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군인에겐 있는데 소방관만 없는 것은?

입력 2019.04.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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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에 있는 구병산 119안전센터 모습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12일 근무 인원은 단, 5명이었습니다.

"한 명도 별일 없기를..." 어느 119안전센터의 기도

충북 보은소방서 구병산 119안전센터에서는 날마다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관할 주민들이 화재·사고로부터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간절하게 바라는 것, 바로 오늘 당번 5명의 '무사출근'입니다.

펌프차 2대, 대형물탱크 1대, 구급차 1대. 2등급 안전센터인 구병산 119안전센터가 보유한 소방안전차량은 이렇게 4대입니다. 소방기준법에 따르면 펌프차에는 4명, 대형물탱크는 3명, 구급차 3명이 타야 합니다. 소방차가 총출동하려면 적어도 14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14명이 필요한 안전센터에 근무자는 고작 5명. 이게 현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불이 났을 때 4명이 타야 하는 펌프차를 대원 1명이 타고 운전하거나, 센터장이 직접 화재 진압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화마와 싸워온 지 25년째인 김석영 구병산 119안전센터장은 "무엇보다 현장 지휘를 할 수 없어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5명이 '무사출근'해도 이런 상황인데, 혹시나 한 명이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결근하게 되면 어떨까요. '무사출근'을 바라는 구병산 119안전센터의 기도는 그 자체로 주민의 안전을 바라는 '소방관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있는 같은 등급의 안전센터의 경우 하루 근무 인원 13명으로 법정기준보다 1명 모자랍니다.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소방현장 인력 부족률에 큰 차이가 있는 겁니다. 아래의 전국 소방현장 인력 부족률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부족률이 9.8%이지만, 구병산 119안전센터가 있는 충북은 34.7%,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는 31.6%, 전남의 경우 39.9%로 서울과 비교할 때 부족률이 4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장비와 교육, 건강검진 등에 들어가는 소방관 1인당 사업비도 서울은 1년에 3,025만 원이 책정돼 있지만, 충북은 2,748만 원으로 280만 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소방인력의 차이는 곧 지역 소방 안전도의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청 조선호 대변인은 "지역에 따라 안전까지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행법상 지방직인 소방관 인건비를 중앙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지원해 인력 충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경찰·군인에겐 있는데 소방관에만 없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엔 항상 소방관이 꼽힙니다. 하지만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69살로 공무원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81세보다 10년 이상 짧습니다. 강원 산불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극한의 직업환경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숫자입니다.


소방관 1명은 한 해 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을 경험합니다.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발병 비율은 4.5배 높고, 알코올성 장애는 6.6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는 10.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2012년~2016년) 정신장애로 인한 신변비관과 가정불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은 평균 7.4명으로 화재 현장 등에서 순직한 경우(4.2명)보다 많았습니다.

군인을 위한 전문치료센터는 전국 19개 병원이 있고, 경찰은 경찰병원이 있는데, 소방관은 전문치료센터가 없어 경찰병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심신건강수련원도 군은 9곳, 경찰은 8곳, 해경은 3곳이 있지만, 지방직인 소방관을 위한 수련원 시설은 없습니다.

한 지자체 소방예산 담당자는 "재정자립도 전국 평균이 50%를 약간 넘는 상황에서, 소방예산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라며 "그마저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로 대부분이다 보니 소방관 심리치료 같은 예산은 신경 쓰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갑은 왔는데... 사람은 언제 옵니까?"

2014년 6월 ‘소방관 국가직 전환’ 요구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정은애 전북 익산인화119안전센터장 2014년 6월 ‘소방관 국가직 전환’ 요구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정은애 전북 익산인화119안전센터장

2014년 6월, 서울 광화문에서는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소방관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예산이 없어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갑도 사비로 사야 했던 소방관들의 사연으로 화제가 됐었죠.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나아졌을까요?

2015년 담뱃세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떼어 지자체에 내려보내면서 장갑 같은 개인 안전장비부터 노후 소방차 교체까지 장비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장비를 쓸 사람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당시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섰던 정은애 전북 익산인화119안전센터장은 "장갑은 왔는데, 사람은 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구급차에서 운전하는 1명을 빼고, 1명이 심폐소생술을 하면 나머지 1명이 정맥주사를 놔야 소생률이 높아지는데, 인력부족으로 심폐소생술만 실시하다보니 소생률이 20%대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튜브 등을 통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 센터장은 "국민 안전을 위해 국회에서 서둘러 소방관 국가직 전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23일 법안 재논의, '대놓고 반대'는 없지만...

