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총 든 靑경호원?…“교과서적 대응”

입력 2019.03.24 (22:53) 수정 2019.03.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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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하태경 "기관단총 든 靑경호원 '섬뜩'…경호 수칙 위반"

'브로콜리'를 파는 채소 가게 앞에 서있는 파란 점퍼 차림의 이 남성. 오른손을 자세히 보면 긴 총을 쥐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가 찍은 사진입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 갑)은 24일 오전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 남성이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라며 "경호 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경호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대통령 근접경호 시 무장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 경호원은 민생시찰 현장에서 기관단총을 보이게 들었으니 경호 수칙 위반이라는 겁니다. 하 의원은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 시장에 등장한게 사실일까요? 또 그게 맞다면, 경호 수칙 위반일까요?

청와대 "경호처 직원 맞다…지극히 당연한 경호 활동"

청와대는 곧바로 "사진은 속 인물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고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는 겁니다.

또 이런 대응은 "문재인 정부에서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때 사진도 찾아서 공개했습니다. 모두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몸에 지니고 경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입니다.

2008년 8월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청와대 제공)2008년 8월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청와대 제공)


2015년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광주 월드컵경기장/ 청와대 제공)2015년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광주 월드컵경기장/ 청와대 제공)


2016년 6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기업 방문(인천공항터미널/ 청와대 제공)2016년 6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기업 방문(인천공항터미널/ 청와대 제공)

"사전 검색 불가능한 '전통 시장'…고도의 대응 태세 요구"

청와대는 "무장 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미리 검색대를 통과한 사람들만 참석하는 공식 행사장이라면 하 의원의 말이 맞지만,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할 수 없고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게 시장 방문"인 만큼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청와대는 사진 속 경호처 직원은 대통령과 시장 상인들을 등에 두고 바깥쪽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부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장 상인들도 함께 보호하는, 경호의 기본 수칙에 해당한다"는 얘깁니다.

"대통령 외부 행사 때 '대테러대응팀' 곳곳에 배치"

대구 칠성종합시장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경호처 직원은, 정확히는 경호처 소속 '대테러대응팀' 직원이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외부 행사 때 무기를 지닌 대테러대응팀 직원들이 시장 주변 입구나 건물, 저격이 가능한 건물엔 다 올라가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중들이 흔히 보는 청와대 경호원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모습이지만, 테러에 대응할 수 있게 소총 등 무기를 지닌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있다는 겁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어느 수준의 경호를 할지가 정해지고, 거기에 따라 준비하는 무기도 달라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사복을 입을지, 정복을 입을지도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경호 수칙 위반? 靑 "총기 노출 관련 규정 없어"

그렇다면 하 의원이 제기한 '경호 수칙 위반' 논란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를 할 때 총기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호 수칙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응을 어떻게 빨리 하느냐에 대한 세부 수칙이 정해져 있을뿐 총기 노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 수칙은 비공개라,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청와대는 하 의원이 글을 올린지 약 3시간만에 대변인이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오후엔 청와대 주장을 뒷받침할 사진도 직접 찾아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청와대 반박 자료가 나온 뒤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은 원래부터 '무장 경호'를 문제 삼은게 아니라 '과잉 경호'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 비판의 요지는 기관단총을 보이도록 노출한 이번 칠성시장 경호가 적절했냐 아니면 과했냐 하는 것입니다. 좁은 시장 안에서 기관단총을 반쯤 꺼내놓은 것에 대해 불편함, 위화감을 느낀 시민들이 있었고, 사진 본 사람들이 그것이 믿기지 않아 합성사진인지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저에게 제보를 했던 것입니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친근한 경호' 하며 대통령·시민 안전 지키는 길은?

