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냥이 유자’가 사체로…캠퍼스는 충격

입력 2019.04.02 (12:39) 수정 2019.04.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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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반려견, 반려묘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동물과 관련된 사건 사고 소식도 전해드릴 때가 많은데요.

한 대학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인데요.

독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돼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이제 막 적응을 마친 신입생들은 물론 재학생들로 활기가 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캠퍼스 안의 명물 때문입니다.

[황초희/재학생 : "리코타, 치즈, 샐러드하고...]

[강윤진/재학생 : "여름이도 있고, 유자도 있고..."]

[이지은/재학생 : "입학하고부터 계속 쭉 봤던 것 같아요."]

[서민영/재학생 : "유명한 거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여기 학교를 지원한 이유 중에 하나도 이거였거든요."]

대학 선택의 이유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캠퍼스를 활보하는 이 고양이들입니다.

[김영우/재학생 : "고양이들은 저희 용두리(대학 상징) 다음으로 뭐 수호신이라 봐야죠."]

학교의 수호신이자 마스코트가 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요.

[김영우/재학생 :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그러니까 저희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죠."]

[박홍균/재학생 : "힘든 수업을 끝내고 나서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사진 찍으면서 함께 가족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4년전 고양이를 돌보는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학생들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캠퍼스로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학교 SNS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그날 아침 8시 반에 저희 SNS로 제보가 왔어요. 도서관에 있는 '유자'라는 고양이가 죽은 것 같은데 확인을 좀 해달라고."]

교내에서 돌보던 고양이가 죽은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는 겁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저희가 봐온 고양이들은 옆으로 누워서 죽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자' 같은 경우는 배를 하늘 방향으로 누워서 죽어있었고…."]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털이 굉장히 많이 빠져있었어요. 나뭇가지에도 걸려있었고 엄청나게 뒹군 것 같은 흔적이 몸에서 보였어요. 흙이 진짜 많이 묻어있었거든요."]

게다가 먹이 그릇엔 푸른빛이 도는 흰색 가루들이 있었고, 사체가 발견된 주위로 파란색 알갱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밤)사이에 곰팡이가 필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고 저희도 실제로 4년 동안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사료에 곰팡이가 핀 것을 사실 잘 못 봤고…."]

숨진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금요일 밤 12시 무렵,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모습이었다는데요.

하룻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전문가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차진원/수의사 : "일단 좀 끔찍하더라고요. 이 (고양이가) 고통에 몸부림쳐서 죽은 것이거든요. 목을 쭉 뒤로 젖혀서 굉장히 아파했던 것 같아요."]

활처럼 등이 휜 모습과 털이 빠지고, 주변 흙이 묻어있는 것이 자연사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차진원/수의사 : "쥐약을 먹고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딱 보자마자 들었어요. 쥐약은 보통 색깔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위험하니까 먹지 못하게 인식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 색깔도 많이 넣는 편이에요."]

파란빛이 도는 가루가 쥐약으로 보인다는 추정,

주변에 흩어져있던 파란색의 물질은 토사물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차진원/수의사 : "아마 제대로 흡수가 안 돼서 자극 때문에 구토를 한다든지 변으로 나온다든지 그러면 주위에 있는 낙엽이나 흙하고 섞여서 이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독극물을 놓아두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유리/재학생 : "'유자'가 별명이 국민대 사모님이에요. 도서관 갈 때마다 '유자' 있나 없나 확인하고 찾아보고 자고 있으면 사진 찍고 그러는 게 낙이었는데…."]

학교에 머문지 가장 오래된 고양이 가운데 하나이자 도서관의 터줏대감이었다는 겁니다.

[김소담/재학생 : "도서관 공부하는 친구들이 보면서 자주 위로받기도 하고 도서관 공부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자주 예쁨 받고 그랬던 고양이입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나오면 '유자'가 다가와서 야옹야옹하면서 위로해준다든지 아니면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오면 항상 '유자'는 여기서 기다려주고 있고 그렇게 '유자'의 귀여운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학우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유자야 이리 와. 이리 와 유자!"]

반갑게 부르면 스스럼없이 다가오는가 하면,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위로가 됐었기에 더욱 각별했다는데요.

이번 일로 학교 안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황초희/재학생 : "대학교 자체가 개방적인 공간이라 내부인인지 외부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고양이 집이 어디 있고 밥 놓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면 내부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남우/재학생 : "뭔가 사람이 죽였다고 의심이 되는 상황이니까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해요."]

학생들은 고양이 급식을 중단했고 고심 끝에 부검을 결정했습니다.

교내 다른 고양이 급식소에서도 하얀 가루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만약에 이번 일이 테러가 맞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학생들은 사체부검 결과 등을 본 뒤 경찰 조사까지 의뢰한다는 계획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평온했던 캠퍼스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사건, 고양이와 공존해왔던 학생들은 한 고양이와의 추억을 지우기에 앞서 학대 사건만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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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냥이 유자’가 사체로…캠퍼스는 충격
    • 입력 2019-04-02 12:46:01
    • 수정2019-04-02 12:58:44
    뉴스 12
[앵커]

요즘 반려견, 반려묘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동물과 관련된 사건 사고 소식도 전해드릴 때가 많은데요.

