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비글 찾아 삼만리”…‘세금 펑펑’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

입력 2019.04.20 (12:01) 수정 2019.04.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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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역탐지견으로 쓰기 위해 지난해 해외에서 수입한 비글입니다.

어제(19일) KBS가 보도한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탐지견 수입 과정에 관한 의혹. 이래저래 황당한 정황이 많았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좀 더 풀어보려 합니다.

[연관기사] [단독] "탐지견인줄 알았더니 애완견?"…수상한 '검역견' 수입

■ 황우석 대 황우석 제자…'6억' 계약은 어디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외견 5마리와 복제견 10마리를 구매하기 위해 한 벤처 기업과 약 6억 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외견 5마리와 복제견 10마리를 구매하기 위해 한 벤처 기업과 약 6억 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4월 27일, 한 벤처 기업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서 검역본부는 "해외 우수견 5마리를 구매하고, 복제견 10마리를 생산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정하고 적당한 업체를 찾기 위한 접촉에 나섰습니다. 물론 '공개입찰'이 아닌 '제한경쟁 입찰'이었습니다.

복제견 사업을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벤처 기업과 황우석 박사가 운영하는 동물복제 전문회사 'H바이온'이 경쟁했고, '최저가 낙찰제'로 전자가 계약을 따냈습니다. 벤처기업의 대표인 김 모 교수 역시 서울대 수의대 출신으로, 과거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서 이병천 교수와 함께 일했던 인물입니다.

KBS가 확보한 '2018년 검역탐지견 추가운영 예산 집행계획안'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이 탐지견 구입에 7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놨습니다. 해외우수후보견은 1마리당 2천만 원씩 5마리, 복제견은 한 마리당 6천만 원씩 10마립니다. 실제론 5억 9천여만 원에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검역본부 측은 해외견은 1천5백만 원, 복제견은 5천만 원 정도로 구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떠나요, 미국으로"…비글 한 마리 사러 일주일 출장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 유튜브 채널의 셰퍼드 훈련 영상입니다. 대부분 경찰견으로 활용되는 셰퍼드를 찍은 영상들이 올라와있습니다.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 유튜브 채널의 셰퍼드 훈련 영상입니다. 대부분 경찰견으로 활용되는 셰퍼드를 찍은 영상들이 올라와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습니다. 앞서 계약한 대로, 우수한 해외견을 선발하기 위해섭니다.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역본부 직원 3명도 출장길에 동행했습니다.

이들이 먼저 도착한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Jerry Bradshaw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주로 경찰견을 훈련시켜 판매하는 곳입니다.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대부분 경찰견으로 쓰이는 셰퍼드 품종의 개들뿐입니다. 비글의 사진이나 영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공식 홈페이지
[참고]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공식 유튜브 채널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메이저 업체 3곳 가운데, 비글견을 구해줄 수 있다고 한 업체는 타힐 케나인뿐이었다"며 "다 안 한다고 했는데 타힐 케나인의 CEO만 가능하다고 해, 삼고초려 끝에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으로는, 리트리버나 셰퍼드 품종의 개들은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비글 품종은 원래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결국, 8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머물렀던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에서 김 교수 일행이 선발할 수 있었던 건 비글 한 마리. 나머지 개들은 미처 준비되지 않아, 직접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이후 애틀랜타 주로 이동한 김 교수 일행은 미국 국립 탐지견 훈련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탐지 운영과 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봤습니다. 미국 검역탐지견은 1인 1두로 운영된다는 등 기본적인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일주일 만에 인천공항으로 다시 귀국했습니다.

■ "미국에는 개가 없다?"…네덜란드서 '비글 공수 작전'

검역본부에 납품해야 하는 개는 모두 5마린데, 현지에서 골라 놓은 개는 1마리뿐. 나머지 개들은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가 보내준 동영상 파일을 보고 국내에서 골랐습니다. 동영상 파일은 2분가량으로 짧게 촬영됐는데 탐닉성, 사회성 등을 평가할 만한 지표가 됐다고 합니다. 영상은 김 교수가 먼저 받아 본 뒤, 검역본부에 전달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개가 워낙 안 구해져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납품 기한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개들, 미국 개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전역을 다 뒤져도 비글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유럽의 네덜란드에서 비글 네 마리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들이 네덜란드 모처에서 타힐 케나인으로 넘어왔고, 타힐 케나인이 다시 한국으로 개들을 보낸 겁니다. 비글 다섯 마리를 구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유럽 대륙까지, 긴긴 공수 작전이 펼쳐진 셈입니다. 김 교수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긴 힘들지만, 애초 계약 금액보다 해외견 수입에 돈이 더 많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비글 5마리는 지난해 12월 14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도착했습니다. 이 중 한 마리는 항체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20일까지 계류장에 머물렀고, 이후 다시 통과해 예비견으로 등록됐습니다. 데려온 개들은 모두 1~2세령. 최소 한 살 이상의 비글들이었습니다.

