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입력 2019.04.12 (19:15) 수정 2019.04.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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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낙태, 오늘 해도 불법이 아니죠?"

내년 12월 31일까지는 불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 하지만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조항 개정'이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러면 내년 말까지는 낙태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직 불법입니다. 내년 말까지는 현행법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낙태하는 여성, 낙태 시술을 해준 의사, 모두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불법 행위가 됩니다.


② "그럼 지금도 낙태하면 처벌받는 건가요?"

O나 X가 아닌 '△(세모)'라는 답이 적절할 듯합니다.

'실제로' 처벌을 받게 될까, 이 부분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이 살아있더라도 이미 헌재가 '낙태죄는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나 법원이 실제 처벌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검찰청은 낙태를 인지했을 때 어떻게 처분 할 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무조건' 처벌하진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당분간 헌재가 기준으로 제시한 '결정 가능 기간'과 '사회 경제적 사유'를 살펴서 처벌 여부를 정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해석입니다.

헌재는 '임신 22주'를 여성이 출산을 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제시했습니다. 또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22주 안에 낙태했을 경우, 수사 대상은 되더라도 선처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법원도 이 기준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③ "낙태로 예전에 처벌받았는데,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이것도 '세모'입니다. 사안마다 다릅니다.

과거 낙태죄로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을 수 있는지는, 역시 헌재가 제시한 '기준'이 쟁점이 될 겁니다.

22주 이내였는지, 또 피치 못할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재판부가 살핀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여성이 처했던 상황에 따라 재판부도 판단을 다르게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재심 대상의 기준도 복잡합니다.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오면, 그 법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처벌받았던 사람들이 소급 적용을 받아 재심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 기준으로 보면 낙태죄가 제정된 1953년 이후 처벌받은 여성과 의사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한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죠. 이렇게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으면, '합헌 결정 다음날'부터 처벌받은 사람에 한해 소급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2012년에는 '조산사의 낙태죄'에 대해 결정을 했고, 이번에는 '의사의 낙태죄'에 대해 결정을 해서 소급 적용 기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대법원이 정리를 해줘야 할 대목입니다.


"우리가 처벌보다 두려운 건..."

66년 만에, 우리나라 여성들은 낙태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적 처벌'만이 두려운 건 아닙니다.

낙태 여부를 상담할 곳이 없는 상황, 낙태를 한 여성에게만 쏟아지는 비난, 낙태 시술을 받고도 마땅한 치료와 돌봄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 그리고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까지. 처벌을 면하더라도 여성들이 부딪혀야 하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헌재도 결정문에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과 태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처벌' 외에 무얼 했느냐는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을 하는 등의 적극적 노력은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임신한 여성에 대하여 전면적 일률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국가가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그동안 여성이 받아야 할 고통이 너무 컸다.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은 사회가 변하면서 함께 바뀌곤 합니다. 이번엔 법이 한발 나아갔습니다. 여성과 함께 태아를 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하고 실천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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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A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 입력 2019-04-12 19:15:33
    • 수정2019-04-12 19:21:07
    취재K
① "낙태, 오늘 해도 불법이 아니죠?"

내년 12월 31일까지는 불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 하지만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조항 개정'이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러면 내년 말까지는 낙태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직 불법입니다. 내년 말까지는 현행법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낙태하는 여성, 낙태 시술을 해준 의사, 모두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불법 행위가 됩니다.


② "그럼 지금도 낙태하면 처벌받는 건가요?"

O나 X가 아닌 '△(세모)'라는 답이 적절할 듯합니다.

'실제로' 처벌을 받게 될까, 이 부분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이 살아있더라도 이미 헌재가 '낙태죄는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나 법원이 실제 처벌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검찰청은 낙태를 인지했을 때 어떻게 처분 할 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무조건' 처벌하진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당분간 헌재가 기준으로 제시한 '결정 가능 기간'과 '사회 경제적 사유'를 살펴서 처벌 여부를 정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해석입니다.

헌재는 '임신 22주'를 여성이 출산을 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제시했습니다. 또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22주 안에 낙태했을 경우, 수사 대상은 되더라도 선처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법원도 이 기준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③ "낙태로 예전에 처벌받았는데,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이것도 '세모'입니다. 사안마다 다릅니다.

과거 낙태죄로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을 수 있는지는, 역시 헌재가 제시한 '기준'이 쟁점이 될 겁니다.

22주 이내였는지, 또 피치 못할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재판부가 살핀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여성이 처했던 상황에 따라 재판부도 판단을 다르게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재심 대상의 기준도 복잡합니다.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오면, 그 법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처벌받았던 사람들이 소급 적용을 받아 재심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 기준으로 보면 낙태죄가 제정된 1953년 이후 처벌받은 여성과 의사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한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죠. 이렇게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으면, '합헌 결정 다음날'부터 처벌받은 사람에 한해 소급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2012년에는 '조산사의 낙태죄'에 대해 결정을 했고, 이번에는 '의사의 낙태죄'에 대해 결정을 해서 소급 적용 기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대법원이 정리를 해줘야 할 대목입니다.


"우리가 처벌보다 두려운 건..."

66년 만에, 우리나라 여성들은 낙태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적 처벌'만이 두려운 건 아닙니다.

낙태 여부를 상담할 곳이 없는 상황, 낙태를 한 여성에게만 쏟아지는 비난, 낙태 시술을 받고도 마땅한 치료와 돌봄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 그리고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까지. 처벌을 면하더라도 여성들이 부딪혀야 하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헌재도 결정문에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과 태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처벌' 외에 무얼 했느냐는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을 하는 등의 적극적 노력은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임신한 여성에 대하여 전면적 일률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국가가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그동안 여성이 받아야 할 고통이 너무 컸다.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은 사회가 변하면서 함께 바뀌곤 합니다. 이번엔 법이 한발 나아갔습니다. 여성과 함께 태아를 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하고 실천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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