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홍역 앓는 미국’…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2019.04.11 (10:47) 수정 2019.04.11 (11: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백신만 맞으면 거의 완벽한 예방이 가능해 후진국 병으로 불리는 홍역이 미국 뉴욕에서 창궐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후진국 병이 도는 이유를 지구촌 인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대학교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임시 보건 진료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홍역, 볼거리, 풍진 등을 예방할 수 있는 MMR 백신을 맞기 위해서입니다.

[레이 베츠너/템플대학교 대변인 :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데 8시 30분부터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굉장히 좋은 현상이죠."]

최근 확산 중인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교내 학생, 교원, 사무직원들에게 무료 백신 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탈 테오/템플대학교 학생 : "정말 좋아요.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굉장히 빨리 접종을 받았고, 많이 아프지 않았어요."]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서는 뉴욕, 워싱턴 등 동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홍역 환자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465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뉴욕시 근교의 로클랜드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166명의 홍역 환자가 확인됐고, 지난달엔 홍역 비상사태까지 선언됐습니다.

[에드 데이/로클랜드 카운티 시장 : "3월 27일 자정을 기해, 로크랜드에 홍역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홍역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18살 미만의 공공시설 출입을 금지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신 미 접종자들은 학교는 물론 쇼핑몰, 식당 등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했는데요.

그럼에도 접종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미국 의학계와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음모론을 전면 부정하며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여전히 예방접종이 자폐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믿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를 연 18살 미국 학생이 이런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백신을 맞은 린든버거는 자신의 백신 접종 과정을 증언했습니다.

[에단 린든버거/미국 고등학생 : "지금까지 홍역과 수두는 물론 소아마비 등 다양한 병에도 백신을 전혀 맞은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뒤 백신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 백신 음모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뜬소문임을 확신했고, 지난해 12월 스스로 나서 백신을 맞았습니다.

[에단 린든버거/미국 고등학생 :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 여러 차례에 부모님에게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족들이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요."]

예방 접종 거부의 배경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 9일 홍역 비상사태를 선언한 뉴욕 당국은 브루클린 지역에 강제 백신 접종 명령을 내렸는데요.

이 지역엔 특히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과 교리를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론 브레이버/뉴욕 시민 : "많은 사람이 홍역에 걸리고 있고, 홍역이 나쁜 질병이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백신 역시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최고 약 114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데도 좀처럼 접종률은 늘고 있지 않은데요.

홍역은 가볍게 볼 질병이 아닙니다.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11만 명이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해 후진국 병으로 치부됐던 홍역.

하지만, 선택적 예방접종으로 인해 다시 창궐하면서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홍역 앓는 미국’…어쩌다 이 지경까지
    • 입력 2019-04-11 10:51:40
    • 수정2019-04-11 11:01:31
    지구촌뉴스
[앵커]

백신만 맞으면 거의 완벽한 예방이 가능해 후진국 병으로 불리는 홍역이 미국 뉴욕에서 창궐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후진국 병이 도는 이유를 지구촌 인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대학교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임시 보건 진료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홍역, 볼거리, 풍진 등을 예방할 수 있는 MMR 백신을 맞기 위해서입니다.

[레이 베츠너/템플대학교 대변인 :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데 8시 30분부터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굉장히 좋은 현상이죠."]

최근 확산 중인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교내 학생, 교원, 사무직원들에게 무료 백신 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탈 테오/템플대학교 학생 : "정말 좋아요.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굉장히 빨리 접종을 받았고, 많이 아프지 않았어요."]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서는 뉴욕, 워싱턴 등 동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홍역 환자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465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뉴욕시 근교의 로클랜드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166명의 홍역 환자가 확인됐고, 지난달엔 홍역 비상사태까지 선언됐습니다.

[에드 데이/로클랜드 카운티 시장 : "3월 27일 자정을 기해, 로크랜드에 홍역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홍역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18살 미만의 공공시설 출입을 금지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신 미 접종자들은 학교는 물론 쇼핑몰, 식당 등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했는데요.

그럼에도 접종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미국 의학계와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음모론을 전면 부정하며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여전히 예방접종이 자폐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믿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를 연 18살 미국 학생이 이런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백신을 맞은 린든버거는 자신의 백신 접종 과정을 증언했습니다.

[에단 린든버거/미국 고등학생 : "지금까지 홍역과 수두는 물론 소아마비 등 다양한 병에도 백신을 전혀 맞은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뒤 백신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 백신 음모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뜬소문임을 확신했고, 지난해 12월 스스로 나서 백신을 맞았습니다.

[에단 린든버거/미국 고등학생 :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 여러 차례에 부모님에게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족들이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요."]

예방 접종 거부의 배경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 9일 홍역 비상사태를 선언한 뉴욕 당국은 브루클린 지역에 강제 백신 접종 명령을 내렸는데요.

이 지역엔 특히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과 교리를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론 브레이버/뉴욕 시민 : "많은 사람이 홍역에 걸리고 있고, 홍역이 나쁜 질병이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백신 역시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최고 약 114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데도 좀처럼 접종률은 늘고 있지 않은데요.

홍역은 가볍게 볼 질병이 아닙니다.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11만 명이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해 후진국 병으로 치부됐던 홍역.

하지만, 선택적 예방접종으로 인해 다시 창궐하면서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