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학교안 총기 난사 왜…“게임 중독에 학생들의 놀림?”

입력 2019.03.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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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가 세계를 경악하게 한 가운데 이보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학교 안 총기 난사로 범인 2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브라질 언론들은 연일 사건 속보를 취재해 보도하며 범인들의 범행 동기와 이후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터넷 게임 중독과 가정 문제학교 '왕따' 등 여러 문제가 복합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함께 브라질 새정부의 총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학교 건물 들어서자 마자 '탕!탕!'

사건이 일어난 곳은 브라질 상파울루시 인근 중산층이 모여 사는 수자노시의 공립학교다.

총을 난사한 범인은 17살 길례르미 몬테이로와 25살 루이스 카스트로, 이들은 학교 총기 난사 전 인근의 렌트차량 업체를 찾아가 길례르미의 51살 삼촌을 총으로 살해하고 차량을 몰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한 시각은 13일 오전 9시 40분쯤, 수업이 막 시작됐을 때였다. 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각종 무기를 담은 가방을 메고 학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권총을 마구 쏘아댔다.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학생들을 붙잡아 폭력을 가하기도 했고 숨진 교직원의 시신을 훼손하기도 했다.

이들이 총기를 난사한 시간은 10분 정도로 학교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과 교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의 범행은 어학실 앞 통로에서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끝이 났다.


범인들의 차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게임 전술이 적혀 있고 총이 그려져 있다.범인들의 차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게임 전술이 적혀 있고 총이 그려져 있다.

노트에 적힌 게임 전술과 총기

어릴 적부터 형과 동생으로 친하게 지냈던 몬테이로와 카스트로는 이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학교에 타고 왔던 차량 안에서 두 권의 노트를 발견했다. 노트에는 이들이 즐겨 했던 인터넷 전투 게임의 전술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각종 인터넷 게임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전술 등을 빼곡하게 적어놨고 권총과 복면을 그려 놓기도 했다. 또 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서로의 약속을 적어 놓기도 했다.

경찰은 노트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범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수사관은 이들이 범행을 1년 이상 계획했다며 이들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콜럼바인 사건은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총기 난사를 벌여 13명이 사망한 사고를 말한다.

일주일에 3차례 만나 전투 게임

범행 뒤 이들 주변에서는 권총과 활, 화살, 석궁, 화염병, 도끼 등이 발견됐다. 게임에 나오는 각종 무기 아이템처럼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실제 몬테이로와 카스트로는 일주일에 3번 정도 만나 동네 PC방에서 인터넷 전투 게임에 몰두했다. PC방 여종업원은 이들이 자주 함께 왔고, 인터넷 전투 게임을 하는 동안 욕설과 함께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17살 길례르미의 어머니는 아들이 새벽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다 잠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범행 전 복면을 쓰고 총을 든 17세 길례르미범행 전 복면을 쓰고 총을 든 17세 길례르미

범행 동기는?

정부와 경찰은 아직까지 이들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에 몰두해 있었던 점으로 봐서 게임 중독이 범행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동료 학생들의 놀림도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길례르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길례르미의 할머니가 넉 달 전 사망한 이후 길례르미가 슬픔에 빠져 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외로움을 겪은 것도 범행과 연관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총에는 총' 총기 규제 완화 논란 재점화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총기 소유 규제 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총기 관련 법령에 서명했는데 이 법령은 총기의 등록과 소유, 판매 등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 미디어 회사인 폴랴 그룹이 운영하는 뉴스포털 UOL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규제가 완화하면 민간의 총기 보유량이 3∼4년 안에 3배 수준으로 늘어나 2천만 정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총기가 늘어나면 인명피해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총기 소유와 관련해 많은 착오가 있다"면서 "자기방어 권리를 확보하는 과정의 시작이며 공공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곧 마련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총기 소유에 대한 의견은 반대 61%, 찬성 37%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에는 총으로 대응해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브라질 새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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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학교안 총기 난사 왜…“게임 중독에 학생들의 놀림?”
    • 입력 2019-03-17 14:02:40
    특파원 리포트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가 세계를 경악하게 한 가운데 이보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학교 안 총기 난사로 범인 2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브라질 언론들은 연일 사건 속보를 취재해 보도하며 범인들의 범행 동기와 이후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터넷 게임 중독과 가정 문제학교 '왕따' 등 여러 문제가 복합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함께 브라질 새정부의 총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학교 건물 들어서자 마자 '탕!탕!'

사건이 일어난 곳은 브라질 상파울루시 인근 중산층이 모여 사는 수자노시의 공립학교다.

총을 난사한 범인은 17살 길례르미 몬테이로와 25살 루이스 카스트로, 이들은 학교 총기 난사 전 인근의 렌트차량 업체를 찾아가 길례르미의 51살 삼촌을 총으로 살해하고 차량을 몰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한 시각은 13일 오전 9시 40분쯤, 수업이 막 시작됐을 때였다. 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각종 무기를 담은 가방을 메고 학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권총을 마구 쏘아댔다.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학생들을 붙잡아 폭력을 가하기도 했고 숨진 교직원의 시신을 훼손하기도 했다.

이들이 총기를 난사한 시간은 10분 정도로 학교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과 교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의 범행은 어학실 앞 통로에서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끝이 났다.


범인들의 차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게임 전술이 적혀 있고 총이 그려져 있다.
노트에 적힌 게임 전술과 총기

어릴 적부터 형과 동생으로 친하게 지냈던 몬테이로와 카스트로는 이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학교에 타고 왔던 차량 안에서 두 권의 노트를 발견했다. 노트에는 이들이 즐겨 했던 인터넷 전투 게임의 전술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각종 인터넷 게임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전술 등을 빼곡하게 적어놨고 권총과 복면을 그려 놓기도 했다. 또 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서로의 약속을 적어 놓기도 했다.

경찰은 노트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범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수사관은 이들이 범행을 1년 이상 계획했다며 이들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콜럼바인 사건은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총기 난사를 벌여 13명이 사망한 사고를 말한다.

일주일에 3차례 만나 전투 게임

범행 뒤 이들 주변에서는 권총과 활, 화살, 석궁, 화염병, 도끼 등이 발견됐다. 게임에 나오는 각종 무기 아이템처럼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실제 몬테이로와 카스트로는 일주일에 3번 정도 만나 동네 PC방에서 인터넷 전투 게임에 몰두했다. PC방 여종업원은 이들이 자주 함께 왔고, 인터넷 전투 게임을 하는 동안 욕설과 함께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17살 길례르미의 어머니는 아들이 새벽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다 잠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범행 전 복면을 쓰고 총을 든 17세 길례르미
범행 동기는?

정부와 경찰은 아직까지 이들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에 몰두해 있었던 점으로 봐서 게임 중독이 범행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동료 학생들의 놀림도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길례르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길례르미의 할머니가 넉 달 전 사망한 이후 길례르미가 슬픔에 빠져 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외로움을 겪은 것도 범행과 연관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총에는 총' 총기 규제 완화 논란 재점화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총기 소유 규제 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총기 관련 법령에 서명했는데 이 법령은 총기의 등록과 소유, 판매 등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 미디어 회사인 폴랴 그룹이 운영하는 뉴스포털 UOL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규제가 완화하면 민간의 총기 보유량이 3∼4년 안에 3배 수준으로 늘어나 2천만 정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총기가 늘어나면 인명피해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총기 소유와 관련해 많은 착오가 있다"면서 "자기방어 권리를 확보하는 과정의 시작이며 공공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곧 마련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총기 소유에 대한 의견은 반대 61%, 찬성 37%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에는 총으로 대응해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브라질 새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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