■ "말 그대로 펫(pet)이라니까요" vs "공부시키면 달라질 수 있죠"

훈련사가 지난해 들여온 검역탐지견 비글을 훈련시키는 모습입니다. 벽 속에 숨겨둔 음식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훈련사가 지난해 들여온 검역탐지견 비글을 훈련시키는 모습입니다. 벽 속에 숨겨둔 음식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이번엔 이들의 능력치가 문제가 됐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웃지 못할 공수 작전까지 벌였는데, 막상 데려와 보니 검역탐지견으론 적합하지 않은 애완견들이었던 겁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펫(pet)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검역견들을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직원 역시 "이들의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하리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는 식의 해명을 늘어놨습니다.

그래서 이 개들을 직접 가서 살펴봤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다른 비글들과는 털 색깔 등이 조금 달라 눈에 띄는 비글도 한 마리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별로 특이한 점이 없는 비글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한 가지. 유난히 온순하고 조용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야외 견사장에 다가서자 대부분의 비글들은 크게 짖으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바빴는데, 이들은 취재진을 보는 둥 마는 둥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분위기가 조금 다른 건 맞는듯 싶었습니다. 왜 이 개들만 이렇게 조용한 거냐고, 검역본부에 또 물어봤습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원래 데리고 있던 개들과 성격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답했을 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다섯 마리는 현재 검역본부에서 '예비견'으로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통상 훈련 프로그램은 14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들여온 지 넉 달 쨉니다. 검역본부는 인력난으로 아직 배정받을 핸들러가 부족하므로 신입 핸들러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오는 10월 말까지, 이들을 여유 있게 훈련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국민 세금, 이대로 증발?…공은 검역본부로


결국, 근본적인 의문이 남았습니다. 대체 왜 무리해서까지 해외견을 도입한 걸까. 해외에선 마땅한 비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굳이 수천만 원을 들여 개를 사올 필요가 있었을까.

검역본부의 정제된 답변은 "국경검역 기능 강화 및 탐지견 유전자 풀 다양화"였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개들을 확보해, 추후 복제를 하거나 자체 번식을 시킬 때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검역탐지견으로 쓰일 좋은 개체를 찾아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개들이 언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지, 훌륭한 탐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김 교수가 "우리가 들여온 개들은 전혀 훈련받지 않은 이른바 '그린독'"이라며 "40가지 기준으로 품성만 평가해 데려온 것"이라고 밝히기도 한 만큼, 훈련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은 검역본부로 넘어갔습니다. 이래저래 부족한 점이 많다는 개들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훌륭한 검역탐지견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꼭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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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비글 찾아 삼만리”…‘세금 펑펑’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
    • 입력 2019-04-20 12:01:08
    • 수정2019-04-20 12:02:21
    취재후·사건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역탐지견으로 쓰기 위해 지난해 해외에서 수입한 비글입니다.

어제(19일) KBS가 보도한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탐지견 수입 과정에 관한 의혹. 이래저래 황당한 정황이 많았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좀 더 풀어보려 합니다.

[연관기사] [단독] "탐지견인줄 알았더니 애완견?"…수상한 '검역견' 수입

■ 황우석 대 황우석 제자…'6억' 계약은 어디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외견 5마리와 복제견 10마리를 구매하기 위해 한 벤처 기업과 약 6억 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4월 27일, 한 벤처 기업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서 검역본부는 "해외 우수견 5마리를 구매하고, 복제견 10마리를 생산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정하고 적당한 업체를 찾기 위한 접촉에 나섰습니다. 물론 '공개입찰'이 아닌 '제한경쟁 입찰'이었습니다.

복제견 사업을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벤처 기업과 황우석 박사가 운영하는 동물복제 전문회사 'H바이온'이 경쟁했고, '최저가 낙찰제'로 전자가 계약을 따냈습니다. 벤처기업의 대표인 김 모 교수 역시 서울대 수의대 출신으로, 과거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서 이병천 교수와 함께 일했던 인물입니다.

KBS가 확보한 '2018년 검역탐지견 추가운영 예산 집행계획안'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이 탐지견 구입에 7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놨습니다. 해외우수후보견은 1마리당 2천만 원씩 5마리, 복제견은 한 마리당 6천만 원씩 10마립니다. 실제론 5억 9천여만 원에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검역본부 측은 해외견은 1천5백만 원, 복제견은 5천만 원 정도로 구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떠나요, 미국으로"…비글 한 마리 사러 일주일 출장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 유튜브 채널의 셰퍼드 훈련 영상입니다. 대부분 경찰견으로 활용되는 셰퍼드를 찍은 영상들이 올라와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습니다. 앞서 계약한 대로, 우수한 해외견을 선발하기 위해섭니다.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역본부 직원 3명도 출장길에 동행했습니다.

