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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나이 먹은 ‘히키코모리’ 61만 명…일본의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19.04.03 (07:00) 수정 2019.04.03 (18:21) 특파원 리포트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의 나라, 일본

현대 일본 사회의 병리 현상을 상징하는 용어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집안이나 방안에 틀어박혀 병적으로 세상과 담쌓고 지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틀어박힌다는 뜻의 동사 히키코모루(ひきこもる)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실제적 의미를 살려 통상 '은둔형 외톨이'로 부른다.

일본 내각부는 '히키코모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 자신의 방에서 나오기는 하는데, 집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 보통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 보통은 집에 있지만, 자신의 취미로 볼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
이상과 같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한다.

고도성장기 1970년대에 등장해 경제 침체기 1990년대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경제 회복을 자랑하는 최근에는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아픈 가시로 커졌다. 처음에는 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의 젊은 층에 집중됐다. 집단 괴롭힘이나 학교가 싫다는 이유 등으로 방에 은둔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제는 중장년은 물론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연령대로 번지고 있다.

나이 든 '은둔자' 61만 명 … 보통 5년 이상 '은둔'

내각부가 지난해 12월 40세부터 64세까지 전국의 남녀 중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 5천 명 중 응답자는 3천248명.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거나 '취미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는 등의 생활 방식을 반년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넓은 의미의 히키코모리로 정의했다. 해당자는 응답자의 1.45%로 나타났다.


이를 해당 연령층 전체로 환산하면, 61만 3천 명으로 추산된다. 4년 조사에서는 15∼39세 사이의 히키코모리가 54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30대 후반이 지금 40대 초반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76.6%, 4분의 3 이상. 은둔 '5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3년∼5년 미만은 21%였다. '30년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있었다. 일부 연령대의 일탈적 현상이 아니라 고령화와 장기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 준다.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NHK는 87세 노모에 의지해 사는 53세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야마세 겐지 씨. 식사, 세탁, 쇼핑 등 삶의 대부분을 노모에 의존했다. 아버지는 9년 전 별세했다. 생활비는 노모의 부동산 소득과 저축 등으로 충당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IT 회사 등에 다니기도 했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과 칩거를 반복했다. 누적된 은둔 기간은 10년 이상. 지금도 장애인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에 다니고는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래는 그냥 어둡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살아 있어도 힘든 만큼 나도 곧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연로한 어머니에게 신변을 돌보는 일까지 시켜서 죄송하다. 만약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거나 별세하시면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과 압박감을 느낀다"

도쿄의 '지역포괄 지원센터' 측은 고령의 부모에 대한 외부 지원 뒤쪽에 '중년의 어린이'가 숨어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90대 여성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을 방문했는데, 노인은 치매 상태였고, 50대 아들은 무직 상태였던 사례도 있다. 부모의 연금에만 의존해 경제적으로 궁핍한데 당사자가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80대가 50대 히키코모리를 부양… 비극으로 끝나기도

80대 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어린이'를 뒷바라지하는 현상, 이른바 '8050 현상'이다. 부모가 일할 수 없게 되거나 소액의 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고립과 궁핍 속에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1월, 삿포로 시의 아파트에서 82세 노모와 52살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검침하러 온 가스 업체가 불은 켜져 있는데 응답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한 지 몇 주가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이 밝힌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어머니가 먼저 사망하고, 딸이 이어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웃에 따르면, 딸은 10년 이상 히키코모리 상태였다. 이들은 지역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았고, 어머니 사후, 딸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조사 결과, 고령자 간호·상담을 지원하는 전국의 '지역포괄 지원센터' 중 유효 회답이 있는 260여 곳의 60%가량에서 상담 노인의 가정에 보통 반년 이상의 히키코모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불안의 세대 … 고립된 삶의 자화상

전문가들은 지금의 40대가 이른바 '제2의 베이비 붐' 시기와 겹쳐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들은 취업 빙하기를 경험했고, 그다지 원하지 않던 곳에 취업했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견뎌왔다. 삶 자체가 고립의 요소를 내포한 셈이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실제로 은둔 생활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퇴직, 인간관계 곤란, 질병, 직장생활 적응 어려움 등에 집중돼 있다. 이 밖에도 갑작스러운 실직과 가족 간호를 위한 사직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NHK는 정부가 나서기 전부터 히키코모리의 고령화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했다. 가족과 경험자의 사례와 자체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40세 이상 히키코모리가 '잠재군'을 포함해 1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정부 조사에 앞서, 전국 광역지자체별 설문 조사 결과 등을 자체 분석했다. 40세 미만과 40세 이상을 분류해 비교할 수 있는 지자체 16곳 중 9곳에서 40세 이상 비율이 더 높았다. 사가 현은 71%, 오키나와 67%, 오이타 현 64%, 야마나시 현 60%, 이바라키 현 57% 등이었다. 조사 방법 등에 한계가 있지만, 고령화와 장기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8050 형태'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직면한 가족 형태이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화와 관심, 지원이라는 추상적 해법이 도움이 될까? 사회적 교감도 자아 통제도 어려운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전 연령대에서 넘쳐나는 사회. 아무도 가본 적 없고 예측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일본 사회가 치닫고 있다.
  • [특파원리포트] 나이 먹은 ‘히키코모리’ 61만 명…일본의 시한폭탄 되나?
    • 입력 2019-04-03 07:00:28
    • 수정2019-04-03 18:21:38
    특파원 리포트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의 나라, 일본

현대 일본 사회의 병리 현상을 상징하는 용어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집안이나 방안에 틀어박혀 병적으로 세상과 담쌓고 지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틀어박힌다는 뜻의 동사 히키코모루(ひきこもる)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실제적 의미를 살려 통상 '은둔형 외톨이'로 부른다.

