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놓고 대리전 격화…美 “나가라” 러시아 “위협말라”

입력 2019.03.31 (08:08) 수정 2019.03.31 (08: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분열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 병력을 실은 수송기를 보낸 것과 관련해 미국이 철수를 요구하자, 러시아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30일 성명을 내 "우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위협하고, 그 나라 경제를 질식시키며, 국제법을 공공연히 위반해 베네수엘라를 내전으로 몰고 가는 일을 멈출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군인 100여 명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 2대가 지난 2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외곽의 공항에 착륙한 데 대해선 "결코 파병 부대가 아니다"며 "따라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서 모종의 '군사 작전' 행동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에 파견한 러시아의 "전문가들"은 지역 안정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이런 성명은 전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서반구 바깥에 있는 행위자들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데 대해 경고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반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를 만난 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면서 "두고 보자.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러시아의 군사 인력 파견이 고장 난 러시아산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수리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50여 개국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말 베네수엘라에서는 잇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과 정전 사태의 원인이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마두로 정권 지지자들이 각각 거리시위를 벌여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 카라카스 근교 로스 테케스에서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집회를 열어 마두로 정권을 규탄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과이도 의장은 "우리는 모두 정전 사태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바로 마두로다"라며 "이 부패한 '도둑 정권'을 쫓아내는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맞서 마두로 지지자들도 같은 날 카라카스 시내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행태를 비난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베네수엘라 놓고 대리전 격화…美 “나가라” 러시아 “위협말라”
    • 입력 2019-03-31 08:08:48
    • 수정2019-03-31 08:10:50
    국제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분열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 병력을 실은 수송기를 보낸 것과 관련해 미국이 철수를 요구하자, 러시아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30일 성명을 내 "우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위협하고, 그 나라 경제를 질식시키며, 국제법을 공공연히 위반해 베네수엘라를 내전으로 몰고 가는 일을 멈출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군인 100여 명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 2대가 지난 2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외곽의 공항에 착륙한 데 대해선 "결코 파병 부대가 아니다"며 "따라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서 모종의 '군사 작전' 행동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에 파견한 러시아의 "전문가들"은 지역 안정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이런 성명은 전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서반구 바깥에 있는 행위자들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데 대해 경고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반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를 만난 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면서 "두고 보자.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러시아의 군사 인력 파견이 고장 난 러시아산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수리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50여 개국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말 베네수엘라에서는 잇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과 정전 사태의 원인이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마두로 정권 지지자들이 각각 거리시위를 벌여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 카라카스 근교 로스 테케스에서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집회를 열어 마두로 정권을 규탄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과이도 의장은 "우리는 모두 정전 사태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바로 마두로다"라며 "이 부패한 '도둑 정권'을 쫓아내는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맞서 마두로 지지자들도 같은 날 카라카스 시내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행태를 비난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