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화날 땐 짧게 3초, 길게 30초라도 시간 벌어야…‘15분’ 넘기기 어려워

입력 2019.04.14 (08:02) 수정 2019.04.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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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건강365, KBS 3라디오 FM 104.9MHz
● 2019. 4. 14.(일) 08:00~09:00 / 16:00~17:00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신영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와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 나눕니다.

나이 들면 '이사' 안 가려해…스트레스 안 받고 적응해서 이제 마음 편하니까

◇박광식: 스트레스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이 되나요. 실체는 있는 겁니까?

◆신영철: 그럼요. 인간의 몸과 마음은 늘 일정한 상태에 있으려는 습성이 있죠. 그것을 우리는 항상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런 자극도 없는 무자극 상태는 스트레스 제로(0)라는 뜻이죠. 이 항상성을 깨는 모든 자극을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살아있는 게 스트레스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은 게 뭐가 있습니까?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너지를 써야 하고 이게 다 스트레스죠. 사실은 연세 드신 분들이 이사도 안 가려고 그러죠. 왜 그럴까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늘 하던 짓을 해야 마음이 편한 거예요. 그 아파트 좋다고 아무리 오라 그래도 시골에서 참 추운 데 사신단 말이에요. 그게 사람은 변화가 오면 거기에 에너지가 들고 나이가 들수록 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체험적으로 아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식인 거예요

결혼 좋은 거? 스트레스 점수 50점에 달해

◇박광식: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배우자 사망과 자녀 사망이 최고로 높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신영철: 네. 스트레스 지수는 예를 들면 100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죠. 그게 배우자의 사망과 자녀의 사망이 되겠는데요.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이죠. 그렇다면 결혼은 몇 점일까요? 결혼은 긍정적인 거잖아요. 누구랑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면 결혼은 참 좋은 거니까 스트레스가 안 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잖아요.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니까 에너지가 들죠. 이게 한 50점 가까이 되죠.

'결혼'하고 '승진'하고 '이사'하면 스트레스 최고치

예를 들어 '승진했다' 좋은 거죠. 그것도 한 20~30점 됩니다. '이사 갔다' 너무나 작은 것 같죠. 그것도 한 20점 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요. 결혼했어요. 50점이죠. 승진했어요. 이사까지 갔어요. 그러면 스트레스 100점이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생각보다 점수가 높습니다. 이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죠. 그러니까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뜻입니다.

◇박광식: 우문이지만, 좋은 일인데 왜 스트레스가 생기죠?

◆신영철: 좋은 일이지만 우리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죠. 항상성이 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그것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는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유형, 바로 '완벽주의자'… 남까지 그래야 한다고 믿어

◇박광식: 나에게 생기는 변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뭔가 변한다는 건 스트레스라는 얘기인데요. 유난히 그런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이 따로 있을까요?

◆신영철: 사실은 여러 유형이 있죠. 늘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 불만만 가지는 사람, 아주 긴장이 너무 높거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한 사람, 물론 다 스트레스가 높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보면 가장 핵심적인 사람은 지나친 완벽주의자입니다. 완벽주의는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우리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완벽을 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수하면 안 돼요. 옛날하고 달라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그러면 일할 때만 완벽주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밖에 가서 노래방 가서도 완벽주의자 노릇을 하는 거예요. 죽을 지경이죠. 제가 이야기해 보면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머리가 좀 아파서 왔습니다."
"얼마나 되셨어요?"
"한 두어 달 됐습니다."

이게 보통 사람과의 대화입니다. 완벽주의자 분들은 이렇게 대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선생님, 이쪽으로 잠깐 와보세요. 여기 귀 뒤에 2. 5㎝ 아래가 아픕니다."

이렇게 두통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가르쳐 줍니다.

사실 이런 두통은 치료해서 나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완벽한 성격이죠. 참 좋은 성격인데요. 다만 융통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정해놓은 틀이 있잖아요. 그 틀을 벗어나면 견디질 못합니다. 사실 자기만 그러면 되잖아요. 그런데 남까지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니까 관계도 무너지게 되고 감정보다는 옳고 그름에만 민감하게 되죠. 늘 긴장하고 살 수밖에 없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자존심 상해!"…내가 누군데 나를 이렇게 대접해? 이건 가짜 자존감!

