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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1년…주민 고통은 ‘진행형’
입력 2019.04.01 (12:39) 수정 2019.04.01 (12:52) 뉴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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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봄, 강원도 고성에서 났던 산불 기억하십니까?

이틀 만에 축구장 50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이었는데요.

당시 산자락 아래 마을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산과 마을은 얼마나 푸르름을 되찾았고, 또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년 전, 산불로 국가유공자였던 남편의 훈장과 유품까지 잃었던 최옥단 할머니.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지난해 3월 : "이게 할아버지 정복에 달렸던 옷 단추, 아무것도 없고 다 이렇게 재가 됐네요. 이 단추 하나밖에 안 나와요."]

산불이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집터는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여기는 방이고. 여기 이렇게는 응접실이고. 여기는 목욕탕이고."]

17년을 살았던 집안 곳곳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화재 당시, 잿더미가 됐던 남편의 훈장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다시 품에 안게 됐다고 합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뉴스에 내가 (훈장을) 찾는 모습을 봤었대. 훈장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러면서 전화가 왔더라고. 와서 복원할 의사가 없냐고 해서 제 마음에는 더 반가울 일이 없지 더 반가운 일이…."]

지난 1년간 군에서 임시로 빌려준 이 조립식 주택에서 지내왔는데요.

하지만 계약기간도 다음 주면 끝나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지낼지 다시 막막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내가 할아버지랑 여기서 17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난 여기서……. 할아버지가 아직 이 옆에 납골당에 계시거든. 내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여기서 터전을 마련해서 살고 싶은 그런 마음이죠."]

지난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주민은 모두 일곱 세대.

1년이 지나도 생생하기만 한 그 날의 기억 때문에 주민들은 여전히 괴롭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연기 같은 거만 나면 막 어딘가 막 뛰쳐나가야 할 것 같고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아요."]

잊히지 않는 화재 기억 때문에 결국 정든 마을을 떠나기도 하고요.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너무 무섭고 그래서 못 살 것 같아서 다른 데서 살려고. 1년 지났으니까 이 집을 비워줘야 하니까 오늘이잖아요. 그래서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산불이 집을 덮친 뒤 피해 주민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마을회관에서 지인들이 입던 옷 이런 거 갖다 주고 라면이랑 휴대용 버너 이런 거 갖다줘서 사용하고 라면 끓여서 먹고 여태까지 여기서 산 거죠."]

농사로 인생 2막을 살겠다며 산자락 아래 터를 잡았던 황영준 씨 역시 산불로 집과 밭을 모두 잃었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비닐하우스 두 동을 지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인데요.

[황영준/산불 피해 주민 : "나와 보니까 이미 집이 쓰러지고 있는 중이었어요. 부모님 사진을 꺼내놨다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것도 못 들고 나왔는데 영정(사진)을…."]

부모님 영정 사진도 못 챙긴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는 황 씨는 마음 추스르기가 무섭게 몸에 이상신호가 왔습니다.

[황영준/산불 피해 주민 : "무릎이 풀려서 걸음을 못 걸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힘이 없고. 그다음에 손이 완전 이렇게 마비되는 상태로 오그라들잖아요. 이게 다 펴진 건데."]

한쪽 손에 마비가 온 뒤로 오른쪽 눈의 시력까지 잃은 겁니다.

또 다른 피해 주민인 채용석 씨는 각막이식수술 직후 산불 피해를 겪으면서 결국 재수술까지 했습니다.

[채용석/산불 피해 주민 : "거부반응 억제제인데요. 이게 그전에 이식(수술)을 했을 때 이 약을 계속 먹었거든요. 불이 나면서 약이 다 타서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이게 거부반응이 더 확 오지. 11개월 만에 수술을 다시 했어요."]

산불 피해로 살던 집도, 건강도 잃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화재 원인을 놓고 해당 업체와 관련 기관 간의 책임공방만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순덕/산불 피해 주민 : "지금 1년이 넘었는데도 법원에서 어떻게 되는 건지 누가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려니까 알아보기도 힘들고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들도 산불과 함께 사라져 버려 더욱 힘이 듭니다.

[김순덕/산불 피해 주민 : "최고 마음 아픈 게 애들 앨범. 애들 찍었던 지나간 추억 앨범. 엄마, 아버지 사진 이런 거 하나도 없으니까. 애들 결혼사진도 없고 뭐 애들 클 때 재롱떠는 거 찍어놓은 거 이런 거 하나도 없으니까 제일 마음이 아파요."]

봄이 찾아왔지만 피해조사와 벌목에만 꼬박 1년이 걸린 산은 여전히 벌거숭이입니다.

[김옥수/산불 피해 주민 : "고양이들도 다 여기만 갔다 오면 까맣게 돼서 오니까 애들이. 전에는 안 그랬는데 하얀 고양이들이 까맣게 돼서 와요. 아직도 까만 먼지가 있다는 거예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심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고령의 마을 주민들은 언제 다시 푸른 산을 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김순자/강원도 고성군 : "우리가 한국전쟁에 피난 왔을 때 다 타고 하나도 없었죠, 애들 데리고 (나무를) 막 심었잖아. 그런 나무가 다 타고 없으니까 우리들이 마음이 아프죠."]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대형 산불.

산림청은 오는 15일까지를 대형산불방지 특별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부 지역은 많이 건조하다고 하죠 특히 식목일과 청명, 한식이 든 이번 주 산을 찾는 분들 모두 산불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 고성 산불 1년…주민 고통은 ‘진행형’
    • 입력 2019-04-01 12:46:29
    • 수정2019-04-01 12:52:28
    뉴스 12
[앵커]

지난해 봄, 강원도 고성에서 났던 산불 기억하십니까?