[사진 출처 : 청와대 제공][사진 출처 : 청와대 제공]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목표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현 정부 경호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을 보기 위해 갔다가 총을 든 경호원을 마주치게 된다면, 과연 시민들이 '친근한 경호','낮은 경호'로 느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열린 경호'를 하면서도 대통령과 시민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호처 직원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지만, 이번 기회에 관련 수칙을 더 꼼꼼히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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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4 22:53:57
    • 수정2019-03-25 15:21:45
    취재K
  [사진 출처 :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하태경 "기관단총 든 靑경호원 '섬뜩'…경호 수칙 위반"

'브로콜리'를 파는 채소 가게 앞에 서있는 파란 점퍼 차림의 이 남성. 오른손을 자세히 보면 긴 총을 쥐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가 찍은 사진입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 갑)은 24일 오전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 남성이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라며 "경호 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경호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대통령 근접경호 시 무장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 경호원은 민생시찰 현장에서 기관단총을 보이게 들었으니 경호 수칙 위반이라는 겁니다. 하 의원은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 시장에 등장한게 사실일까요? 또 그게 맞다면, 경호 수칙 위반일까요?

청와대 "경호처 직원 맞다…지극히 당연한 경호 활동"

청와대는 곧바로 "사진은 속 인물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고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는 겁니다.

또 이런 대응은 "문재인 정부에서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때 사진도 찾아서 공개했습니다. 모두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몸에 지니고 경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입니다.

2008년 8월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청와대 제공)

2015년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광주 월드컵경기장/ 청와대 제공)

2016년 6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기업 방문(인천공항터미널/ 청와대 제공)
"사전 검색 불가능한 '전통 시장'…고도의 대응 태세 요구"

청와대는 "무장 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미리 검색대를 통과한 사람들만 참석하는 공식 행사장이라면 하 의원의 말이 맞지만,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할 수 없고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게 시장 방문"인 만큼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청와대는 사진 속 경호처 직원은 대통령과 시장 상인들을 등에 두고 바깥쪽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부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장 상인들도 함께 보호하는, 경호의 기본 수칙에 해당한다"는 얘깁니다.

"대통령 외부 행사 때 '대테러대응팀' 곳곳에 배치"

대구 칠성종합시장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경호처 직원은, 정확히는 경호처 소속 '대테러대응팀' 직원이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외부 행사 때 무기를 지닌 대테러대응팀 직원들이 시장 주변 입구나 건물, 저격이 가능한 건물엔 다 올라가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중들이 흔히 보는 청와대 경호원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모습이지만, 테러에 대응할 수 있게 소총 등 무기를 지닌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있다는 겁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어느 수준의 경호를 할지가 정해지고, 거기에 따라 준비하는 무기도 달라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사복을 입을지, 정복을 입을지도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경호 수칙 위반? 靑 "총기 노출 관련 규정 없어"

그렇다면 하 의원이 제기한 '경호 수칙 위반' 논란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를 할 때 총기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호 수칙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응을 어떻게 빨리 하느냐에 대한 세부 수칙이 정해져 있을뿐 총기 노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 수칙은 비공개라,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청와대는 하 의원이 글을 올린지 약 3시간만에 대변인이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오후엔 청와대 주장을 뒷받침할 사진도 직접 찾아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청와대 반박 자료가 나온 뒤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은 원래부터 '무장 경호'를 문제 삼은게 아니라 '과잉 경호'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 비판의 요지는 기관단총을 보이도록 노출한 이번 칠성시장 경호가 적절했냐 아니면 과했냐 하는 것입니다. 좁은 시장 안에서 기관단총을 반쯤 꺼내놓은 것에 대해 불편함, 위화감을 느낀 시민들이 있었고, 사진 본 사람들이 그것이 믿기지 않아 합성사진인지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저에게 제보를 했던 것입니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친근한 경호' 하며 대통령·시민 안전 지키는 길은?

[사진 출처 : 청와대 제공]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목표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현 정부 경호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을 보기 위해 갔다가 총을 든 경호원을 마주치게 된다면, 과연 시민들이 '친근한 경호','낮은 경호'로 느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열린 경호'를 하면서도 대통령과 시민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호처 직원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지만, 이번 기회에 관련 수칙을 더 꼼꼼히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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