◇박광식: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은 자존감하고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신영철: 자존감에 대해서 약간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우리 사회는 자신감에 대해서 혹은 자존감에 관해서 관심이 엄청나게 많죠. 그런 책들도 많이 팔리고 개중에는 잘못 설명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자존감이라는 것이 '나는 잘났어.'. '내가 최고야', '나는 뭐든 잘할 수 있어.' 이건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이라고 말하기 어렵죠. 진짜 자존감이라는 것은 내가 부족한 것을 너무 잘 압니다. 우리 부족한 거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긍정적이고 좋은 점도 참 많죠. 그 양쪽을 다 보고 그 자체가 전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귀하고 소중하고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진짜 자존감인데 이런 사람은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습니다. 작은 자극에는 별로 신경 안 쓰거든요. 누가 좀 못한다. 그래도 '그래, 나의 참 부족한 면이야!' 받아들이면 되는데 누가 조금만 자극해도 팍하고 화내는 사람들 있죠. 자존심 상한다. 그건 자존심이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자존심 상한다. 내가 누군데 나를 이렇게 대접하느냐 그 뜻이거든요. 사실 자존심이 없는 거예요. 그건 진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그런 작은 일에 자존심 상한다.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진짜 자존감이라는 것은 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 별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무기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자존감, 당연히 그게 높으면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볼 수 있죠

스트레스 받아 화내면 상대방이 바뀌던가요? 똑똑하게 화내는 법 필요해

◇박광식: 스트레스 참고 참다가 나중에 터지는 경우도 많고, 미숙하게 대처해 더 큰 화를 부르기도 하고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신영철: 화를 다스리는 법, 저도 잘 모릅니다. 이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화 자체는 사실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그렇잖아요.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문제는 그 화가 건강하게 나에게 작용하는가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우리가 부부관계에 있어서 예를 들면 화를 내는 것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 화를 내는 거거든요. 화를 내니까 바뀌던가요. 그게 문제예요. 나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화를 내지만 그 결과는 관계만 나빠질 뿐이거든요. 그래서 똑똑하게 화내는 법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인데 아무리 우리가 정말 인격적으로 수양이 되고 해도요. 화가 나는데 그 속에 들어가 버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화날 땐 짧게 3초, 길게 30초라도 시간 벌어야 … 뇌과학 15분 이상 지속 어려워

이때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짧게는 3초, 길게는 30초, 뇌 의학적으로는 15분 이상을 가지 않는다고 그러는데요. 그 순간만 잠깐 모면하면 될 걸 가지고, 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게 되죠. 그래서 일단은 잠시 몇 초든 몇십 초든 시간을 벌고 심호흡 한번 하라고 그러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해요. 이게 정말로 화가 날 만한 상황인가? 내가 오해를 한 것인가? 내가 좀 과장되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상대방이 저렇게 하는 건 이유가 뭘까? 이 생각만으로도 감정이 좀 누그러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잠시 피했다가 정말 화가 날 만한 상황이면 이성적으로 화내야죠!

그래도 이건 화가 날 만한 상황이야 그러면 화를 내야죠. 그것은 결코 욱하는 정말 감정적으로 내라는 뜻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화를 낼 수가 있죠. 그 상황에서 이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결과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화를 내는 거니까 충분히 화를 낼 수 있지만, 그때도 조금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화를 다스리는 기술 같은 것은 이미 책이라든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으니까 참고하면 될 것 같고요.

평소에 가슴 천천히 뛰도록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야

마지막으로 여러분 불안과 분노가 같은 감정이란 건 알고 계세요? 물론 다른 감정인데요. 화날 때 가슴 뛸까요? 안 뛸까요? 가슴이 두근두근하죠. 불안할 때는요? 같은 증상이잖아요. 그러니까 감정 자체는 다른 것이지만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이 같습니다. 가끔 우리가 화가 나는 것과 불안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편안할 때는 그냥 넘어갈 일인데 내가 막 긴장되고 지금 짜증 나고 힘든 상황일 때는 건드리면 폭발하죠. 내가 화낼 준비를 각성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원리로 보면 평소에 긴장을 줄이고 이완하는 행동이 분노를 조절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죠.

