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축구 강호라면서 ‘매너는 왜?’

입력 2019.03.27 (19:14) 수정 2019.04.03 (07: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강호 콜롬비아에 2대 1로 승리
콜롬비아의 거친 반칙 축구에 눈총

우리나라 축구가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물리쳤다. 전반 손흥민의 선제골과 후반 이재성의 결승 골로 콜롬비아의 거센 추격을 2대1로 따돌렸다.

콜롬비아는 경기 내내 거친 몸싸움을 불사하며 동점 골과 역전을 노렸다. 그런데 도가 지나쳤다. 공과 상관없는 곳에 있던 황의조를 팔꿈치로 때려 쓰러뜨리는가 하면, 손흥민의 빠른 돌파를 막지 못하자 거친 반칙으로 끊어냈다. 공이 아니고 정우영의 발을 걷어차는 모습도 보였다.

동업자 정신이 없는 데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반칙이 이어져 보는 내내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경기였다.

후반 44분에 나온 팔카오의 행동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선수답지 않게 실망스러웠다. 콜롬비아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공중볼을 다투던 팔카오는 팔꿈치로 홍철의 목을 쳤다. 홍철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응급 의료함이 투입됐는데, 팔카오가 이를 경기장 밖으로 집어 던지는 뜻밖의 행동을 했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플레이어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규정이긴 하지만, 팔카오는 응급 의료 상자를 던질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주심을 통해 항의하고 추가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았다.

경기 내내 축구가 아닌 한판의 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콜롬비아 선수들의 플레이는 못내 축구 팬들의 마을을 언짢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상 보러가기]
[H/L] 대한민국vs콜롬비아


콜롬비아, FIFA 순위 12위 … 월드컵 본선 5회 진출, 최고 성적은 8강

콜롬비아는 FIFA랭킹 12위인 남미의 축구 강호다. 위로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세 나라밖에 없는 남미 대륙 4위의 팀이다. 실력에 비해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성적은 아직 미미하다. 지금까지 본선에 5차례 나갔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콜롬비아 축구에 가장 큰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대회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이다. 당시 남미 지역 예선에서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던 아르헨티나를 원정에서 5대0으로 대파한 콜롬비아는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을 정도의 강팀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에스코바르 총격 피살로 축구계 경악

예선에서 화려했던 콜롬비아 축구는 본선에서 초라하게 무너졌다. 1차전에서 루마니아에 3 대 1로 패한 콜롬비아는 2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2대1로 패했다. 최종 스위스전에서 이겼지만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콜롬비아는 이후 세계 축구계를 경악시키는 사건으로 주목받는다.

27살의 나이에 총격으로 피살된 비운의 축구 선수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27살의 나이에 총격으로 피살된 비운의 축구 선수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

자책골을 기록한 뒤 고향인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lin)에 간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한 술집 주차장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피살된 것이다.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괴한 3명은 '자책골에 감사하다(Gracias por el auto gol)'며 시비를 걸었고, 에스코바르에게 12발의 총탄을 발사하면서 한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외쳤다는 것이 당시 에스코바르와 동행했던 여자 친구의 증언이다.

에스코바르 살해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움베르토 뮤뇨스 카스트로. 전직 경호원 출신인 카스트로는 4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26년으로 감형된 뒤 2005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에스코바르 살해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움베르토 뮤뇨스 카스트로. 전직 경호원 출신인 카스트로는 4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26년으로 감형된 뒤 2005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2014 ·2018 월드컵 때도 살해 협박 이어져

현대축구사에 비극으로 기록된 에스코바르의 피살 사건 이후에도, 축구선수에게 살해 위협을 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곳이 콜롬비아이다.

콜롬비아가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그 주인공이었다. 개최국인 브라질과 거친 경기를 이어지던 가운데 수니가가 네이마르와 공을 다투다 네이마르에게 척추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혔다.

콜롬비아를 꺾고 4강에 오르긴 했지만, 네이마르를 잃고 이후 4강전 독일전 참패와 3, 4위전까지 패한 브라질 축구팬은 이후 수니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살해 협박을 받은 콜롬비아 선수는 카를로스 산체스와 마테우스 유리베, 카를로스 바카 등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산체스는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가가와 신지의 슛을 손으로 막아 전반 2분에 퇴장당해 2대1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데 이어, 16강 잉글랜드와의 경기 후반전에서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헌납해 8강 진출 실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마테우스 유리베와 카를로스 바카는 16강 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못 넣었다는 이유로, 개인 SNS 메시지 등을 통해 협박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빌미로 살해 협박을 받는 일은 콜롬비아 외에도 브라질 등 남미 축구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콜롬비아 에스코바르의 살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전력이 있어, 남미 대륙의 살해 협박은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기에는 무거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매너도 갖춰야 진정한 축구 강호 … 콜롬비아, 비통한 과거 씻어내야

