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로 ‘뒷배’ 강조…장고 끝낸 김정은 전방위 압박 이어가나

입력 2019.04.19 (20:31) 수정 2019.04.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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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전부터 가능성이 거론돼 온 북러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됐습니다. 크렘린궁은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주 중반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8년 만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처음입니다.

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

■ 러시아·중국과 친선 부각...정상외교 폭 넓히며 '우군' 과시

오늘(19일) 아침에는 북중간 친선을 과시하는 북한 매체 보도도 나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이 국무위원회 재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낸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17일 답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 4월 19일 노동신문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 4월 19일 노동신문

"우리는 1년 남짓한 기간에 네 차례나 되는 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조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공동으로 펼치였으며 한집안식구처럼 서로 도와주고 위해주는 조중관계의 특수성과 생활력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 나와 총서기동지는 서로 믿음을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가장 진실한 동지적관계를 맺게 되였으며 이는 새시대 조중관계의 기둥을 굳건히 떠받드는 초석으로, 조중친선의 장성강화를 추동하는 힘있는 원동력으로 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 中)

답전에서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관계의 새로운 장', '한집안식구처럼', '가장 진실한 동지적 관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북중간의 돈독한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또 "조선반도의 정세 흐름이 매우 관건(關鍵)적인 시기에 들어선 오늘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귀중히 여기고 끊임없이 전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들 앞에 나선 중대한 사명"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가주석에도 답전을 보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 시절과 달리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 러시아와 급속도로 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베트남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정상외교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입니다.

■ '장고' 끝내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기 출범' 1주일 숨가쁜 일정

북한은 지난 10-11일 최고인민회의 14기 회의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고 주요 인사도 마무리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 집권 2기'가 공식 출범한 겁니다. 그 뒤 김정은 위원장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1주일 내내 활발하게 대내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로는 29년만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고, 평양에선 대규모 군중 경축행사도 진행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16일에는 공군부대를 방문해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참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훈련이나 무기시험을 지도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5개월 만입니다. 연이어 다음날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도 지도했습니다.

그 사이 북한 매체들은 잇따라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대남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또 어제(18일)는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폼페이오 아닌 다른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라"며 대미 압박 수위도 높였습니다.

■ 대내적으로는 '결속', 대외적으로는 '전방위 압박' 메시지

지난 일주일간 일련의 행보를 보면 다양한 의도가 읽힙니다.

북한 당국은 우선 북미협상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못박으며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협상 지속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관료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례적으로 외무성이 상대에게 '협상 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계속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북한 당국은 또 연이틀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를 공개하면서 군사적 행동 역시 '여전히 살아있는 하나의 옵션'이라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사진 공개는 최소화해 과도한 자극을 피하고, 국지전에 사용되는 '전술 무기'임을 강조하는 등 수위 조절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 그러나 협상의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정리됩니다.

김 위원장은 또 남한에 대해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오지랖', '제정신을 차리고'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매체들을 통해서 한미훈련을 비난하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간 합의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자신들이 보기엔 다분히 '미국의 편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남측에 다각도로 불만을 드러내며 보다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읽힙니다.

북한 내부에 보내는 메시지도 뚜렷합니다. '자력갱생'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경제 발전을 독려하고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국무위원장 재추대 후 첫 행보로 군부대를 방문한 것은 내부의 안보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고 결속을 다지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잇단 정상외교... 무엇을 노리나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하노이 회담 이후 정상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4월 말 북러정상회담 이후엔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응할지가 관심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이후 시진핑 주석의 평양 답방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북러정상회담 이후, 늦어도 하반기 초 이전에는 방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정상외교의 다각화는 우선 북미간 대치 국면에서 '우군'을 확보하고, 이를 미국에 과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른바 든든한 '뒷배'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것에도 대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대화 기조는 열어놓되 '우군'을 강조하며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북한. 북미협상의 향방 역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 다음주 북러회담과 그 이후 행보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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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20:31:23
    • 수정2019-04-19 20:35:17
    취재K
한달여 전부터 가능성이 거론돼 온 북러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됐습니다. 크렘린궁은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주 중반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8년 만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처음입니다. 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 ■ 러시아·중국과 친선 부각...정상외교 폭 넓히며 '우군' 과시 오늘(19일) 아침에는 북중간 친선을 과시하는 북한 매체 보도도 나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이 국무위원회 재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낸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17일 답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 4월 19일 노동신문 "우리는 1년 남짓한 기간에 네 차례나 되는 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조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공동으로 펼치였으며 한집안식구처럼 서로 도와주고 위해주는 조중관계의 특수성과 생활력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 나와 총서기동지는 서로 믿음을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가장 진실한 동지적관계를 맺게 되였으며 이는 새시대 조중관계의 기둥을 굳건히 떠받드는 초석으로, 조중친선의 장성강화를 추동하는 힘있는 원동력으로 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 中) 답전에서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관계의 새로운 장', '한집안식구처럼', '가장 진실한 동지적 관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북중간의 돈독한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또 "조선반도의 정세 흐름이 매우 관건(關鍵)적인 시기에 들어선 오늘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귀중히 여기고 끊임없이 전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들 앞에 나선 중대한 사명"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가주석에도 답전을 보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 시절과 달리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 러시아와 급속도로 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베트남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정상외교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입니다. ■ '장고' 끝내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기 출범' 1주일 숨가쁜 일정 북한은 지난 10-11일 최고인민회의 14기 회의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고 주요 인사도 마무리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 집권 2기'가 공식 출범한 겁니다. 그 뒤 김정은 위원장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1주일 내내 활발하게 대내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로는 29년만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고, 평양에선 대규모 군중 경축행사도 진행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16일에는 공군부대를 방문해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참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훈련이나 무기시험을 지도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5개월 만입니다. 연이어 다음날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도 지도했습니다. 그 사이 북한 매체들은 잇따라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대남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또 어제(18일)는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폼페이오 아닌 다른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라"며 대미 압박 수위도 높였습니다. ■ 대내적으로는 '결속', 대외적으로는 '전방위 압박' 메시지 지난 일주일간 일련의 행보를 보면 다양한 의도가 읽힙니다. 북한 당국은 우선 북미협상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못박으며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협상 지속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관료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례적으로 외무성이 상대에게 '협상 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계속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북한 당국은 또 연이틀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를 공개하면서 군사적 행동 역시 '여전히 살아있는 하나의 옵션'이라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사진 공개는 최소화해 과도한 자극을 피하고, 국지전에 사용되는 '전술 무기'임을 강조하는 등 수위 조절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 그러나 협상의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정리됩니다. 김 위원장은 또 남한에 대해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오지랖', '제정신을 차리고'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매체들을 통해서 한미훈련을 비난하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간 합의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자신들이 보기엔 다분히 '미국의 편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남측에 다각도로 불만을 드러내며 보다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읽힙니다. 북한 내부에 보내는 메시지도 뚜렷합니다. '자력갱생'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경제 발전을 독려하고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국무위원장 재추대 후 첫 행보로 군부대를 방문한 것은 내부의 안보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고 결속을 다지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잇단 정상외교... 무엇을 노리나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하노이 회담 이후 정상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4월 말 북러정상회담 이후엔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응할지가 관심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이후 시진핑 주석의 평양 답방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북러정상회담 이후, 늦어도 하반기 초 이전에는 방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정상외교의 다각화는 우선 북미간 대치 국면에서 '우군'을 확보하고, 이를 미국에 과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른바 든든한 '뒷배'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것에도 대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대화 기조는 열어놓되 '우군'을 강조하며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북한. 북미협상의 향방 역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 다음주 북러회담과 그 이후 행보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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