2017년 10월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정책이 발표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습니다. 국가직이 되면 중앙정부가 인건비를 맡아야 합니다. 정부 부처별로 입장이 달랐는데, 1년을 꼬박 협의한 결과 담뱃세에서 떼는 소방안전교부세를 단계적으로 올려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소방안전교부세를 현행 20%에서 2019년 35%, 2020년 45%까지 올리면 2년 동안 8천억 원가량을 확보해 소방관 7,600여 명 충원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계산입니다. 2021년 이후 충원 때 필요한 재원은 각 부처가 다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재원 문제가 정리돼 국회 논의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 직전 한국당 의원 한 명이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국회 행안위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소방관 국가직 전환법을 논의할 예정인데요. 그 전에 행안위 소속 의원 22명에게 일일이 찬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4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전화 설문을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과 민주평화당 의원 1명은 정부안에 찬성입니다.
행안위 법안소위원장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미 1년 넘게 부처와 지자체간 조율이 진행됐고, 협의가 끝난 사안"임을 강조했습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국가직을 전제로 각 지자체에서 올해 3,900명 넘게 소방관 신규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국회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11명,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중 대놓고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습니다. 취지에는 모두 찬성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홍문표 의원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 확충안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로 인건비를 지원한다지만 여전히 대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2021년 이후 재원마련 계획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반대하진 않겠다"면서도 "경찰은 자치경찰, 소방은 국가직으로 하겠다는 건 정부가 지방행정에 대한 일관된 흐름과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라며 이 부분의 정부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소방사무를 아예 국가사무화해서 지휘통제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절반은 찬성, 절반은 각기 다른 조건을 내세운 가운데 국회 행안위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심의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소방청과 각 부처, 지자체가 각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심사를 끝내고 의결 직전까지 간 만큼 23일 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른바 '조건부 찬성'을 내세운 한국당 등은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공청회도 필요하다"면서 정부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15일 저녁까지 25만 4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23일, 국회가 여기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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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군인에겐 있는데 소방관만 없는 것은?
    • 입력 2019-04-15 19:20:02
    취재K
충북 보은에 있는 구병산 119안전센터 모습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12일 근무 인원은 단, 5명이었습니다.

"한 명도 별일 없기를..." 어느 119안전센터의 기도

충북 보은소방서 구병산 119안전센터에서는 날마다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관할 주민들이 화재·사고로부터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간절하게 바라는 것, 바로 오늘 당번 5명의 '무사출근'입니다.

펌프차 2대, 대형물탱크 1대, 구급차 1대. 2등급 안전센터인 구병산 119안전센터가 보유한 소방안전차량은 이렇게 4대입니다. 소방기준법에 따르면 펌프차에는 4명, 대형물탱크는 3명, 구급차 3명이 타야 합니다. 소방차가 총출동하려면 적어도 14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14명이 필요한 안전센터에 근무자는 고작 5명. 이게 현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불이 났을 때 4명이 타야 하는 펌프차를 대원 1명이 타고 운전하거나, 센터장이 직접 화재 진압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화마와 싸워온 지 25년째인 김석영 구병산 119안전센터장은 "무엇보다 현장 지휘를 할 수 없어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5명이 '무사출근'해도 이런 상황인데, 혹시나 한 명이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결근하게 되면 어떨까요. '무사출근'을 바라는 구병산 119안전센터의 기도는 그 자체로 주민의 안전을 바라는 '소방관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있는 같은 등급의 안전센터의 경우 하루 근무 인원 13명으로 법정기준보다 1명 모자랍니다.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소방현장 인력 부족률에 큰 차이가 있는 겁니다. 아래의 전국 소방현장 인력 부족률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부족률이 9.8%이지만, 구병산 119안전센터가 있는 충북은 34.7%,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는 31.6%, 전남의 경우 39.9%로 서울과 비교할 때 부족률이 4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장비와 교육, 건강검진 등에 들어가는 소방관 1인당 사업비도 서울은 1년에 3,025만 원이 책정돼 있지만, 충북은 2,748만 원으로 280만 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소방인력의 차이는 곧 지역 소방 안전도의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청 조선호 대변인은 "지역에 따라 안전까지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행법상 지방직인 소방관 인건비를 중앙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지원해 인력 충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경찰·군인에겐 있는데 소방관에만 없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엔 항상 소방관이 꼽힙니다. 하지만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69살로 공무원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81세보다 10년 이상 짧습니다. 강원 산불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극한의 직업환경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숫자입니다.


