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득이 오른다고 말하는가?

입력 2019.03.29 (14:37) 수정 2019.03.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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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진짜 그런가보다. 지난해 상반기, 10억 원이 넘는 정기예금 계좌는 4만 1000개로 늘었다. 1년 만에 또 3,000개(7.9%) 개나 늘었다. 부자고객을 위한 은행들의 자산관리(WM)시장이 자꾸 커진다. 보통 예금이 30억 이상 고객들이다. 지난해 시중 4대 은행이 WM시장에서 번 수수료는 1조 원이 넘는다.

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지난해, 10억 원을 초과하는 저축성예금의 잔액은 마침내 600조 원을 넘어섰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5년 전에는 320조 정도였다. 이 뭉칫돈 예금 안에는 물론 가계뿐 아니라 기업의 돈도 들어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에서 누군가는 진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다. 그 ‘치우친 부’가 1인당 GDP를 끌어올린다. 그 ‘흐뭇한’ 통계는 우리 사회 벌어지는 격차를 가린다. 그게 핵심이다.

오늘도 백화점 명품샵에는 줄이 이어진다. 롯데백화점의 프레스티지 고객이 되려면 한 백화점에서만 연 6천만 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연간 1억 이상 구매고객이 늘면서, 최상위등급인 ‘레니스’등급을 새로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의 ‘쟈스민’회원이나 신세계의 ‘트리니티’회원도 마찬가지다. 유명 백화점의 프레스티지 멤버 고객들은 0.1%가 되지 않지만, 매출의 20% 이상을 책임진다.

고가 수입차는 여전히 잘 팔린다. 그랜저 4대가 팔릴 때, 벤츠 E클래스 1대가 팔린다. '강남그랜저'란다. 경기가 최악이라는데, 2018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에서 5조 6천억 원 어치가 팔렸다.

자 이제 따져보자. ‘경기가 어려운 건가? 격차가 벌어지는 건가?’ 그런데 이 심각한 격차는 1인당 GDP라는 (종교적 신념 같은) 통계에 가려진다. 부의 격차는 좀처럼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폐지 줍는 할머니처럼 오직 눈에 보일 뿐.

"중요한 것은 모두 측정되지 않고, 측정되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슈타인, Albert Einstein

착한 게 아니고 가난한거다.
소득 격차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으로 드러난다. 서울의 조금만 변두리 골목으로 가도 치킨, 피자 가격이 10년 전 가격이다. 찜질방이나 미용실 파마 가격도 마찬가지다. 1천 원 올리는 게 쉽지 않다. 대전 우리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상가에는 6,500원짜리 설렁탕집이 문을 열었다. 심지어 맛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1,9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 현상은 최근에는 2,900원 자장면 체인점으로 이어진다. 착한 가격이라는데, 사실은 이를 구매할 소비자들의 소득이 낮아져서 그렇다. ‘착한 게 아니고 가난한 거다’


다수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지니 다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도 오를 수가 없다. 아니 올릴 수가 없다(그러니 과자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전체 물가(GDP 디플레이터 증가율)는 급기야 0.3까지 떨어졌다. 십수 년 만에 최저치다. 물가를 잡는 기관인 <한국은행>은 요즘은 물가를 끌어 올리는 기관이 됐다. (일부 언론이 툭하면 상추값이나 생물 오징어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잘 보일뿐...)

사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도통 체감이 안 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면, 3,300만 원이 넘는다. 4인 가구라면 1년 소득이 평균 1억 3천만 원 정도 된다는 뜻이다. 외벌이 가정에서 남편 연봉이 1억 3천만 원이라도 해도 평균밖에 안 된다. 말이 안 된다. 전혀 체감이 안 된다.

이유는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➀가계뿐 아니라 ➁기업소득과 ➂정부소득(세수)을 함께 계산한다. 그러니 가계 소득이 오르지 않아도, 기업이나 정부의 소득(세수)만 커져도 GDP는 올라간다(물론 이론적으로는 정부 세수가 늘어나려면 국민의 소득이 높아져야 하지만). GDP는 국민의 실제 주머니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우리는 GDP에서 기업이나 정부 비중이 높고, 유독 가계 비중이 낮은 나라다.