◇박광식: 네, 피해갈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한 여러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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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4 08:02:14
    • 수정2019-04-14 09:31:32
    박광식의 건강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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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4. 14.(일) 08:00~09:00 / 16:00~17:00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신영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와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 나눕니다.

나이 들면 '이사' 안 가려해…스트레스 안 받고 적응해서 이제 마음 편하니까

◇박광식: 스트레스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이 되나요. 실체는 있는 겁니까?

◆신영철: 그럼요. 인간의 몸과 마음은 늘 일정한 상태에 있으려는 습성이 있죠. 그것을 우리는 항상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런 자극도 없는 무자극 상태는 스트레스 제로(0)라는 뜻이죠. 이 항상성을 깨는 모든 자극을 우리는 스트레스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살아있는 게 스트레스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은 게 뭐가 있습니까?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너지를 써야 하고 이게 다 스트레스죠. 사실은 연세 드신 분들이 이사도 안 가려고 그러죠. 왜 그럴까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늘 하던 짓을 해야 마음이 편한 거예요. 그 아파트 좋다고 아무리 오라 그래도 시골에서 참 추운 데 사신단 말이에요. 그게 사람은 변화가 오면 거기에 에너지가 들고 나이가 들수록 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체험적으로 아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식인 거예요

결혼 좋은 거? 스트레스 점수 50점에 달해

◇박광식: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배우자 사망과 자녀 사망이 최고로 높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신영철: 네. 스트레스 지수는 예를 들면 100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죠. 그게 배우자의 사망과 자녀의 사망이 되겠는데요.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이죠. 그렇다면 결혼은 몇 점일까요? 결혼은 긍정적인 거잖아요. 누구랑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면 결혼은 참 좋은 거니까 스트레스가 안 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잖아요.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니까 에너지가 들죠. 이게 한 50점 가까이 되죠.

'결혼'하고 '승진'하고 '이사'하면 스트레스 최고치

예를 들어 '승진했다' 좋은 거죠. 그것도 한 20~30점 됩니다. '이사 갔다' 너무나 작은 것 같죠. 그것도 한 20점 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요. 결혼했어요. 50점이죠. 승진했어요. 이사까지 갔어요. 그러면 스트레스 100점이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생각보다 점수가 높습니다. 이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죠. 그러니까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뜻입니다.

◇박광식: 우문이지만, 좋은 일인데 왜 스트레스가 생기죠?

◆신영철: 좋은 일이지만 우리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죠. 항상성이 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그것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는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유형, 바로 '완벽주의자'… 남까지 그래야 한다고 믿어

◇박광식: 나에게 생기는 변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뭔가 변한다는 건 스트레스라는 얘기인데요. 유난히 그런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이 따로 있을까요?

◆신영철: 사실은 여러 유형이 있죠. 늘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 불만만 가지는 사람, 아주 긴장이 너무 높거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한 사람, 물론 다 스트레스가 높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보면 가장 핵심적인 사람은 지나친 완벽주의자입니다. 완벽주의는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우리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완벽을 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수하면 안 돼요. 옛날하고 달라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그러면 일할 때만 완벽주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밖에 가서 노래방 가서도 완벽주의자 노릇을 하는 거예요. 죽을 지경이죠. 제가 이야기해 보면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머리가 좀 아파서 왔습니다."
"얼마나 되셨어요?"
"한 두어 달 됐습니다."

이게 보통 사람과의 대화입니다. 완벽주의자 분들은 이렇게 대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선생님, 이쪽으로 잠깐 와보세요. 여기 귀 뒤에 2. 5㎝ 아래가 아픕니다."

이렇게 두통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가르쳐 줍니다.

사실 이런 두통은 치료해서 나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완벽한 성격이죠. 참 좋은 성격인데요. 다만 융통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정해놓은 틀이 있잖아요. 그 틀을 벗어나면 견디질 못합니다. 사실 자기만 그러면 되잖아요. 그런데 남까지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니까 관계도 무너지게 되고 감정보다는 옳고 그름에만 민감하게 되죠. 늘 긴장하고 살 수밖에 없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자존심 상해!"…내가 누군데 나를 이렇게 대접해? 이건 가짜 자존감!

