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예고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후임 장관 인선 늦춰지나

입력 2019.04.08 (15:23) 수정 2019.04.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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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 월례조회에서 국토교통부 시즌2 예고"

곧 물러날 줄 알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갑자기 국토부 '시즌2'를 예고하고 나섰다. 오늘(8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월례조례 자리에서다. 김현미 장관이 월례조회에 참석한 건 시무식을 겸해서 열린 1월 2일 조회 이후 석 달여 만이다.

김현미 장관이 이날 월례조회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임명이 무산된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현미 장관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저를 비롯한 직원 여러분 모두 마음이 매우 무거울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임기가 조금 연장된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전임 ‘김현미 장관’이 추진했던 사업 중 좋은 정책은 일관되고 올곧게 계승하고, 미진했거나 진척이 없는 사업들은 더욱 속도를 내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을 '전임 국토부 장관'인 동시에 '후임 국토부 장관'으로 표현한 것은 후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공백 상태에 빠진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후임 장관'을 자처한 김현미 장관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지난주 발생한 강원도 산불 화재에 대한 후속조치였다. 김 장관은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첫째 덕목은 '공감'이라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께 가장 근사치의 일상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거주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이 두 번째로 강조한 업무는 '집값' 문제였다. 그는 "주택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자거나, 시장에만 맡기자는 목소리는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와 임차인 보호 강화와 같이 주택시장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건설분야를 필두로 대한민국의 어제를 먹여 살렸다면, 이제 미래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때"라면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 캠퍼스 첨단 산업단지, 새만금, 혁신도시 시즌2와 같이 지역 경제와 밀접한 사업들을 파급력 있는 브랜드로 키워내자"는 당부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이제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의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라며 장관으로서 흔들림 없는 업무추진 수행 의지를 강조하며 월례조회를 마무리했다.


"당장 국토부 장관 적임자 찾기 어려워.. 시즌2 언제까지?

여권과 국토부 안팎에서는 오늘 김현미 장관의 발언을 사실상 당분간의 유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단 현실적으로 당장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가 어렵다. 최정호 전 후보자의 임명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 자격에 '투기 없는 1주택자'라는 새로운 요건이 사실상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최정호 전 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의 기준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야당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난 정부 관료' 출신의 최정호 전 후보자마저 낙마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가장 중요한 차기 국토부 장관의 요건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김현미 장관의 '시즌2'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현미 장관의 임기에 가장 큰 변수는 내년 4월 총선이다. 선거법상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 90일까지 공직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법적인 기준일뿐 실질적으로 총선을 준비하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후임자 물색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김 장관 잔여 임기의 마지노선은 국정감사가 열리는 9월 전으로 예상된다. 장관으로 국정감사에 나가면 야당 의원들의 난타가 예상되는 데다, 장관 본인은 물론 보좌진까지 국감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의 경우 장관이 되고 나서 지역구(경기 고양 정) 관리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총선 준비를 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 앞에서 시즌2를 공언했다면 당분간 장관직을 더 맡아달라는 윗선에서의 요청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오늘 발언대로 국토부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강원도 산불로 인한 이주민 대책부터, 집값 안정, 여비 타당성 면제로 연이어 궤도에 오를 SOC 사업, 미세먼지 대책, 자율주행차 등 첨단 교통 산업 발전과 택시-카풀 갈등 해결까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정책들뿐이다.

시즌2를 자처한 김현미 장관이 기존의 정책 과제들을 가다듬고 더 발전시켜 후임 장관과의 정책적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맡게 될까. 아니면 후임자를 구하기 전까지 단순히 직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땜질 유임용' 장관에 그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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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2’ 예고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후임 장관 인선 늦춰지나
    • 입력 2019-04-08 15:23:30
    • 수정2019-04-08 15:31:26
    취재K
"김현미 장관, 월례조회에서 국토교통부 시즌2 예고"

곧 물러날 줄 알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갑자기 국토부 '시즌2'를 예고하고 나섰다. 오늘(8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월례조례 자리에서다. 김현미 장관이 월례조회에 참석한 건 시무식을 겸해서 열린 1월 2일 조회 이후 석 달여 만이다.

김현미 장관이 이날 월례조회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임명이 무산된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현미 장관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저를 비롯한 직원 여러분 모두 마음이 매우 무거울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임기가 조금 연장된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전임 ‘김현미 장관’이 추진했던 사업 중 좋은 정책은 일관되고 올곧게 계승하고, 미진했거나 진척이 없는 사업들은 더욱 속도를 내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을 '전임 국토부 장관'인 동시에 '후임 국토부 장관'으로 표현한 것은 후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공백 상태에 빠진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후임 장관'을 자처한 김현미 장관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지난주 발생한 강원도 산불 화재에 대한 후속조치였다. 김 장관은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첫째 덕목은 '공감'이라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께 가장 근사치의 일상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거주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이 두 번째로 강조한 업무는 '집값' 문제였다. 그는 "주택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자거나, 시장에만 맡기자는 목소리는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와 임차인 보호 강화와 같이 주택시장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건설분야를 필두로 대한민국의 어제를 먹여 살렸다면, 이제 미래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때"라면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 캠퍼스 첨단 산업단지, 새만금, 혁신도시 시즌2와 같이 지역 경제와 밀접한 사업들을 파급력 있는 브랜드로 키워내자"는 당부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이제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의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라며 장관으로서 흔들림 없는 업무추진 수행 의지를 강조하며 월례조회를 마무리했다.


"당장 국토부 장관 적임자 찾기 어려워.. 시즌2 언제까지?

여권과 국토부 안팎에서는 오늘 김현미 장관의 발언을 사실상 당분간의 유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단 현실적으로 당장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가 어렵다. 최정호 전 후보자의 임명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 자격에 '투기 없는 1주택자'라는 새로운 요건이 사실상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최정호 전 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의 기준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야당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난 정부 관료' 출신의 최정호 전 후보자마저 낙마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가장 중요한 차기 국토부 장관의 요건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김현미 장관의 '시즌2'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현미 장관의 임기에 가장 큰 변수는 내년 4월 총선이다. 선거법상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 90일까지 공직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법적인 기준일뿐 실질적으로 총선을 준비하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후임자 물색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김 장관 잔여 임기의 마지노선은 국정감사가 열리는 9월 전으로 예상된다. 장관으로 국정감사에 나가면 야당 의원들의 난타가 예상되는 데다, 장관 본인은 물론 보좌진까지 국감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의 경우 장관이 되고 나서 지역구(경기 고양 정) 관리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총선 준비를 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 앞에서 시즌2를 공언했다면 당분간 장관직을 더 맡아달라는 윗선에서의 요청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오늘 발언대로 국토부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강원도 산불로 인한 이주민 대책부터, 집값 안정, 여비 타당성 면제로 연이어 궤도에 오를 SOC 사업, 미세먼지 대책, 자율주행차 등 첨단 교통 산업 발전과 택시-카풀 갈등 해결까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정책들뿐이다.

시즌2를 자처한 김현미 장관이 기존의 정책 과제들을 가다듬고 더 발전시켜 후임 장관과의 정책적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맡게 될까. 아니면 후임자를 구하기 전까지 단순히 직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땜질 유임용' 장관에 그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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