비슷한 통계로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있다. 여기서 가계의 몫이 자꾸 줄어든다.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예전에 높았을 때는 77%를 넘었다. 정리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주머니는 자꾸 커지는데, 국민들의 주머니는 그만큼 커지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여름부터 우리는 열심히 돈을 빌려 아파트를 샀다. 덕분에 가계부채는 1,000조=>1,500조가 됐다. 정부가 열심히 빚내 집을 사라고 권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그해 GDP 성장률의 40%를 <건설투자>가 차지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정부는 ‘3% 성장’을 이뤄냈고, 가계는 빚이 크게 늘었다. 그렇게 지금은 가구당 평균 7,5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러니 ‘소득이 오른다’는 건 참 빛좋은 개살구다.

(집이라는 재화가 우리 국민에게 주는 효용은 비슷한데, 국민이 주택에 쓰는 돈은 크게 늘었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집이나 땅 같은 비금융자산에 소득의 거의 2배를 쓴다. 이 무슨 허망한 짓인가?)

더 큰 문제는 격차다.
국민들의 주머니는 아주 조금씩 커지는데, 그 안에서 격차는 급격히 커진다. 그런데 GDP 지표가 자꾸 격차를 가린다. <하위 20%의 소득이 17%나 줄었는데 상위 20%의 소득이 10%나 올랐다>는 지난 분기 소득 지표는 충격적이다

(경제를 다루는 기자들에겐 믿기 어려운 지표다. 보통 5분위 소득이 2% 정도 오르면, 가난한 1분위는 3% 정도 오르지만, 그 액수로 따지면 5분위가 더 오른 셈이 된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격차가 조금씩 벌어졌다.)


정리하면, 일부가 너무 가져간다. 그러나 통계는 그것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통계는 오늘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난으로 고통받는지 반영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이 돈을 벌고 그 수익은 분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과 첨단 기술이 돈을 번다. 과거 명동의 오징어볶음집 사장님은 열심히 일해서 건강한 부를 축적하며 그랜저를 샀다. 명동에는 이제 스타벅스와 유니클로가 들어섰다. 거대 자본이 투자하고 첨단 시스템이 작동한다. (숙련)노동은 그만큼 설 땅이 줄어든다.

그러니 우리가 소비를 해도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바다 건너 어느 주주의 손으로 들어간다.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익 분배가 잘 안 된다. 그 거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더 커지고 더 합법적이며 더 조직화됐다. (그들은 뉴저지의 알파인이나 런던의 캐너리워프, 상하이의 와이탄 또는 서울 어딘가에 살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지구에서 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배당소득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69%(19조 5천억 원)를 가져간다. 예금자 1%가 예금 이자의 45%(6조 3천억 원)를 가져간다(2018 국세통계연보).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귀족계급이 갖은 땅은 겨우 전체의 10% 정도였다.

우리 소득이 진짜 오르고 있는가?
1인당 GDP도 오르고, GNI도 오르고,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도 오른다. 그런데 여러분의 소득은 진짜 오르고 있는가? 혹시 일부가 올라서, 오르지 않는 다수의 형편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밌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상당수가 여전히 거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걱정한다. 그들이 조금 더 부담하면, 떠나 버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과세를 더 촘촘히 하면, 그들의 <근로의욕>이 사라질 거라고 걱정한다. 우리 국민 33만 명이(2%)나 내는 종부세 부담을 올리면 부자들이 힘들어질 거라고 걱정한다. 심지어 그들이 이 부담을 서민들에게 월세를 더 받아 전가할 것이라는 ‘반시장적인’ 걱정도 많다.

부자들의 재산이 너무 너무 너무 많은 미국에선 이제 억만장자가 되려면 재산이 몇조 원은 되어야 한다. <수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논쟁이 뜨겁다. 자산 5천만 달러(550억 원 정도)가 넘으면 2%의 세금을, 또는 연 소득이 1천만 달러(110억 원 정도)를 넘는 급여생활자의 소득세 과표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스타벅스 회장이며 유력한 대선주자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세금을 낼 때이며 나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공한 임대주택에서 자랐다.