◇박광식: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은 자존감하고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신영철: 자존감에 대해서 약간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우리 사회는 자신감에 대해서 혹은 자존감에 관해서 관심이 엄청나게 많죠. 그런 책들도 많이 팔리고 개중에는 잘못 설명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자존감이라는 것이 '나는 잘났어.'. '내가 최고야', '나는 뭐든 잘할 수 있어.' 이건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이라고 말하기 어렵죠. 진짜 자존감이라는 것은 내가 부족한 것을 너무 잘 압니다. 우리 부족한 거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긍정적이고 좋은 점도 참 많죠. 그 양쪽을 다 보고 그 자체가 전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귀하고 소중하고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진짜 자존감인데 이런 사람은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습니다. 작은 자극에는 별로 신경 안 쓰거든요. 누가 좀 못한다. 그래도 '그래, 나의 참 부족한 면이야!' 받아들이면 되는데 누가 조금만 자극해도 팍하고 화내는 사람들 있죠. 자존심 상한다. 그건 자존심이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자존심 상한다. 내가 누군데 나를 이렇게 대접하느냐 그 뜻이거든요. 사실 자존심이 없는 거예요. 그건 진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그런 작은 일에 자존심 상한다.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진짜 자존감이라는 것은 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 별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무기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자존감, 당연히 그게 높으면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볼 수 있죠

스트레스 받아 화내면 상대방이 바뀌던가요? 똑똑하게 화내는 법 필요해

◇박광식: 스트레스 참고 참다가 나중에 터지는 경우도 많고, 미숙하게 대처해 더 큰 화를 부르기도 하고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신영철: 화를 다스리는 법, 저도 잘 모릅니다. 이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화 자체는 사실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그렇잖아요.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문제는 그 화가 건강하게 나에게 작용하는가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우리가 부부관계에 있어서 예를 들면 화를 내는 것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 화를 내는 거거든요. 화를 내니까 바뀌던가요. 그게 문제예요. 나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화를 내지만 그 결과는 관계만 나빠질 뿐이거든요. 그래서 똑똑하게 화내는 법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인데 아무리 우리가 정말 인격적으로 수양이 되고 해도요. 화가 나는데 그 속에 들어가 버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화날 땐 짧게 3초, 길게 30초라도 시간 벌어야 … 뇌과학 15분 이상 지속 어려워

이때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짧게는 3초, 길게는 30초, 뇌 의학적으로는 15분 이상을 가지 않는다고 그러는데요. 그 순간만 잠깐 모면하면 될 걸 가지고, 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게 되죠. 그래서 일단은 잠시 몇 초든 몇십 초든 시간을 벌고 심호흡 한번 하라고 그러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해요. 이게 정말로 화가 날 만한 상황인가? 내가 오해를 한 것인가? 내가 좀 과장되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상대방이 저렇게 하는 건 이유가 뭘까? 이 생각만으로도 감정이 좀 누그러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잠시 피했다가 정말 화가 날 만한 상황이면 이성적으로 화내야죠!

그래도 이건 화가 날 만한 상황이야 그러면 화를 내야죠. 그것은 결코 욱하는 정말 감정적으로 내라는 뜻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화를 낼 수가 있죠. 그 상황에서 이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결과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화를 내는 거니까 충분히 화를 낼 수 있지만, 그때도 조금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화를 다스리는 기술 같은 것은 이미 책이라든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으니까 참고하면 될 것 같고요.

평소에 가슴 천천히 뛰도록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야

마지막으로 여러분 불안과 분노가 같은 감정이란 건 알고 계세요? 물론 다른 감정인데요. 화날 때 가슴 뛸까요? 안 뛸까요? 가슴이 두근두근하죠. 불안할 때는요? 같은 증상이잖아요. 그러니까 감정 자체는 다른 것이지만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이 같습니다. 가끔 우리가 화가 나는 것과 불안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편안할 때는 그냥 넘어갈 일인데 내가 막 긴장되고 지금 짜증 나고 힘든 상황일 때는 건드리면 폭발하죠. 내가 화낼 준비를 각성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원리로 보면 평소에 긴장을 줄이고 이완하는 행동이 분노를 조절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죠.

◇박광식: 네, 피해갈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한 여러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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