이틀 만에 축구장 50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이었는데요.

당시 산자락 아래 마을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산과 마을은 얼마나 푸르름을 되찾았고, 또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년 전, 산불로 국가유공자였던 남편의 훈장과 유품까지 잃었던 최옥단 할머니.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지난해 3월 : "이게 할아버지 정복에 달렸던 옷 단추, 아무것도 없고 다 이렇게 재가 됐네요. 이 단추 하나밖에 안 나와요."]

산불이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집터는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여기는 방이고. 여기 이렇게는 응접실이고. 여기는 목욕탕이고."]

17년을 살았던 집안 곳곳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화재 당시, 잿더미가 됐던 남편의 훈장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다시 품에 안게 됐다고 합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뉴스에 내가 (훈장을) 찾는 모습을 봤었대. 훈장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러면서 전화가 왔더라고. 와서 복원할 의사가 없냐고 해서 제 마음에는 더 반가울 일이 없지 더 반가운 일이…."]

지난 1년간 군에서 임시로 빌려준 이 조립식 주택에서 지내왔는데요.

하지만 계약기간도 다음 주면 끝나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지낼지 다시 막막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최옥단/산불 피해 주민 : "내가 할아버지랑 여기서 17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난 여기서……. 할아버지가 아직 이 옆에 납골당에 계시거든. 내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여기서 터전을 마련해서 살고 싶은 그런 마음이죠."]

지난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주민은 모두 일곱 세대.

1년이 지나도 생생하기만 한 그 날의 기억 때문에 주민들은 여전히 괴롭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지금도 연기 같은 거만 나면 막 어딘가 막 뛰쳐나가야 할 것 같고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아요."]

잊히지 않는 화재 기억 때문에 결국 정든 마을을 떠나기도 하고요.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너무 무섭고 그래서 못 살 것 같아서 다른 데서 살려고. 1년 지났으니까 이 집을 비워줘야 하니까 오늘이잖아요. 그래서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산불이 집을 덮친 뒤 피해 주민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음성변조 : "마을회관에서 지인들이 입던 옷 이런 거 갖다 주고 라면이랑 휴대용 버너 이런 거 갖다줘서 사용하고 라면 끓여서 먹고 여태까지 여기서 산 거죠."]

농사로 인생 2막을 살겠다며 산자락 아래 터를 잡았던 황영준 씨 역시 산불로 집과 밭을 모두 잃었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비닐하우스 두 동을 지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인데요.

[황영준/산불 피해 주민 : "나와 보니까 이미 집이 쓰러지고 있는 중이었어요. 부모님 사진을 꺼내놨다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것도 못 들고 나왔는데 영정(사진)을…."]

부모님 영정 사진도 못 챙긴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는 황 씨는 마음 추스르기가 무섭게 몸에 이상신호가 왔습니다.

[황영준/산불 피해 주민 : "무릎이 풀려서 걸음을 못 걸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힘이 없고. 그다음에 손이 완전 이렇게 마비되는 상태로 오그라들잖아요. 이게 다 펴진 건데."]

한쪽 손에 마비가 온 뒤로 오른쪽 눈의 시력까지 잃은 겁니다.

또 다른 피해 주민인 채용석 씨는 각막이식수술 직후 산불 피해를 겪으면서 결국 재수술까지 했습니다.

[채용석/산불 피해 주민 : "거부반응 억제제인데요. 이게 그전에 이식(수술)을 했을 때 이 약을 계속 먹었거든요. 불이 나면서 약이 다 타서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이게 거부반응이 더 확 오지. 11개월 만에 수술을 다시 했어요."]

산불 피해로 살던 집도, 건강도 잃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화재 원인을 놓고 해당 업체와 관련 기관 간의 책임공방만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순덕/산불 피해 주민 : "지금 1년이 넘었는데도 법원에서 어떻게 되는 건지 누가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려니까 알아보기도 힘들고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들도 산불과 함께 사라져 버려 더욱 힘이 듭니다.

[김순덕/산불 피해 주민 : "최고 마음 아픈 게 애들 앨범. 애들 찍었던 지나간 추억 앨범. 엄마, 아버지 사진 이런 거 하나도 없으니까. 애들 결혼사진도 없고 뭐 애들 클 때 재롱떠는 거 찍어놓은 거 이런 거 하나도 없으니까 제일 마음이 아파요."]

봄이 찾아왔지만 피해조사와 벌목에만 꼬박 1년이 걸린 산은 여전히 벌거숭이입니다.

[김옥수/산불 피해 주민 : "고양이들도 다 여기만 갔다 오면 까맣게 돼서 오니까 애들이. 전에는 안 그랬는데 하얀 고양이들이 까맣게 돼서 와요. 아직도 까만 먼지가 있다는 거예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심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고령의 마을 주민들은 언제 다시 푸른 산을 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김순자/강원도 고성군 : "우리가 한국전쟁에 피난 왔을 때 다 타고 하나도 없었죠, 애들 데리고 (나무를) 막 심었잖아. 그런 나무가 다 타고 없으니까 우리들이 마음이 아프죠."]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대형 산불.

산림청은 오는 15일까지를 대형산불방지 특별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부 지역은 많이 건조하다고 하죠 특히 식목일과 청명, 한식이 든 이번 주 산을 찾는 분들 모두 산불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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