우리 1인당 GDP는 계속 높아진다. 그런데 누군가는 더 부유해지고, 누군가는 여전히 가난하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조금 더 나누자는 주장은, 극단적인 건가? 극단적으로 합리적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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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9 14:37:55
    • 수정2019-03-29 17:46:25
    취재K
   OO은행 PB센터

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진짜 그런가보다. 지난해 상반기, 10억 원이 넘는 정기예금 계좌는 4만 1000개로 늘었다. 1년 만에 또 3,000개(7.9%) 개나 늘었다. 부자고객을 위한 은행들의 자산관리(WM)시장이 자꾸 커진다. 보통 예금이 30억 이상 고객들이다. 지난해 시중 4대 은행이 WM시장에서 번 수수료는 1조 원이 넘는다.

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지난해, 10억 원을 초과하는 저축성예금의 잔액은 마침내 600조 원을 넘어섰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5년 전에는 320조 정도였다. 이 뭉칫돈 예금 안에는 물론 가계뿐 아니라 기업의 돈도 들어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에서 누군가는 진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다. 그 ‘치우친 부’가 1인당 GDP를 끌어올린다. 그 ‘흐뭇한’ 통계는 우리 사회 벌어지는 격차를 가린다. 그게 핵심이다.

오늘도 백화점 명품샵에는 줄이 이어진다. 롯데백화점의 프레스티지 고객이 되려면 한 백화점에서만 연 6천만 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연간 1억 이상 구매고객이 늘면서, 최상위등급인 ‘레니스’등급을 새로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의 ‘쟈스민’회원이나 신세계의 ‘트리니티’회원도 마찬가지다. 유명 백화점의 프레스티지 멤버 고객들은 0.1%가 되지 않지만, 매출의 20% 이상을 책임진다.

고가 수입차는 여전히 잘 팔린다. 그랜저 4대가 팔릴 때, 벤츠 E클래스 1대가 팔린다. '강남그랜저'란다. 경기가 최악이라는데, 2018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에서 5조 6천억 원 어치가 팔렸다.

자 이제 따져보자. ‘경기가 어려운 건가? 격차가 벌어지는 건가?’ 그런데 이 심각한 격차는 1인당 GDP라는 (종교적 신념 같은) 통계에 가려진다. 부의 격차는 좀처럼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폐지 줍는 할머니처럼 오직 눈에 보일 뿐.

"중요한 것은 모두 측정되지 않고, 측정되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슈타인, Albert Einstein

착한 게 아니고 가난한거다.
소득 격차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으로 드러난다. 서울의 조금만 변두리 골목으로 가도 치킨, 피자 가격이 10년 전 가격이다. 찜질방이나 미용실 파마 가격도 마찬가지다. 1천 원 올리는 게 쉽지 않다. 대전 우리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상가에는 6,500원짜리 설렁탕집이 문을 열었다. 심지어 맛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1,9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 현상은 최근에는 2,900원 자장면 체인점으로 이어진다. 착한 가격이라는데, 사실은 이를 구매할 소비자들의 소득이 낮아져서 그렇다. ‘착한 게 아니고 가난한 거다’


다수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지니 다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도 오를 수가 없다. 아니 올릴 수가 없다(그러니 과자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전체 물가(GDP 디플레이터 증가율)는 급기야 0.3까지 떨어졌다. 십수 년 만에 최저치다. 물가를 잡는 기관인 <한국은행>은 요즘은 물가를 끌어 올리는 기관이 됐다. (일부 언론이 툭하면 상추값이나 생물 오징어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잘 보일뿐...)

사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도통 체감이 안 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면, 3,300만 원이 넘는다. 4인 가구라면 1년 소득이 평균 1억 3천만 원 정도 된다는 뜻이다. 외벌이 가정에서 남편 연봉이 1억 3천만 원이라도 해도 평균밖에 안 된다. 말이 안 된다. 전혀 체감이 안 된다.

이유는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➀가계뿐 아니라 ➁기업소득과 ➂정부소득(세수)을 함께 계산한다. 그러니 가계 소득이 오르지 않아도, 기업이나 정부의 소득(세수)만 커져도 GDP는 올라간다(물론 이론적으로는 정부 세수가 늘어나려면 국민의 소득이 높아져야 하지만). GDP는 국민의 실제 주머니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우리는 GDP에서 기업이나 정부 비중이 높고, 유독 가계 비중이 낮은 나라다.

