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인터넷 카페의 ‘강원 산불’ 모금은 불법일까?

입력 2019.04.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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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강원도를 휩쓸고 가면서 전국적으로 이재민을 돕기 위한 각양각색의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재민과 화재 피해복구를 돕기 위해 크고 작은 모금이 이뤄졌다. 특히 18만 명 규모의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모금을 통해 만 하루 만에 3억 1600여 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카페 운영진이 운영진 중 한 사람의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모금한 것이다.


운영진은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당초 3일 동안 진행하려 했던 모금을 만 하루 만에 '조기 마감'하고 1만 7천여 명의 모금 내역을 공개했다. 성금 액수도 예상치를 훌쩍 넘겨 당초 공언했던 속초시청과 고성군청을 포함해 또 다른 기부처가 있는지를 놓고 논의에 들어간 분위기다. 관련 내용은 논의 후 회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금과 기부를 모두 카페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운영진이 올린 글.운영진이 올린 글.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카페에는 물론 타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도 "이런 형태의 온라인 모금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다수 달리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모금을 주도한 카페가 여성 커뮤니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난데없이 `성대결'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모금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사전에 모금 계획을 관할청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개인이 불법적인 모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옹호 측은 "선의로 벌인 일을 불법으로 몰고 가는 건 잘못"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를 본 다수의 누리꾼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금한 '강원 산불' 성금은 정말 불법일까?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달린 댓글.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달린 댓글.

기부 절차 규정한 '기부금품법' 살펴보니...

기부 모집 절차와 사용 방법 등을 규정한 법은`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약칭: 기부금품법)이다.

이 법률 4조 1항에 따르면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할 경우 모집ㆍ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 등록청에, 10억 원 이상은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모집된 성금은 모금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계획한 모금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모집된 모금액을 충분히 사용하고 남았을 경우에는 등록청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있다. (제12조-기부금품의 사용)

모집자는 모금을 중단하거나 종료할 때 모집상황을, 모금액을 사용했을 땐 사용명세를 공개해야 한다. 모집자는 모금액 사용이 끝나면 60일 이내에 외부 회계감사보고서를 첨부해 등록청에 제출해야 하는데, 모금액이 1억 원 이하라면 회계감사보고서 없이 영수증 등 지출증빙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제14조-공개의무와 회계감사 등)

등록과 사용, 사용 후 정보공개 및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16조-벌칙)

다만, 국가나 법인·정당·단체가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모은 금품은 예외로 인정된다.


"인터넷 카페 예외사항 해당, 문제없어"

그래서 인터넷 카페가 기부를 목적으로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기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락 서기관은 "단체가 단체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부를 목적으로 한 단체의 모금은 모집등록을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도 "단체가 회원을 상대로 모금한 금품은 예외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해당 카페가 법령이 정한 친목단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카페는 '패션'이나 '결혼·육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로, 친목단체로 볼 수 있다는 게 해당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랫동안 기부 문화를 이끌어 온 굿네이버스의 황성주 본부장은 "금액이 3억여 원으로 1천만 원을 넘긴 했지만, 단체에 등록된 회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예외 사항으로 인정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부금품법이 단체의 모금활동을 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법원은 "단체 등의 일정한 모금활동을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금품의 모집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또는 적정한 사용이 담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도8118 판결)

때문에 해당 카페의 '강원 산불' 모금이 불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비회원 참여 부분'은 문제의 소지 있어

다만 비회원이 모금에 참여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카페는 공지글을 통해 "인기 글을 통해 비회원인 분들도 모금에 참여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카페 공지 글.카페 공지 글.

하지만 비회원이 낸 돈이 1천만 원을 넘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염형국 변호사는 "카페 회원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모금한 돈이 1천만 원 이상이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금이 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엔 모금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주 본부장도 "비회원 모금액이 1천만 원을 넘었을 경우 모금 등록을 하거나 초과 금액을 기부자에게 반환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락 서기관 역시 이들과 같은 의견을 냈다.

모금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가 비회원에게서 1천만 원을 초과해 모금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5954 판결)

카페가 공개한 모금 내역에는 회원·비회원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취재진이 카페 운영진에게 모금 등록 여부와 비회원 모금액 관련한 내용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모금 주체자와 목적 등 따져봐야"

혹시 있을지 모르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금 주체자와 목적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되는 인터넷 카페라고 해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계획에 따라 모금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살펴야 한다. 또한 모금·집행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단체 내에서 이뤄지는 회원 대상 모금은 해당 내용을 법적으로 반드시 밝혀야 할 의무가 없지만, 그렇다고 불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요구에도 모집자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해 조사를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체 내에서의 활동은 회원들 간의 자정작용을 통해 신뢰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황성주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모금에 동참하기 전에 우선 모금 주체자가 확실한 목적을 가졌는지, 사용계획이 분명한지, 향후 사용에 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만한 사람이나 단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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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인터넷 카페의 ‘강원 산불’ 모금은 불법일까?
    • 입력 2019-04-09 15:54:49
    팩트체크K
`화마'가 강원도를 휩쓸고 가면서 전국적으로 이재민을 돕기 위한 각양각색의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재민과 화재 피해복구를 돕기 위해 크고 작은 모금이 이뤄졌다. 특히 18만 명 규모의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모금을 통해 만 하루 만에 3억 1600여 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카페 운영진이 운영진 중 한 사람의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모금한 것이다.