이같이 살해 협박을 받거나 받는 것을 목격하는 콜롬비아 축구 선수에게는 부정적 동기부여(negative motivation)가 발생한다. 비난이나 협박을 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더 투지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에서 발생한 피동적이고 부정적인 동기 부여가 단기적인 반짝 효과는 일으킬 수 있지만,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긍정적 동기 부여(positive motivation)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경기이다. 기술과 체력, 투지가 뛰어나다는 것이 곧 축구 강호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 축구가 비통한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 매너도 갖추는 진정한 남미의 강호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콜롬비아, 축구 강호라면서 ‘매너는 왜?’
    • 입력 2019-03-27 19:14:32
    • 수정2019-04-03 07:42:55
    스포츠K
한국, 강호 콜롬비아에 2대 1로 승리 콜롬비아의 거친 반칙 축구에 눈총 우리나라 축구가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물리쳤다. 전반 손흥민의 선제골과 후반 이재성의 결승 골로 콜롬비아의 거센 추격을 2대1로 따돌렸다. 콜롬비아는 경기 내내 거친 몸싸움을 불사하며 동점 골과 역전을 노렸다. 그런데 도가 지나쳤다. 공과 상관없는 곳에 있던 황의조를 팔꿈치로 때려 쓰러뜨리는가 하면, 손흥민의 빠른 돌파를 막지 못하자 거친 반칙으로 끊어냈다. 공이 아니고 정우영의 발을 걷어차는 모습도 보였다. 동업자 정신이 없는 데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반칙이 이어져 보는 내내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경기였다. 후반 44분에 나온 팔카오의 행동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선수답지 않게 실망스러웠다. 콜롬비아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공중볼을 다투던 팔카오는 팔꿈치로 홍철의 목을 쳤다. 홍철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응급 의료함이 투입됐는데, 팔카오가 이를 경기장 밖으로 집어 던지는 뜻밖의 행동을 했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플레이어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규정이긴 하지만, 팔카오는 응급 의료 상자를 던질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주심을 통해 항의하고 추가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았다. 경기 내내 축구가 아닌 한판의 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콜롬비아 선수들의 플레이는 못내 축구 팬들의 마을을 언짢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상 보러가기] [H/L] 대한민국vs콜롬비아 콜롬비아, FIFA 순위 12위 … 월드컵 본선 5회 진출, 최고 성적은 8강 콜롬비아는 FIFA랭킹 12위인 남미의 축구 강호다. 위로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세 나라밖에 없는 남미 대륙 4위의 팀이다. 실력에 비해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성적은 아직 미미하다. 지금까지 본선에 5차례 나갔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콜롬비아 축구에 가장 큰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대회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이다. 당시 남미 지역 예선에서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던 아르헨티나를 원정에서 5대0으로 대파한 콜롬비아는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을 정도의 강팀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에스코바르 총격 피살로 축구계 경악 예선에서 화려했던 콜롬비아 축구는 본선에서 초라하게 무너졌다. 1차전에서 루마니아에 3 대 1로 패한 콜롬비아는 2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2대1로 패했다. 최종 스위스전에서 이겼지만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콜롬비아는 이후 세계 축구계를 경악시키는 사건으로 주목받는다. 27살의 나이에 총격으로 피살된 비운의 축구 선수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 자책골을 기록한 뒤 고향인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lin)에 간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한 술집 주차장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피살된 것이다.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괴한 3명은 '자책골에 감사하다(Gracias por el auto gol)'며 시비를 걸었고, 에스코바르에게 12발의 총탄을 발사하면서 한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외쳤다는 것이 당시 에스코바르와 동행했던 여자 친구의 증언이다. 에스코바르 살해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움베르토 뮤뇨스 카스트로. 전직 경호원 출신인 카스트로는 4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26년으로 감형된 뒤 2005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2014 ·2018 월드컵 때도 살해 협박 이어져 현대축구사에 비극으로 기록된 에스코바르의 피살 사건 이후에도, 축구선수에게 살해 위협을 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곳이 콜롬비아이다. 콜롬비아가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그 주인공이었다. 개최국인 브라질과 거친 경기를 이어지던 가운데 수니가가 네이마르와 공을 다투다 네이마르에게 척추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혔다. 콜롬비아를 꺾고 4강에 오르긴 했지만, 네이마르를 잃고 이후 4강전 독일전 참패와 3, 4위전까지 패한 브라질 축구팬은 이후 수니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살해 협박을 받은 콜롬비아 선수는 카를로스 산체스와 마테우스 유리베, 카를로스 바카 등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산체스는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가가와 신지의 슛을 손으로 막아 전반 2분에 퇴장당해 2대1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데 이어, 16강 잉글랜드와의 경기 후반전에서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헌납해 8강 진출 실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마테우스 유리베와 카를로스 바카는 16강 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못 넣었다는 이유로, 개인 SNS 메시지 등을 통해 협박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빌미로 살해 협박을 받는 일은 콜롬비아 외에도 브라질 등 남미 축구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콜롬비아 에스코바르의 살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전력이 있어, 남미 대륙의 살해 협박은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기에는 무거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매너도 갖춰야 진정한 축구 강호 … 콜롬비아, 비통한 과거 씻어내야 이같이 살해 협박을 받거나 받는 것을 목격하는 콜롬비아 축구 선수에게는 부정적 동기부여(negative motivation)가 발생한다. 비난이나 협박을 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더 투지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에서 발생한 피동적이고 부정적인 동기 부여가 단기적인 반짝 효과는 일으킬 수 있지만,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긍정적 동기 부여(positive motivation)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경기이다. 기술과 체력, 투지가 뛰어나다는 것이 곧 축구 강호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 축구가 비통한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 매너도 갖추는 진정한 남미의 강호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