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땅속 천만 ‘개미왕국’ 보존한다

입력 2019.03.18 (11:32) 수정 2019.03.18 (11: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 6동. 도로와 접한 알짜배기 위치에 구 농림축산검역본부 건물이 있다. 농림 본부는 3년 전 경북 김천으로 이전했다. 안양시는 지난해 초 이 땅을 1,293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개발 계획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 1,000만 마리 개미 초군체

이 부지 한쪽에 7,000㎡ 규모의 공원이 있다. 수령이 수십 년은 넘어 보이는 벚나무와 버드나무도 있다. 나무와 화단 경계석 근처에선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찌나 개미가 많은지 안양시가 '개미 주의'라는 경고판을 공원 곳곳에 설치했을 정도다.


공원 땅 밑에 1,000만 마리 규모의 개미 초군체가 있다는 깜짝 발표가 나온 게 4년 전이다. 국립생태원이 현장 조사를 거쳐 내린 결과다. 주로 일본왕개미로 추정된다.


보통 개미 군체는 여왕개미 한 마리와 일개미 수만 마리로 이뤄진다. 통상 2만~3만 마리 규모다. 이런 군체들 여러 개가 한 데 모여 서로 모여 사는 곳이 초군체다. 안양시의 개미 초군체는 수백 개 군체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규모다. 국립생태원은 드문 사례라며 보존을 요청했다.

◆ 개발 vs 보존?

개발 계획을 수립하려던 안양시는 고민에 빠졌다. 애초 예상에 없던 개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 농림본부 부지는 동서남북이 도로나 건물과 접해 있다. 정원 터가 개발 계획에 포함되면, 개미 초군체는 갈 곳이 없다. 대부분 죽음을 맞이할 터였다. 일부 개미들이 근처 주택가로 침입할 가능성도 있었다.

구 농림본부 부지의 공원 터에선 이 같은 개미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구 농림본부 부지의 공원 터에선 이 같은 개미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역 시민단체도 보존에 힘을 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개미 왕국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개미 박물관, 개미 학습장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근 주민의 민원이 변수로 떠올랐다. 집에 개미들이 휘젓고 다닌다는 피해 민원이 잇따랐다. 안양시는 지난해 10월 급하게 국립생태원에 다시 자문했다.

국립생태원은 일본왕개미 등 공원에서 발견된 개미 개체들은 가정집에서 살 수 없는 개체라고 회신했다. 공원 부지의 개미 초군체가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주긴 어렵다는 얘기다. 국립생태원은 다시 한 번 '개발보다 보존'을 요청했다.

◆ 초군체 보존 결정

결국, 안양시는 최근 구 농림본부 부지를 비즈니스센터 등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건축설계와 시공사 선정을 한다. 내년부터 4년 동안 준공하는 일정이다. 안양시의 개발 계획에는 기존 7,000㎡ 규모의 공원이 그대로 공원으로 남겨졌다. 1,000만 마리 개미 초군체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셈이다.

김동근 안양시 스마트밸리팀 팀장은 "노령수가 많고 개미 초군체도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공원 유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학습장이나 식물원 조성 등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미왕국의 보존을 요청해 온 국립생태원은 반색했다. 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은 "안정적인 생태환경에 힘입어 개미 군체가 수십 년 동안 세를 불려 온 것으로 보인다"며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이번 초군체 사례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안양시 땅속 천만 ‘개미왕국’ 보존한다
    • 입력 2019-03-18 11:32:41
    • 수정2019-03-18 11:33:02
    취재K
경기도 안양시 안양 6동. 도로와 접한 알짜배기 위치에 구 농림축산검역본부 건물이 있다. 농림 본부는 3년 전 경북 김천으로 이전했다. 안양시는 지난해 초 이 땅을 1,293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개발 계획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 1,000만 마리 개미 초군체

이 부지 한쪽에 7,000㎡ 규모의 공원이 있다. 수령이 수십 년은 넘어 보이는 벚나무와 버드나무도 있다. 나무와 화단 경계석 근처에선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찌나 개미가 많은지 안양시가 '개미 주의'라는 경고판을 공원 곳곳에 설치했을 정도다.


공원 땅 밑에 1,000만 마리 규모의 개미 초군체가 있다는 깜짝 발표가 나온 게 4년 전이다. 국립생태원이 현장 조사를 거쳐 내린 결과다. 주로 일본왕개미로 추정된다.


보통 개미 군체는 여왕개미 한 마리와 일개미 수만 마리로 이뤄진다. 통상 2만~3만 마리 규모다. 이런 군체들 여러 개가 한 데 모여 서로 모여 사는 곳이 초군체다. 안양시의 개미 초군체는 수백 개 군체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규모다. 국립생태원은 드문 사례라며 보존을 요청했다.

◆ 개발 vs 보존?

개발 계획을 수립하려던 안양시는 고민에 빠졌다. 애초 예상에 없던 개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 농림본부 부지는 동서남북이 도로나 건물과 접해 있다. 정원 터가 개발 계획에 포함되면, 개미 초군체는 갈 곳이 없다. 대부분 죽음을 맞이할 터였다. 일부 개미들이 근처 주택가로 침입할 가능성도 있었다.

구 농림본부 부지의 공원 터에선 이 같은 개미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역 시민단체도 보존에 힘을 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개미 왕국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개미 박물관, 개미 학습장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근 주민의 민원이 변수로 떠올랐다. 집에 개미들이 휘젓고 다닌다는 피해 민원이 잇따랐다. 안양시는 지난해 10월 급하게 국립생태원에 다시 자문했다.

국립생태원은 일본왕개미 등 공원에서 발견된 개미 개체들은 가정집에서 살 수 없는 개체라고 회신했다. 공원 부지의 개미 초군체가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주긴 어렵다는 얘기다. 국립생태원은 다시 한 번 '개발보다 보존'을 요청했다.

◆ 초군체 보존 결정

결국, 안양시는 최근 구 농림본부 부지를 비즈니스센터 등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건축설계와 시공사 선정을 한다. 내년부터 4년 동안 준공하는 일정이다. 안양시의 개발 계획에는 기존 7,000㎡ 규모의 공원이 그대로 공원으로 남겨졌다. 1,000만 마리 개미 초군체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셈이다.

김동근 안양시 스마트밸리팀 팀장은 "노령수가 많고 개미 초군체도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공원 유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학습장이나 식물원 조성 등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미왕국의 보존을 요청해 온 국립생태원은 반색했다. 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은 "안정적인 생태환경에 힘입어 개미 군체가 수십 년 동안 세를 불려 온 것으로 보인다"며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이번 초군체 사례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