운영진은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당초 3일 동안 진행하려 했던 모금을 만 하루 만에 '조기 마감'하고 1만 7천여 명의 모금 내역을 공개했다. 성금 액수도 예상치를 훌쩍 넘겨 당초 공언했던 속초시청과 고성군청을 포함해 또 다른 기부처가 있는지를 놓고 논의에 들어간 분위기다. 관련 내용은 논의 후 회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금과 기부를 모두 카페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운영진이 올린 글.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카페에는 물론 타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도 "이런 형태의 온라인 모금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다수 달리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모금을 주도한 카페가 여성 커뮤니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난데없이 `성대결'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모금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사전에 모금 계획을 관할청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개인이 불법적인 모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옹호 측은 "선의로 벌인 일을 불법으로 몰고 가는 건 잘못"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를 본 다수의 누리꾼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금한 '강원 산불' 성금은 정말 불법일까?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달린 댓글.
기부 절차 규정한 '기부금품법' 살펴보니...

기부 모집 절차와 사용 방법 등을 규정한 법은`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약칭: 기부금품법)이다.

이 법률 4조 1항에 따르면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할 경우 모집ㆍ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 등록청에, 10억 원 이상은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모집된 성금은 모금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계획한 모금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모집된 모금액을 충분히 사용하고 남았을 경우에는 등록청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있다. (제12조-기부금품의 사용)

모집자는 모금을 중단하거나 종료할 때 모집상황을, 모금액을 사용했을 땐 사용명세를 공개해야 한다. 모집자는 모금액 사용이 끝나면 60일 이내에 외부 회계감사보고서를 첨부해 등록청에 제출해야 하는데, 모금액이 1억 원 이하라면 회계감사보고서 없이 영수증 등 지출증빙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제14조-공개의무와 회계감사 등)

등록과 사용, 사용 후 정보공개 및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16조-벌칙)

다만, 국가나 법인·정당·단체가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모은 금품은 예외로 인정된다.


"인터넷 카페 예외사항 해당, 문제없어"

그래서 인터넷 카페가 기부를 목적으로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기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락 서기관은 "단체가 단체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부를 목적으로 한 단체의 모금은 모집등록을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도 "단체가 회원을 상대로 모금한 금품은 예외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해당 카페가 법령이 정한 친목단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카페는 '패션'이나 '결혼·육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로, 친목단체로 볼 수 있다는 게 해당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랫동안 기부 문화를 이끌어 온 굿네이버스의 황성주 본부장은 "금액이 3억여 원으로 1천만 원을 넘긴 했지만, 단체에 등록된 회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예외 사항으로 인정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부금품법이 단체의 모금활동을 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법원은 "단체 등의 일정한 모금활동을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금품의 모집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또는 적정한 사용이 담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도8118 판결)

때문에 해당 카페의 '강원 산불' 모금이 불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비회원 참여 부분'은 문제의 소지 있어

다만 비회원이 모금에 참여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카페는 공지글을 통해 "인기 글을 통해 비회원인 분들도 모금에 참여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카페 공지 글.
하지만 비회원이 낸 돈이 1천만 원을 넘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염형국 변호사는 "카페 회원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모금한 돈이 1천만 원 이상이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금이 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엔 모금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주 본부장도 "비회원 모금액이 1천만 원을 넘었을 경우 모금 등록을 하거나 초과 금액을 기부자에게 반환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락 서기관 역시 이들과 같은 의견을 냈다.

모금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가 비회원에게서 1천만 원을 초과해 모금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5954 판결)

카페가 공개한 모금 내역에는 회원·비회원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취재진이 카페 운영진에게 모금 등록 여부와 비회원 모금액 관련한 내용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모금 주체자와 목적 등 따져봐야"

혹시 있을지 모르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금 주체자와 목적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되는 인터넷 카페라고 해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계획에 따라 모금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살펴야 한다. 또한 모금·집행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단체 내에서 이뤄지는 회원 대상 모금은 해당 내용을 법적으로 반드시 밝혀야 할 의무가 없지만, 그렇다고 불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요구에도 모집자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해 조사를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체 내에서의 활동은 회원들 간의 자정작용을 통해 신뢰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황성주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모금에 동참하기 전에 우선 모금 주체자가 확실한 목적을 가졌는지, 사용계획이 분명한지, 향후 사용에 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만한 사람이나 단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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