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미군 목욕·빨래·청소비까지 방위비분담금으로 쓰나

입력 2019.04.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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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2월 10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올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8.2% 인상된 1조 389억 원으로 합의하고, 방위비분담금 특별조지협정(이하 방위비 협정)에 가서명했다. KBS 탐사K가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있는 이번 협정문을 입수해 분석해 봤는데, 분담금 총액만 큰 폭으로 인상된 게 아니라 한미 간 불평등한 독소조항들이 여럿 추가된 사실이 확인됐다.


먼저 이행약정 군수지원 분담 조항을 보면 군수비용을 "주한미군의 상시적 또는 일시적 주둔 지원을 위해"하는 문구가 새로 들어갔고, 기지운영지원 일부라는 항목에도 "공공요금 중 전기·천연가스·상수도·하수도 요금, 저장, 위생·세탁·목욕·폐기물 처리 용역" 이란 내용이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군의 공공요금을 지원해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미군의 청소와 빨래, 목욕 비용까지 국민 세금으로 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폐기물 처리 용역비 지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 소지를 내포한다. 우선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위체계)기지의 운영비가 그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와 관련해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기지 운영 경비는 전적으로 미국이 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이행약정대로라면 사드 기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결국 한국이 내게 될 우려가 있다.

미 육군이 2015년도에 발간한 괌(사드 기지 배치) 환경평가서를 보면 사드 기지를 운영하면서 3개월마다 1,703리터의 폐유와 2,080리터의 혼합고체 쓰레기, 189리터의 오염된 냉각수 등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적시돼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 등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한미 간 불평등한 이른바 '독소조항'들이 이행약정에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기학 소장은 "과거 특별협정이 비준된 뒤 이행약정이 수개월 후에 체결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늘 문제의 소지가 많거나 의미가 불명확해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는 조항들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1991년부터 시작된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은 주한미군의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정한 SOFA(주한미군 지위 협정)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방위비 협정 제1조는 분담금을 '주한미군 주둔비' 일부로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조약으로 체결된 특별협정을 그 부속합의서 성격인 이행약정을 통해 해외 미군에게도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한 SOFA나 방위비 특별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박기학 소장은 "보수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 때 개최된 2014년 제9차 방위비 협정에서 미국은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투입 비용이 늘어났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바 있지만, 당시 정부는 그 비용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아니라며 거부한 적이 있다며, 남북한이 평화적인 정세로 전환됐는데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인상되고, 문제가 많은 이행약정이 포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의 비준동의안은 지금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회는 4일 방위비 분담금 공청회를 열고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국회의 전례로 비추어 볼 때 국회가 한미 협정의 내용을 문제 삼아 비준을 보류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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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3 19:21:28
    탐사K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2월 10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올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8.2% 인상된 1조 389억 원으로 합의하고, 방위비분담금 특별조지협정(이하 방위비 협정)에 가서명했다. KBS 탐사K가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있는 이번 협정문을 입수해 분석해 봤는데, 분담금 총액만 큰 폭으로 인상된 게 아니라 한미 간 불평등한 독소조항들이 여럿 추가된 사실이 확인됐다.


먼저 이행약정 군수지원 분담 조항을 보면 군수비용을 "주한미군의 상시적 또는 일시적 주둔 지원을 위해"하는 문구가 새로 들어갔고, 기지운영지원 일부라는 항목에도 "공공요금 중 전기·천연가스·상수도·하수도 요금, 저장, 위생·세탁·목욕·폐기물 처리 용역" 이란 내용이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군의 공공요금을 지원해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미군의 청소와 빨래, 목욕 비용까지 국민 세금으로 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폐기물 처리 용역비 지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 소지를 내포한다. 우선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위체계)기지의 운영비가 그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와 관련해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기지 운영 경비는 전적으로 미국이 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이행약정대로라면 사드 기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결국 한국이 내게 될 우려가 있다.

미 육군이 2015년도에 발간한 괌(사드 기지 배치) 환경평가서를 보면 사드 기지를 운영하면서 3개월마다 1,703리터의 폐유와 2,080리터의 혼합고체 쓰레기, 189리터의 오염된 냉각수 등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적시돼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 등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한미 간 불평등한 이른바 '독소조항'들이 이행약정에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기학 소장은 "과거 특별협정이 비준된 뒤 이행약정이 수개월 후에 체결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늘 문제의 소지가 많거나 의미가 불명확해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는 조항들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1991년부터 시작된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은 주한미군의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정한 SOFA(주한미군 지위 협정)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방위비 협정 제1조는 분담금을 '주한미군 주둔비' 일부로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조약으로 체결된 특별협정을 그 부속합의서 성격인 이행약정을 통해 해외 미군에게도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한 SOFA나 방위비 특별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박기학 소장은 "보수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 때 개최된 2014년 제9차 방위비 협정에서 미국은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투입 비용이 늘어났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바 있지만, 당시 정부는 그 비용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아니라며 거부한 적이 있다며, 남북한이 평화적인 정세로 전환됐는데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인상되고, 문제가 많은 이행약정이 포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의 비준동의안은 지금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회는 4일 방위비 분담금 공청회를 열고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국회의 전례로 비추어 볼 때 국회가 한미 협정의 내용을 문제 삼아 비준을 보류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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