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인수합병’…끝내 ‘승자의 저주’

입력 2019.04.15 (21:03) 수정 2019.04.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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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사태를 부른 경영 실패의 시작은 2006년, 박삼구 금호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무리하게 돈을 쏟아부은게 화근이었습니다.

당시엔 몸집이 커져 재벌그룹으로 잠시 영광을 누렸지만 이게 승자의 저주로 돌아와 이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 금호는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서영민 기자가 되짚었습니다.

[리포트]

2006년과 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살 때 금호는 10조 원 이상을 썼습니다.

재계서열은 7위까지 뛰었지만 영광은 잠시였습니다.

인수자금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 등으로부터 끌어온 것이 독이 됐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금난에 빠진 금호그룹은 2009년 워크아웃과 함께 공중분해 됩니다.

금호고속, 대한통운 등이 매각됐고, 석유화학 계열은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분리됐습니다.

인수합병에 성공한 뒤 오히려 경영 위기를 맞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겁니다.

[오남수/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2009년 12월 : "경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오너의 사재 출연 등도 주채권은행과 긴밀히 협의하여..."]

박 전 회장의 경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책임을 진다며 물러난 지 1년 만에 복귀한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또다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에서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룹 재건이 다시 경영위기를 불러오면서 올해 안에 1조 원 넘게 갚아야 하는 아시아나 항공에게는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남게 됐습니다.

시끄러운 그룹 사정에도 회사 경험 없는 딸 세진 씨를 금호 리조트 상무로 기용하는 등 무리수를 뒀던 박 회장.

[박삼구/금호그룹 전 회장/지난해 7월 : "(금호 리조트는) 그룹으로 보면 아주 작은 회사죠. 거기서 훈련을 하고 인생공부도 하고..."]

3년의 시간을 더 달라면서도, 박 전 회장의 아들 세창 씨를 그룹 안에 남겨두려는 금호 측의 제안을 채권단이 거부한 것도 이런 박 전 회장의 경영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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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한 ‘인수합병’…끝내 ‘승자의 저주’
    • 입력 2019-04-15 21:06:10
    • 수정2019-04-16 0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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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사태를 부른 경영 실패의 시작은 2006년, 박삼구 금호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무리하게 돈을 쏟아부은게 화근이었습니다.

당시엔 몸집이 커져 재벌그룹으로 잠시 영광을 누렸지만 이게 승자의 저주로 돌아와 이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 금호는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서영민 기자가 되짚었습니다.

[리포트]

2006년과 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살 때 금호는 10조 원 이상을 썼습니다.

재계서열은 7위까지 뛰었지만 영광은 잠시였습니다.

인수자금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 등으로부터 끌어온 것이 독이 됐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금난에 빠진 금호그룹은 2009년 워크아웃과 함께 공중분해 됩니다.

금호고속, 대한통운 등이 매각됐고, 석유화학 계열은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분리됐습니다.

인수합병에 성공한 뒤 오히려 경영 위기를 맞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겁니다.

[오남수/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2009년 12월 : "경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오너의 사재 출연 등도 주채권은행과 긴밀히 협의하여..."]

박 전 회장의 경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책임을 진다며 물러난 지 1년 만에 복귀한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또다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에서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룹 재건이 다시 경영위기를 불러오면서 올해 안에 1조 원 넘게 갚아야 하는 아시아나 항공에게는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남게 됐습니다.

시끄러운 그룹 사정에도 회사 경험 없는 딸 세진 씨를 금호 리조트 상무로 기용하는 등 무리수를 뒀던 박 회장.

[박삼구/금호그룹 전 회장/지난해 7월 : "(금호 리조트는) 그룹으로 보면 아주 작은 회사죠. 거기서 훈련을 하고 인생공부도 하고..."]

3년의 시간을 더 달라면서도, 박 전 회장의 아들 세창 씨를 그룹 안에 남겨두려는 금호 측의 제안을 채권단이 거부한 것도 이런 박 전 회장의 경영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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