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음알음’ 채용…조동호 후보자의 엇나간 아들 사랑?

입력 2019.03.24 (07:00) 수정 2019.03.24 (15: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장인과 모친이 산 땅의 공시지가만 10억 원을 훌쩍 넘어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번엔 아들 문제가 국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작은 조 후보자가 장남의 재산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서부터였다.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큰아들의 미국 내 급여와 주택 임대료에 별 차이가 없는 걸로 드러나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조 후보자의 ‘아들 사랑’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회사서 '인턴'한 장남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큰아들 영문 이력서 캡처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큰아들 영문 이력서 캡처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자신의 이력서에 '동원올레브'에서 2개월, '올레브테크놀로지'에서 9개월간 '인턴'을 했다고 적었다. 두 회사 모두 조 후보자가 깊게 관여한 곳이다.

동원올레브는 지난 2011년 9월 만들어진 무선 충전 전기차 개발업체다. 동원의 자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산학협력 기업인데, 설립 당시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 센터장이던 조 후보자가 회사가 만들어질 때부터 3년 가까이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올레브테크놀로지는 이 회사의 미국지사 격이다. 다시 말해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아버지가 이사인 회사에서 '인턴'을 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사회 경험을 쌓으라는 취지로 서울에 있는 동원올레브에서 한두 달 정도 번역일을 주로 하는 인턴을 해 보는 게 어떤지 권유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국민들 눈높이에 부족했다"면서 "공과 사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아버지가 이사인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건 아니다. 경력이 자산인 시대에 국민 정서상 '불편'하긴 하지만, 공정한 절차에 따라 뽑혔다면 문제가 될 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데 있다.

채용공고 없이 '알음알음' 깜깜이 인턴

윤상직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동원올레브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정식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조 후보자 장남이 정식으로 채용된 적은 없다"며 "2012년 5월부터 20일 정도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식 인턴이 아닌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기록도 없고, 그룹 차원에서 파악도 안 됐다는 얘기다. 이력서에 '인턴'으로 쓴 건 둘째 치더라도, 불투명했던 채용과정에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버지 권유로 시작된 ‘일자리’…채용 관여 안했다지만

조 후보자 둘째 아들의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세금납부 내역을 보면 둘째 아들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KAIST에서 '위촉기능원'으로 연구보조업무를 수행해 700만 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걸로 돼 있다. 당시 둘째 아들은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국내에서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위촉기능원 채용은 별도의 채용공고가 없었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형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권유였다.

조 후보자 측은 “당시 영어자료 작성 등 연구보조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시간 여유가 많던 차남에게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라고 알려줬다”면서 "차남의 선발을 주관하거나 채용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남이 참여한 연구과제는 다른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과제였다는 사실이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용계약서 캡처 출처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 의원당시 고용계약서 캡처 출처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 의원

조 후보자 측의 해명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KAIST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 측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조 후보자 둘째 아들의 고용계약서에는 당시 참여한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조 후보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던 사업명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 측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둘째 아들의 위촉기능원 채용과정 의혹이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두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 좋은 장관 될 수 있을까?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시대에 아들의 앞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두 아들에 대한 조 후보자의 '사랑'을 인지상정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지원사업의 연구책임자나 기업의 사내이사 직위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공과 사를 엄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알음알음’ 채용…조동호 후보자의 엇나간 아들 사랑?
    • 입력 2019-03-24 07:00:28
    • 수정2019-03-24 15:32:37
    취재K
장인과 모친이 산 땅의 공시지가만 10억 원을 훌쩍 넘어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번엔 아들 문제가 국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작은 조 후보자가 장남의 재산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서부터였다.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큰아들의 미국 내 급여와 주택 임대료에 별 차이가 없는 걸로 드러나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조 후보자의 ‘아들 사랑’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회사서 '인턴'한 장남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큰아들 영문 이력서 캡처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자신의 이력서에 '동원올레브'에서 2개월, '올레브테크놀로지'에서 9개월간 '인턴'을 했다고 적었다. 두 회사 모두 조 후보자가 깊게 관여한 곳이다.

동원올레브는 지난 2011년 9월 만들어진 무선 충전 전기차 개발업체다. 동원의 자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산학협력 기업인데, 설립 당시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 센터장이던 조 후보자가 회사가 만들어질 때부터 3년 가까이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올레브테크놀로지는 이 회사의 미국지사 격이다. 다시 말해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아버지가 이사인 회사에서 '인턴'을 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사회 경험을 쌓으라는 취지로 서울에 있는 동원올레브에서 한두 달 정도 번역일을 주로 하는 인턴을 해 보는 게 어떤지 권유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국민들 눈높이에 부족했다"면서 "공과 사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아버지가 이사인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건 아니다. 경력이 자산인 시대에 국민 정서상 '불편'하긴 하지만, 공정한 절차에 따라 뽑혔다면 문제가 될 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데 있다.

채용공고 없이 '알음알음' 깜깜이 인턴

윤상직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큰아들은 동원올레브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정식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조 후보자 장남이 정식으로 채용된 적은 없다"며 "2012년 5월부터 20일 정도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식 인턴이 아닌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기록도 없고, 그룹 차원에서 파악도 안 됐다는 얘기다. 이력서에 '인턴'으로 쓴 건 둘째 치더라도, 불투명했던 채용과정에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버지 권유로 시작된 ‘일자리’…채용 관여 안했다지만

조 후보자 둘째 아들의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세금납부 내역을 보면 둘째 아들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KAIST에서 '위촉기능원'으로 연구보조업무를 수행해 700만 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걸로 돼 있다. 당시 둘째 아들은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국내에서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위촉기능원 채용은 별도의 채용공고가 없었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형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권유였다.

조 후보자 측은 “당시 영어자료 작성 등 연구보조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시간 여유가 많던 차남에게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라고 알려줬다”면서 "차남의 선발을 주관하거나 채용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남이 참여한 연구과제는 다른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과제였다는 사실이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용계약서 캡처 출처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 의원
조 후보자 측의 해명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KAIST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 측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조 후보자 둘째 아들의 고용계약서에는 당시 참여한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조 후보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던 사업명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 측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둘째 아들의 위촉기능원 채용과정 의혹이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두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 좋은 장관 될 수 있을까?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시대에 아들의 앞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두 아들에 대한 조 후보자의 '사랑'을 인지상정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지원사업의 연구책임자나 기업의 사내이사 직위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공과 사를 엄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