국회에까지 나가 국민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6년 전인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KBS의 취재가 시작된 초기, SK케미칼 측은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개발 당시의 실험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해당 보고서가 사라졌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3년 뒤인 2016년엔 회사 대표까지 국회에 나가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SK의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까지도 관련 직원이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었고,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해왔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확보한 유해성 보고서의 작성 시점입니다. 보고서는 1995년 작성됐는데, 제품은 이보다 빠른 1994년 12월 이미 출시됐습니다. 유해성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제품부터 미리 출시했다는 얘기인데, SK케미칼 측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보고서를 숨겨왔을 개연성이 높은 대목입니다.

위기에 부닥쳤을 때 어떤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수습하느냐는 기업의 품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의 하나입니다. 또 현대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이고, 이는 기업 윤리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재계 2위를 넘보는 SK그룹의 계열사가 이번 사건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거짓말'과 '사건 은폐'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철저한 자기반성,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후속 조처가 동반돼야 하는 이윱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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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거짓말’과 기업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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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3-16 09: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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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재벌 기업의 윤리 경영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SK그룹의 한 계열사가 보인 어처구니없는 거짓말과 무책임한 행태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유해성 실험 자료를 20년 넘게 숨겨왔고, 회사 대표는 국회에까지 나가 국민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6년 전인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KBS의 취재가 시작된 초기, SK케미칼 측은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개발 당시의 실험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해당 보고서가 사라졌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3년 뒤인 2016년엔 회사 대표까지 국회에 나가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SK의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까지도 관련 직원이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었고,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해왔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확보한 유해성 보고서의 작성 시점입니다. 보고서는 1995년 작성됐는데, 제품은 이보다 빠른 1994년 12월 이미 출시됐습니다. 유해성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제품부터 미리 출시했다는 얘기인데, SK케미칼 측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보고서를 숨겨왔을 개연성이 높은 대목입니다.

위기에 부닥쳤을 때 어떤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수습하느냐는 기업의 품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의 하나입니다. 또 현대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이고, 이는 기업 윤리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재계 2위를 넘보는 SK그룹의 계열사가 이번 사건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거짓말'과 '사건 은폐'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철저한 자기반성,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후속 조처가 동반돼야 하는 이윱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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