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항 지열발전 ‘평가표’ 보니…‘지진 위험’ 안중에도 없었다

입력 2019.03.25 (18:56) 수정 2019.03.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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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W급 지열발전 상용화기술개발 종합평가표 (2010년, 자료제공: 김정재 의원실)

'포항 지열발전 사업' 평가표에 안전성 평가 없어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 평가표에 지진이나 안전 관련 내용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포항 사업자 공모는 넥스지오와 동서발전 양측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에 제출한 당시 '신규과제 종합평가표'를 보면 기술성 70점과 경제성 30점으로 배점돼 있습니다. 세부 항목에도 준비성과 기술의 혁신성, 파급 효과 등만 따지고 있고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2010년 심사 4년 전 '바젤' 중단

심사가 진행되던 2010년은 이미 4년 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가 지진으로 중단된 뒤였고, 이 사실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바젤 책임자 해링 박사가 넥스지오 컨소시엄에 자문을 맡기도 해 지진의 위험성은 관련 당사자에게 잘 알려져 있던 상황이었지만 평가표에는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공격적으로 앞당길 필요성" 부추긴 심사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역시 지진이나 안전과 관련된 평가의견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3km 시추경험이 있으니 공격적으로 앞당겨 진행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업을 부추겼습니다. 이에 대해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심사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해서, 특히 지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놓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진과 안전성 검토가 빠진 평가표를 토대로 지열발전 사업자가 선정됐고 결국 초유의 인공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사업 공모 시에 안전성을 안 따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앞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정부에서 환경영향이나 기준을 집어넣게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당국자는 "기술성 평가에 안전성도 들어갔을 수 있으나, 사정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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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포항 지열발전 ‘평가표’ 보니…‘지진 위험’ 안중에도 없었다
    • 입력 2019-03-25 18:56:04
    • 수정2019-03-25 19:43:02
    취재K
   MW급 지열발전 상용화기술개발 종합평가표 (2010년, 자료제공: 김정재 의원실)

'포항 지열발전 사업' 평가표에 안전성 평가 없어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 평가표에 지진이나 안전 관련 내용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포항 사업자 공모는 넥스지오와 동서발전 양측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에 제출한 당시 '신규과제 종합평가표'를 보면 기술성 70점과 경제성 30점으로 배점돼 있습니다. 세부 항목에도 준비성과 기술의 혁신성, 파급 효과 등만 따지고 있고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2010년 심사 4년 전 '바젤' 중단

심사가 진행되던 2010년은 이미 4년 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가 지진으로 중단된 뒤였고, 이 사실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바젤 책임자 해링 박사가 넥스지오 컨소시엄에 자문을 맡기도 해 지진의 위험성은 관련 당사자에게 잘 알려져 있던 상황이었지만 평가표에는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공격적으로 앞당길 필요성" 부추긴 심사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역시 지진이나 안전과 관련된 평가의견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3km 시추경험이 있으니 공격적으로 앞당겨 진행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업을 부추겼습니다. 이에 대해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심사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해서, 특히 지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놓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진과 안전성 검토가 빠진 평가표를 토대로 지열발전 사업자가 선정됐고 결국 초유의 인공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사업 공모 시에 안전성을 안 따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앞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정부에서 환경영향이나 기준을 집어넣게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당국자는 "기술성 평가에 안전성도 들어갔을 수 있으나, 사정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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