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부, 검찰 공소장 지적…“피고인에 부정적 편견 갖게 할 우려”

입력 2019.03.25 (15:08) 수정 2019.03.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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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이 피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도록 작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5부는 오늘(25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소장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예단을 갖도록 작성돼서는 안되고 공소사실만 담고있어야 하는데, 유죄라는 편견을 갖게 작성됐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우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교조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이 부분은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것이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이 한 행위의 내용을 기재했다"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를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고용노동부 관련 사건을 보고받았다는 공소장 내용에 대해 "심의관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은 2014년 12월인데, 박병대 피고인과 임 전 차장이 이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보고 받았다는 건 한참 뒤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소사실이 이미 다 특정이 됐음에도, 이와 관련 없는 (행위의) 결과와 영향까지 계속해서 기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공소장을 읽다보면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공소 제기된 취지가 약간 불분명한 부분이 몇 군데가 더 있다"면서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며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은) 2011년부터 6년 동안 여러 동기와 배경, 목적에 의해 이뤄졌고, 은밀하고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직권남용은 정당한 직무권한 범위 내의 범행이므로 공소장에서 정확한 경위를 설시하지 않으면 왜 범죄가 되는지, 피고인이 뭘 방어해야 하는지 등이 불명확해져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모두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다음주 초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 요구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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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5 15:08:30
    • 수정2019-03-25 15:22:50
    사회
'사법 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이 피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도록 작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5부는 오늘(25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소장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예단을 갖도록 작성돼서는 안되고 공소사실만 담고있어야 하는데, 유죄라는 편견을 갖게 작성됐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우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교조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이 부분은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것이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이 한 행위의 내용을 기재했다"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를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고용노동부 관련 사건을 보고받았다는 공소장 내용에 대해 "심의관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은 2014년 12월인데, 박병대 피고인과 임 전 차장이 이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보고 받았다는 건 한참 뒤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소사실이 이미 다 특정이 됐음에도, 이와 관련 없는 (행위의) 결과와 영향까지 계속해서 기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공소장을 읽다보면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공소 제기된 취지가 약간 불분명한 부분이 몇 군데가 더 있다"면서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며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은) 2011년부터 6년 동안 여러 동기와 배경, 목적에 의해 이뤄졌고, 은밀하고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직권남용은 정당한 직무권한 범위 내의 범행이므로 공소장에서 정확한 경위를 설시하지 않으면 왜 범죄가 되는지, 피고인이 뭘 방어해야 하는지 등이 불명확해져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모두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다음주 초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 요구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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