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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K] ‘아기 등원 시도’ 신보라 의원…‘헌정사 1호 출산휴가’는 맞는 걸까?
입력 2019.04.07 (09:01) 수정 2019.04.07 (11:53) 팩트체크K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중 유일한 30대인 신보라 의원, 본회의장에 6개월 아기와 함께 등원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시도 만으로도 충분히 화제를 끌었습니다.

신 의원은 이미 적지 않은 언론의 주목과 함께 또 다른 타이틀을 얻은 상태입니다. 바로 '헌정사상 1호 출산휴가 국회의원'입니다. 지난해 9월 신 의원은 '국회의원의 출산 휴가'를 선언한 뒤 45일 후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출산휴가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회의원의 출산휴가'는 조금 어색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 참에 제도를 따져봤습니다.

검증1. 신보라 의원은 '출산 휴가'를 썼나?


신 의원이 쓴 휴가는 엄밀히 따지면 출산 휴가가 아닙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출산 휴가를 갈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국회의원은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의 출산휴가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문제는 한 명 한 명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휴가 승인권자가 누군지 모호하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이 법에 근거해 출산 휴가 결재를 올린다면, 윗사람 누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할까요? 여기에 대한 규정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회법에 휴가 관련 규정이 있기는 합니다. 국회법 제32조가 국회의원의 '청가 및 결석'을 규정하고 있는 건데요.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청가서 또는 결석신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법에도 출산 휴가 규정은 없습니다.


'출산 휴가를 갔다던' 신 의원은 결국 이 국회법을 근거로 국회에서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본인의 결석을 알리는 청가서를 올렸습니다. 신 의원은 제364회 정기국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 13일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는데요. 이날 최초로 청가서를 제출해 총 22차례 국회의장에게 청가서를 올렸던 것입니다. 위 사진처럼 청가의 사유를 '출산 휴가'로 명시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결석 사유서'이지 별도로 구분된 출산 휴가 신청은 아니었습니다. 청가 사유인 '사고'에 출산이 해당되는지 규정이 이 법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 의원은 국회 회의가 없던 기간은 어떻게 보냈을까요? 신 의원 측은 "국회 회의가 없던 '출산 휴가' 기간은 일종의 재택 근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인해 보니 신 의원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출산 이후 신 의원이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신 의원이 알려진 것처럼 '온전한 출산휴가' 45일을 누렸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 의원은 이처럼 출산 휴가를 쓰기 힘든 여성 의원들의 고충을 반영해 지난해 8월, 국회의원이 의장의 결재를 받아 출산 후 45일 이상 최대 90일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여성의원 출산휴가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45일 이상, 최대 90일'은 일반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기간입니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 가운데 여성 의원이 임신·출산을 할 경우 최소한의 모성 보호를 위한 절차들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입법 취지입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국회는 어떨까요?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12주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독일 하원의원은 출산일 기준 6주 이전부터 8주 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의회는 12개월간 출산 휴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의회는 출산 휴가를 공식적인 청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300인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국민의 축소판, 매우 상징적인 곳입니다. 이 '축소 사회' 안에서 여성의 모성이 얼마나 존중받는지가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간 우리 국회는 50, 60대 남성 중심의 구성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20대 국회의 여성의원은 51명으로 17% 정도입니다. 전 세계 193개국 중 121위입니다. 점점 확대되고 있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정치 참여가 국회에도 반영돼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기 동반 등원' 무산 뒤 신 의원은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게 냉담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보수적인 국회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고 밝혔습니다.

굳이 한 줄 더 적자면, '출산 휴가'는 1년 내내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제도화한 것이죠,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도 그만큼의 '업무'를 하고 있는 걸까요?
  • [팩트체크K] ‘아기 등원 시도’ 신보라 의원…‘헌정사 1호 출산휴가’는 맞는 걸까?
    • 입력 2019-04-07 09:01:03
    • 수정2019-04-07 11:53:04
    팩트체크K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중 유일한 30대인 신보라 의원, 본회의장에 6개월 아기와 함께 등원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시도 만으로도 충분히 화제를 끌었습니다.

신 의원은 이미 적지 않은 언론의 주목과 함께 또 다른 타이틀을 얻은 상태입니다. 바로 '헌정사상 1호 출산휴가 국회의원'입니다. 지난해 9월 신 의원은 '국회의원의 출산 휴가'를 선언한 뒤 45일 후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출산휴가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회의원의 출산휴가'는 조금 어색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 참에 제도를 따져봤습니다.

검증1. 신보라 의원은 '출산 휴가'를 썼나?


신 의원이 쓴 휴가는 엄밀히 따지면 출산 휴가가 아닙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출산 휴가를 갈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국회의원은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의 출산휴가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문제는 한 명 한 명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휴가 승인권자가 누군지 모호하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이 법에 근거해 출산 휴가 결재를 올린다면, 윗사람 누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할까요? 여기에 대한 규정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회법에 휴가 관련 규정이 있기는 합니다. 국회법 제32조가 국회의원의 '청가 및 결석'을 규정하고 있는 건데요.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청가서 또는 결석신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법에도 출산 휴가 규정은 없습니다.


'출산 휴가를 갔다던' 신 의원은 결국 이 국회법을 근거로 국회에서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본인의 결석을 알리는 청가서를 올렸습니다. 신 의원은 제364회 정기국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 13일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는데요. 이날 최초로 청가서를 제출해 총 22차례 국회의장에게 청가서를 올렸던 것입니다. 위 사진처럼 청가의 사유를 '출산 휴가'로 명시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결석 사유서'이지 별도로 구분된 출산 휴가 신청은 아니었습니다. 청가 사유인 '사고'에 출산이 해당되는지 규정이 이 법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 의원은 국회 회의가 없던 기간은 어떻게 보냈을까요? 신 의원 측은 "국회 회의가 없던 '출산 휴가' 기간은 일종의 재택 근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인해 보니 신 의원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출산 이후 신 의원이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신 의원이 알려진 것처럼 '온전한 출산휴가' 45일을 누렸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 의원은 이처럼 출산 휴가를 쓰기 힘든 여성 의원들의 고충을 반영해 지난해 8월, 국회의원이 의장의 결재를 받아 출산 후 45일 이상 최대 90일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여성의원 출산휴가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45일 이상, 최대 90일'은 일반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기간입니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 가운데 여성 의원이 임신·출산을 할 경우 최소한의 모성 보호를 위한 절차들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입법 취지입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국회는 어떨까요?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12주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독일 하원의원은 출산일 기준 6주 이전부터 8주 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의회는 12개월간 출산 휴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의회는 출산 휴가를 공식적인 청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300인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국민의 축소판, 매우 상징적인 곳입니다. 이 '축소 사회' 안에서 여성의 모성이 얼마나 존중받는지가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간 우리 국회는 50, 60대 남성 중심의 구성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20대 국회의 여성의원은 51명으로 17% 정도입니다. 전 세계 193개국 중 121위입니다. 점점 확대되고 있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정치 참여가 국회에도 반영돼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기 동반 등원' 무산 뒤 신 의원은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게 냉담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보수적인 국회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고 밝혔습니다.

굳이 한 줄 더 적자면, '출산 휴가'는 1년 내내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제도화한 것이죠,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도 그만큼의 '업무'를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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