일본 내각부는 '히키코모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 자신의 방에서 나오기는 하는데, 집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 보통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 보통은 집에 있지만, 자신의 취미로 볼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
이상과 같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한다.

고도성장기 1970년대에 등장해 경제 침체기 1990년대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경제 회복을 자랑하는 최근에는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아픈 가시로 커졌다. 처음에는 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의 젊은 층에 집중됐다. 집단 괴롭힘이나 학교가 싫다는 이유 등으로 방에 은둔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제는 중장년은 물론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연령대로 번지고 있다.

나이 든 '은둔자' 61만 명 … 보통 5년 이상 '은둔'

내각부가 지난해 12월 40세부터 64세까지 전국의 남녀 중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 5천 명 중 응답자는 3천248명.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거나 '취미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는 등의 생활 방식을 반년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넓은 의미의 히키코모리로 정의했다. 해당자는 응답자의 1.45%로 나타났다.


이를 해당 연령층 전체로 환산하면, 61만 3천 명으로 추산된다. 4년 조사에서는 15∼39세 사이의 히키코모리가 54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30대 후반이 지금 40대 초반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76.6%, 4분의 3 이상. 은둔 '5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3년∼5년 미만은 21%였다. '30년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있었다. 일부 연령대의 일탈적 현상이 아니라 고령화와 장기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 준다.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NHK는 87세 노모에 의지해 사는 53세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야마세 겐지 씨. 식사, 세탁, 쇼핑 등 삶의 대부분을 노모에 의존했다. 아버지는 9년 전 별세했다. 생활비는 노모의 부동산 소득과 저축 등으로 충당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IT 회사 등에 다니기도 했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과 칩거를 반복했다. 누적된 은둔 기간은 10년 이상. 지금도 장애인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에 다니고는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래는 그냥 어둡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살아 있어도 힘든 만큼 나도 곧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연로한 어머니에게 신변을 돌보는 일까지 시켜서 죄송하다. 만약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거나 별세하시면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과 압박감을 느낀다"

도쿄의 '지역포괄 지원센터' 측은 고령의 부모에 대한 외부 지원 뒤쪽에 '중년의 어린이'가 숨어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90대 여성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을 방문했는데, 노인은 치매 상태였고, 50대 아들은 무직 상태였던 사례도 있다. 부모의 연금에만 의존해 경제적으로 궁핍한데 당사자가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80대가 50대 히키코모리를 부양… 비극으로 끝나기도

80대 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어린이'를 뒷바라지하는 현상, 이른바 '8050 현상'이다. 부모가 일할 수 없게 되거나 소액의 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고립과 궁핍 속에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1월, 삿포로 시의 아파트에서 82세 노모와 52살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검침하러 온 가스 업체가 불은 켜져 있는데 응답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한 지 몇 주가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이 밝힌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어머니가 먼저 사망하고, 딸이 이어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웃에 따르면, 딸은 10년 이상 히키코모리 상태였다. 이들은 지역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았고, 어머니 사후, 딸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조사 결과, 고령자 간호·상담을 지원하는 전국의 '지역포괄 지원센터' 중 유효 회답이 있는 260여 곳의 60%가량에서 상담 노인의 가정에 보통 반년 이상의 히키코모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불안의 세대 … 고립된 삶의 자화상

전문가들은 지금의 40대가 이른바 '제2의 베이비 붐' 시기와 겹쳐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들은 취업 빙하기를 경험했고, 그다지 원하지 않던 곳에 취업했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견뎌왔다. 삶 자체가 고립의 요소를 내포한 셈이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실제로 은둔 생활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퇴직, 인간관계 곤란, 질병, 직장생활 적응 어려움 등에 집중돼 있다. 이 밖에도 갑작스러운 실직과 가족 간호를 위한 사직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NHK는 정부가 나서기 전부터 히키코모리의 고령화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했다. 가족과 경험자의 사례와 자체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40세 이상 히키코모리가 '잠재군'을 포함해 1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정부 조사에 앞서, 전국 광역지자체별 설문 조사 결과 등을 자체 분석했다. 40세 미만과 40세 이상을 분류해 비교할 수 있는 지자체 16곳 중 9곳에서 40세 이상 비율이 더 높았다. 사가 현은 71%, 오키나와 67%, 오이타 현 64%, 야마나시 현 60%, 이바라키 현 57% 등이었다. 조사 방법 등에 한계가 있지만, 고령화와 장기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8050 형태'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직면한 가족 형태이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화와 관심, 지원이라는 추상적 해법이 도움이 될까? 사회적 교감도 자아 통제도 어려운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전 연령대에서 넘쳐나는 사회. 아무도 가본 적 없고 예측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일본 사회가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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