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먹지 않는 것이 우리를 죽게 한다”…식이요법의 역설

입력 2019.04.06 (09:03) 수정 2019.04.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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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서문을 보면,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다음이다."

단순하게 의서를 쓰라고 한 게 아니라, 즉 잘 먹는 것(섭생)과 몸을 잘 기르는 것(수양)을 합한 양생(養生: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몸 관리를 잘함)의 방법을 정리해 백성들에게 알리라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가르침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금연이나 고혈압 관리'와 '잘 먹는 것',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나쁜 음식이 흡연·고혈압보다 나쁘다.

[사진 출처 : www.cnn.com][사진 출처 : www.cnn.com]

미 워싱턴대 건강 측정 및 평가 연구소(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가 란셋(Lancet) 의학 저널에 27년간 세계 음식섭취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CNN이 현지시간 3일 보도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흡연이나 고혈압보다 불량한 음식물 섭취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나아가 단순히 적색육이나 당이 첨가된 음료수를 적게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소금과 건강식을 많이 먹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수석 저자인 아슈칸 애프신 조교수는 "전통적으로 건강한 식이요법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나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의 문제보다, 건강한 음식을 조금 먹고 있는 문제가 더 건강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쁜 음식 덜 먹기' 보다 '좋은 음식 많이 먹기'가 더 중요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먹는 것에서 있어 15가지 위험 요소가 죽음과 장애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분석했습니다.

15가지 위험 요소는 많은 소금, 적은 곡물, 적은 과일, 적은 견과류, 적은 오메가3, 적은 채소, 적은 섬유질, 적은 불포화지방산, 적은 콩류, 적은 칼슘, 적은 우유, 많은 트랜스지방, 많은 가당 음료, 많은 적색육, 많은 가공육입니다.


표를 보면 인구가 많은 국가(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 짜게 먹는 것과 통곡물 섭취 부족, 과일, 견과류를 적게 먹는 것은 사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보였습니다.

이이 비해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쇠고기 등 적색육을 많이 먹는 것은 위에 언급한 요소보다 사망을 높이는 것과 상대적으로 관련이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탄산음료나 고기를 적게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저염식이나 통곡물, 과일, 견과류 등을 많이 먹는 데 노력하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CNN은 이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을 "What we aren't eating is killing us", '우리가 (좋은 것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것이 우리를 죽게하고 있다라'고 강렬하게 뽑은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195개국에서 350개 이상의 질병 및 상해로 인한 조기 사망 및 장애를 추적하는 세계 질병 부담 보고서(Global Burden and Disease report)의 일부입니다.

이 보고서를 만드는 컨소시엄 측도 지난 1월 "붉은 고기와 설탕 소비량을 반으로 줄이고, 과일, 채소, 견과류 섭취를 늘리면, 지구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최대 1,16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다며 "건강한 지구를 위한 식단(diet for a healthy planet)"을 내놨습니다.

컨소시엄 측 연구원인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앤드루 레이놀즈 연구원은 애프신 연구팀의 이번 발표는 "위험 순위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내 몸 안에 우주가 들어와 있다

우주가 나고 내가 우주라는 물아일체의 사상은 동양 사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의 세계관도 여기에 잇닿아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하늘과 땅, 나아가 지구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땅의 양분과 햇볕과 깨끗한 비를 받아 자란 질 좋은 곡식과 채소, 과일을 먹을 때 한 번쯤 푸른 지구가 내 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소극적인, 마이너스적인 제언보다는 좋은 음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먹는 것이 우리 몸을 '양생'하는 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데 그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 자료]
1. https://edition.cnn.com/2019/04/03/health/diet-global-deaths-study/index.html
2.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북드라망, 2018,
3. Health effects of dietary risks in 195 count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9)30041-8/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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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먹지 않는 것이 우리를 죽게 한다”…식이요법의 역설
    • 입력 2019-04-06 09:03:01
    • 수정2019-04-13 22: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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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서문을 보면,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다음이다."

단순하게 의서를 쓰라고 한 게 아니라, 즉 잘 먹는 것(섭생)과 몸을 잘 기르는 것(수양)을 합한 양생(養生: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몸 관리를 잘함)의 방법을 정리해 백성들에게 알리라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가르침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금연이나 고혈압 관리'와 '잘 먹는 것',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나쁜 음식이 흡연·고혈압보다 나쁘다.

[사진 출처 : www.cnn.com]
미 워싱턴대 건강 측정 및 평가 연구소(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가 란셋(Lancet) 의학 저널에 27년간 세계 음식섭취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CNN이 현지시간 3일 보도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흡연이나 고혈압보다 불량한 음식물 섭취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나아가 단순히 적색육이나 당이 첨가된 음료수를 적게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소금과 건강식을 많이 먹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수석 저자인 아슈칸 애프신 조교수는 "전통적으로 건강한 식이요법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나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의 문제보다, 건강한 음식을 조금 먹고 있는 문제가 더 건강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쁜 음식 덜 먹기' 보다 '좋은 음식 많이 먹기'가 더 중요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먹는 것에서 있어 15가지 위험 요소가 죽음과 장애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분석했습니다.

15가지 위험 요소는 많은 소금, 적은 곡물, 적은 과일, 적은 견과류, 적은 오메가3, 적은 채소, 적은 섬유질, 적은 불포화지방산, 적은 콩류, 적은 칼슘, 적은 우유, 많은 트랜스지방, 많은 가당 음료, 많은 적색육, 많은 가공육입니다.


표를 보면 인구가 많은 국가(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 짜게 먹는 것과 통곡물 섭취 부족, 과일, 견과류를 적게 먹는 것은 사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보였습니다.

이이 비해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쇠고기 등 적색육을 많이 먹는 것은 위에 언급한 요소보다 사망을 높이는 것과 상대적으로 관련이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탄산음료나 고기를 적게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저염식이나 통곡물, 과일, 견과류 등을 많이 먹는 데 노력하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CNN은 이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을 "What we aren't eating is killing us", '우리가 (좋은 것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것이 우리를 죽게하고 있다라'고 강렬하게 뽑은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195개국에서 350개 이상의 질병 및 상해로 인한 조기 사망 및 장애를 추적하는 세계 질병 부담 보고서(Global Burden and Disease report)의 일부입니다.

이 보고서를 만드는 컨소시엄 측도 지난 1월 "붉은 고기와 설탕 소비량을 반으로 줄이고, 과일, 채소, 견과류 섭취를 늘리면, 지구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최대 1,16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다며 "건강한 지구를 위한 식단(diet for a healthy planet)"을 내놨습니다.

컨소시엄 측 연구원인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앤드루 레이놀즈 연구원은 애프신 연구팀의 이번 발표는 "위험 순위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내 몸 안에 우주가 들어와 있다

우주가 나고 내가 우주라는 물아일체의 사상은 동양 사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의 세계관도 여기에 잇닿아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하늘과 땅, 나아가 지구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땅의 양분과 햇볕과 깨끗한 비를 받아 자란 질 좋은 곡식과 채소, 과일을 먹을 때 한 번쯤 푸른 지구가 내 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소극적인, 마이너스적인 제언보다는 좋은 음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먹는 것이 우리 몸을 '양생'하는 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데 그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 자료]
1. https://edition.cnn.com/2019/04/03/health/diet-global-deaths-study/index.html
2.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북드라망, 2018,
3. Health effects of dietary risks in 195 count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9)30041-8/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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