한 대학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인데요.

독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돼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이제 막 적응을 마친 신입생들은 물론 재학생들로 활기가 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캠퍼스 안의 명물 때문입니다.

[황초희/재학생 : "리코타, 치즈, 샐러드하고...]

[강윤진/재학생 : "여름이도 있고, 유자도 있고..."]

[이지은/재학생 : "입학하고부터 계속 쭉 봤던 것 같아요."]

[서민영/재학생 : "유명한 거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여기 학교를 지원한 이유 중에 하나도 이거였거든요."]

대학 선택의 이유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캠퍼스를 활보하는 이 고양이들입니다.

[김영우/재학생 : "고양이들은 저희 용두리(대학 상징) 다음으로 뭐 수호신이라 봐야죠."]

학교의 수호신이자 마스코트가 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요.

[김영우/재학생 :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그러니까 저희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죠."]

[박홍균/재학생 : "힘든 수업을 끝내고 나서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사진 찍으면서 함께 가족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4년전 고양이를 돌보는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학생들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캠퍼스로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학교 SNS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그날 아침 8시 반에 저희 SNS로 제보가 왔어요. 도서관에 있는 '유자'라는 고양이가 죽은 것 같은데 확인을 좀 해달라고."]

교내에서 돌보던 고양이가 죽은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는 겁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저희가 봐온 고양이들은 옆으로 누워서 죽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자' 같은 경우는 배를 하늘 방향으로 누워서 죽어있었고…."]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털이 굉장히 많이 빠져있었어요. 나뭇가지에도 걸려있었고 엄청나게 뒹군 것 같은 흔적이 몸에서 보였어요. 흙이 진짜 많이 묻어있었거든요."]

게다가 먹이 그릇엔 푸른빛이 도는 흰색 가루들이 있었고, 사체가 발견된 주위로 파란색 알갱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밤)사이에 곰팡이가 필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고 저희도 실제로 4년 동안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사료에 곰팡이가 핀 것을 사실 잘 못 봤고…."]

숨진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금요일 밤 12시 무렵,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모습이었다는데요.

하룻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전문가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차진원/수의사 : "일단 좀 끔찍하더라고요. 이 (고양이가) 고통에 몸부림쳐서 죽은 것이거든요. 목을 쭉 뒤로 젖혀서 굉장히 아파했던 것 같아요."]

활처럼 등이 휜 모습과 털이 빠지고, 주변 흙이 묻어있는 것이 자연사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차진원/수의사 : "쥐약을 먹고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딱 보자마자 들었어요. 쥐약은 보통 색깔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위험하니까 먹지 못하게 인식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 색깔도 많이 넣는 편이에요."]

파란빛이 도는 가루가 쥐약으로 보인다는 추정,

주변에 흩어져있던 파란색의 물질은 토사물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차진원/수의사 : "아마 제대로 흡수가 안 돼서 자극 때문에 구토를 한다든지 변으로 나온다든지 그러면 주위에 있는 낙엽이나 흙하고 섞여서 이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독극물을 놓아두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유리/재학생 : "'유자'가 별명이 국민대 사모님이에요. 도서관 갈 때마다 '유자' 있나 없나 확인하고 찾아보고 자고 있으면 사진 찍고 그러는 게 낙이었는데…."]

학교에 머문지 가장 오래된 고양이 가운데 하나이자 도서관의 터줏대감이었다는 겁니다.

[김소담/재학생 : "도서관 공부하는 친구들이 보면서 자주 위로받기도 하고 도서관 공부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자주 예쁨 받고 그랬던 고양이입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나오면 '유자'가 다가와서 야옹야옹하면서 위로해준다든지 아니면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오면 항상 '유자'는 여기서 기다려주고 있고 그렇게 '유자'의 귀여운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학우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유자야 이리 와. 이리 와 유자!"]

반갑게 부르면 스스럼없이 다가오는가 하면,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위로가 됐었기에 더욱 각별했다는데요.

이번 일로 학교 안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황초희/재학생 : "대학교 자체가 개방적인 공간이라 내부인인지 외부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고양이 집이 어디 있고 밥 놓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면 내부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남우/재학생 : "뭔가 사람이 죽였다고 의심이 되는 상황이니까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해요."]

학생들은 고양이 급식을 중단했고 고심 끝에 부검을 결정했습니다.

교내 다른 고양이 급식소에서도 하얀 가루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돌봄 동아리 회장 : "만약에 이번 일이 테러가 맞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학생들은 사체부검 결과 등을 본 뒤 경찰 조사까지 의뢰한다는 계획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평온했던 캠퍼스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사건, 고양이와 공존해왔던 학생들은 한 고양이와의 추억을 지우기에 앞서 학대 사건만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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