이들이 먼저 도착한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Jerry Bradshaw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주로 경찰견을 훈련시켜 판매하는 곳입니다.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대부분 경찰견으로 쓰이는 셰퍼드 품종의 개들뿐입니다. 비글의 사진이나 영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공식 홈페이지
[참고]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Tarheel Canine Training, Inc.) 공식 유튜브 채널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메이저 업체 3곳 가운데, 비글견을 구해줄 수 있다고 한 업체는 타힐 케나인뿐이었다"며 "다 안 한다고 했는데 타힐 케나인의 CEO만 가능하다고 해, 삼고초려 끝에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으로는, 리트리버나 셰퍼드 품종의 개들은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비글 품종은 원래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결국, 8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머물렀던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에서 김 교수 일행이 선발할 수 있었던 건 비글 한 마리. 나머지 개들은 미처 준비되지 않아, 직접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이후 애틀랜타 주로 이동한 김 교수 일행은 미국 국립 탐지견 훈련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탐지 운영과 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봤습니다. 미국 검역탐지견은 1인 1두로 운영된다는 등 기본적인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일주일 만에 인천공항으로 다시 귀국했습니다.

■ "미국에는 개가 없다?"…네덜란드서 '비글 공수 작전'

검역본부에 납품해야 하는 개는 모두 5마린데, 현지에서 골라 놓은 개는 1마리뿐. 나머지 개들은 타힐 케나인 트레이닝센터가 보내준 동영상 파일을 보고 국내에서 골랐습니다. 동영상 파일은 2분가량으로 짧게 촬영됐는데 탐닉성, 사회성 등을 평가할 만한 지표가 됐다고 합니다. 영상은 김 교수가 먼저 받아 본 뒤, 검역본부에 전달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개가 워낙 안 구해져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납품 기한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개들, 미국 개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전역을 다 뒤져도 비글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유럽의 네덜란드에서 비글 네 마리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들이 네덜란드 모처에서 타힐 케나인으로 넘어왔고, 타힐 케나인이 다시 한국으로 개들을 보낸 겁니다. 비글 다섯 마리를 구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유럽 대륙까지, 긴긴 공수 작전이 펼쳐진 셈입니다. 김 교수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긴 힘들지만, 애초 계약 금액보다 해외견 수입에 돈이 더 많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비글 5마리는 지난해 12월 14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도착했습니다. 이 중 한 마리는 항체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20일까지 계류장에 머물렀고, 이후 다시 통과해 예비견으로 등록됐습니다. 데려온 개들은 모두 1~2세령. 최소 한 살 이상의 비글들이었습니다.

■ "말 그대로 펫(pet)이라니까요" vs "공부시키면 달라질 수 있죠"

훈련사가 지난해 들여온 검역탐지견 비글을 훈련시키는 모습입니다. 벽 속에 숨겨둔 음식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이번엔 이들의 능력치가 문제가 됐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웃지 못할 공수 작전까지 벌였는데, 막상 데려와 보니 검역탐지견으론 적합하지 않은 애완견들이었던 겁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펫(pet)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검역견들을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직원 역시 "이들의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하리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는 식의 해명을 늘어놨습니다.

그래서 이 개들을 직접 가서 살펴봤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다른 비글들과는 털 색깔 등이 조금 달라 눈에 띄는 비글도 한 마리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별로 특이한 점이 없는 비글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한 가지. 유난히 온순하고 조용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야외 견사장에 다가서자 대부분의 비글들은 크게 짖으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바빴는데, 이들은 취재진을 보는 둥 마는 둥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분위기가 조금 다른 건 맞는듯 싶었습니다. 왜 이 개들만 이렇게 조용한 거냐고, 검역본부에 또 물어봤습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원래 데리고 있던 개들과 성격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답했을 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다섯 마리는 현재 검역본부에서 '예비견'으로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통상 훈련 프로그램은 14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들여온 지 넉 달 쨉니다. 검역본부는 인력난으로 아직 배정받을 핸들러가 부족하므로 신입 핸들러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오는 10월 말까지, 이들을 여유 있게 훈련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국민 세금, 이대로 증발?…공은 검역본부로


결국, 근본적인 의문이 남았습니다. 대체 왜 무리해서까지 해외견을 도입한 걸까. 해외에선 마땅한 비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굳이 수천만 원을 들여 개를 사올 필요가 있었을까.

검역본부의 정제된 답변은 "국경검역 기능 강화 및 탐지견 유전자 풀 다양화"였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개들을 확보해, 추후 복제를 하거나 자체 번식을 시킬 때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검역탐지견으로 쓰일 좋은 개체를 찾아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개들이 언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지, 훌륭한 탐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김 교수가 "우리가 들여온 개들은 전혀 훈련받지 않은 이른바 '그린독'"이라며 "40가지 기준으로 품성만 평가해 데려온 것"이라고 밝히기도 한 만큼, 훈련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은 검역본부로 넘어갔습니다. 이래저래 부족한 점이 많다는 개들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훌륭한 검역탐지견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꼭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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