비슷한 통계로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있다. 여기서 가계의 몫이 자꾸 줄어든다.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예전에 높았을 때는 77%를 넘었다. 정리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주머니는 자꾸 커지는데, 국민들의 주머니는 그만큼 커지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여름부터 우리는 열심히 돈을 빌려 아파트를 샀다. 덕분에 가계부채는 1,000조=>1,500조가 됐다. 정부가 열심히 빚내 집을 사라고 권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그해 GDP 성장률의 40%를 <건설투자>가 차지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정부는 ‘3% 성장’을 이뤄냈고, 가계는 빚이 크게 늘었다. 그렇게 지금은 가구당 평균 7,5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러니 ‘소득이 오른다’는 건 참 빛좋은 개살구다.

(집이라는 재화가 우리 국민에게 주는 효용은 비슷한데, 국민이 주택에 쓰는 돈은 크게 늘었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집이나 땅 같은 비금융자산에 소득의 거의 2배를 쓴다. 이 무슨 허망한 짓인가?)

더 큰 문제는 격차다.
국민들의 주머니는 아주 조금씩 커지는데, 그 안에서 격차는 급격히 커진다. 그런데 GDP 지표가 자꾸 격차를 가린다. <하위 20%의 소득이 17%나 줄었는데 상위 20%의 소득이 10%나 올랐다>는 지난 분기 소득 지표는 충격적이다

(경제를 다루는 기자들에겐 믿기 어려운 지표다. 보통 5분위 소득이 2% 정도 오르면, 가난한 1분위는 3% 정도 오르지만, 그 액수로 따지면 5분위가 더 오른 셈이 된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격차가 조금씩 벌어졌다.)


정리하면, 일부가 너무 가져간다. 그러나 통계는 그것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통계는 오늘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난으로 고통받는지 반영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이 돈을 벌고 그 수익은 분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과 첨단 기술이 돈을 번다. 과거 명동의 오징어볶음집 사장님은 열심히 일해서 건강한 부를 축적하며 그랜저를 샀다. 명동에는 이제 스타벅스와 유니클로가 들어섰다. 거대 자본이 투자하고 첨단 시스템이 작동한다. (숙련)노동은 그만큼 설 땅이 줄어든다.

그러니 우리가 소비를 해도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바다 건너 어느 주주의 손으로 들어간다.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익 분배가 잘 안 된다. 그 거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더 커지고 더 합법적이며 더 조직화됐다. (그들은 뉴저지의 알파인이나 런던의 캐너리워프, 상하이의 와이탄 또는 서울 어딘가에 살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지구에서 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배당소득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69%(19조 5천억 원)를 가져간다. 예금자 1%가 예금 이자의 45%(6조 3천억 원)를 가져간다(2018 국세통계연보).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귀족계급이 갖은 땅은 겨우 전체의 10% 정도였다.

우리 소득이 진짜 오르고 있는가?
1인당 GDP도 오르고, GNI도 오르고,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도 오른다. 그런데 여러분의 소득은 진짜 오르고 있는가? 혹시 일부가 올라서, 오르지 않는 다수의 형편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밌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상당수가 여전히 거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걱정한다. 그들이 조금 더 부담하면, 떠나 버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과세를 더 촘촘히 하면, 그들의 <근로의욕>이 사라질 거라고 걱정한다. 우리 국민 33만 명이(2%)나 내는 종부세 부담을 올리면 부자들이 힘들어질 거라고 걱정한다. 심지어 그들이 이 부담을 서민들에게 월세를 더 받아 전가할 것이라는 ‘반시장적인’ 걱정도 많다.

부자들의 재산이 너무 너무 너무 많은 미국에선 이제 억만장자가 되려면 재산이 몇조 원은 되어야 한다. <수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논쟁이 뜨겁다. 자산 5천만 달러(550억 원 정도)가 넘으면 2%의 세금을, 또는 연 소득이 1천만 달러(110억 원 정도)를 넘는 급여생활자의 소득세 과표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스타벅스 회장이며 유력한 대선주자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세금을 낼 때이며 나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공한 임대주택에서 자랐다.

우리 1인당 GDP는 계속 높아진다. 그런데 누군가는 더 부유해지고, 누군가는 여전히 가난하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조금 더 나누자는 주장은, 극단적인 건가? 극단적으로 합리적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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