소방관 1명은 한 해 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을 경험합니다.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 발병 비율은 4.5배 높고, 알코올성 장애는 6.6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는 10.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2012년~2016년) 정신장애로 인한 신변비관과 가정불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은 평균 7.4명으로 화재 현장 등에서 순직한 경우(4.2명)보다 많았습니다.

군인을 위한 전문치료센터는 전국 19개 병원이 있고, 경찰은 경찰병원이 있는데, 소방관은 전문치료센터가 없어 경찰병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심신건강수련원도 군은 9곳, 경찰은 8곳, 해경은 3곳이 있지만, 지방직인 소방관을 위한 수련원 시설은 없습니다.

한 지자체 소방예산 담당자는 "재정자립도 전국 평균이 50%를 약간 넘는 상황에서, 소방예산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라며 "그마저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로 대부분이다 보니 소방관 심리치료 같은 예산은 신경 쓰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갑은 왔는데... 사람은 언제 옵니까?"

2014년 6월 ‘소방관 국가직 전환’ 요구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정은애 전북 익산인화119안전센터장
2014년 6월, 서울 광화문에서는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소방관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예산이 없어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갑도 사비로 사야 했던 소방관들의 사연으로 화제가 됐었죠.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나아졌을까요?

2015년 담뱃세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떼어 지자체에 내려보내면서 장갑 같은 개인 안전장비부터 노후 소방차 교체까지 장비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장비를 쓸 사람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당시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섰던 정은애 전북 익산인화119안전센터장은 "장갑은 왔는데, 사람은 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구급차에서 운전하는 1명을 빼고, 1명이 심폐소생술을 하면 나머지 1명이 정맥주사를 놔야 소생률이 높아지는데, 인력부족으로 심폐소생술만 실시하다보니 소생률이 20%대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튜브 등을 통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 센터장은 "국민 안전을 위해 국회에서 서둘러 소방관 국가직 전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23일 법안 재논의, '대놓고 반대'는 없지만...

2017년 10월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정책이 발표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습니다. 국가직이 되면 중앙정부가 인건비를 맡아야 합니다. 정부 부처별로 입장이 달랐는데, 1년을 꼬박 협의한 결과 담뱃세에서 떼는 소방안전교부세를 단계적으로 올려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소방안전교부세를 현행 20%에서 2019년 35%, 2020년 45%까지 올리면 2년 동안 8천억 원가량을 확보해 소방관 7,600여 명 충원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계산입니다. 2021년 이후 충원 때 필요한 재원은 각 부처가 다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재원 문제가 정리돼 국회 논의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 직전 한국당 의원 한 명이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국회 행안위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소방관 국가직 전환법을 논의할 예정인데요. 그 전에 행안위 소속 의원 22명에게 일일이 찬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4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전화 설문을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과 민주평화당 의원 1명은 정부안에 찬성입니다.
행안위 법안소위원장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미 1년 넘게 부처와 지자체간 조율이 진행됐고, 협의가 끝난 사안"임을 강조했습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국가직을 전제로 각 지자체에서 올해 3,900명 넘게 소방관 신규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국회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11명,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중 대놓고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습니다. 취지에는 모두 찬성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홍문표 의원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 확충안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로 인건비를 지원한다지만 여전히 대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2021년 이후 재원마련 계획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반대하진 않겠다"면서도 "경찰은 자치경찰, 소방은 국가직으로 하겠다는 건 정부가 지방행정에 대한 일관된 흐름과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라며 이 부분의 정부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소방사무를 아예 국가사무화해서 지휘통제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절반은 찬성, 절반은 각기 다른 조건을 내세운 가운데 국회 행안위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심의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소방청과 각 부처, 지자체가 각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심사를 끝내고 의결 직전까지 간 만큼 23일 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른바 '조건부 찬성'을 내세운 한국당 등은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공청회도 필요하다"면서 정부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15일 저녁까지 25만 4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23일, 국회가 여기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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