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여전히 지뢰로 고통받는 베트남

입력 2019.04.20 (22:00) 수정 2019.04.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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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베트남은 때 묻지 않은 자연유산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였던 중부 지역은 전쟁 이후에도 땅속 지뢰가 지역 발전의 큰 장애요인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10만여 명이 지뢰, 불발탄 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는 등, 전쟁의 상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국제 사회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해외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베트남 군사 지역을 송금한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베트남 중부 꽝빈성의 동허이 마을.

마을 길목에 종탑만 남은 성당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포탄이 쏟아졌다는 전쟁을 견딘 성당 벽에는 수백 알의 총알 자국이 선명합니다.

[레 테 프엉/동허이 주민 : "탐 또아 성당을 보면 얼마나 전쟁이 참혹했는지 느껴집니다."]

베트남 중부지역에는 이처럼 1960년대 10년 넘게 이어졌던 베트남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탐또아 성당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빈닌 마을.

마흔 살 레츠 엉 장 씨는 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했습니다.

집 앞에서 송아지를 돌보다가 지뢰를 밟았습니다.

사고 후유증으로 목과 척추가 빳빳하게 굳어 걷는 것은 물론 반듯이 누워 잠을 자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레 츠엉 장/40세/지뢰 사고 피해자 : "경제적인 여건상 병원에 다닐 수 없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가 되었어요."]

등을 구부릴 수 없는 츠엉 장 씨에겐 서서 그리는 그림이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오래 볶을수록 더 진한 색을 내는 쌀을 톨 한 톨 붙여 만드는 장 씨의 그림.

["베트남 고향마을을 그리고 있어요. (마을 어디인가요?) 기억하는 고향의 일상 모습이에요."]

지뢰 위험으로 통제된 고향마을엔 더이상 자유롭게 오갈 수도 없습니다.

맘껏 뛰어놀던 어린시절은 이제 화폭에만 남아 있습니다.

지뢰 사고는 대부분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지뢰가 무엇인지 몰라 사고를 당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55살 호앙 반 르우 씨는 8살 때 지뢰를 갖고 놀다, 지뢰가 폭발하면서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호앙 반 르우/55세/지뢰 사고 피해자 : "지뢰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만지고 놀다 터져버렸어요."]

베트남에서는 전쟁 이후, 지뢰와 불발탄 때문에 최소 4만 명이 숨졌습니다.

다친 사람은 6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실제로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아 이보다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투하한 폭탄, 지뢰 등은 모두 1,500만 톤.

여전히 80만 톤가량의 불발탄이 땅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3.2% 정도만 제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베트남 전체 면적의 19%가 지뢰, 불발탄에 오염돼 있는 겁니다.

이곳 꽝빈 성은 라오스의 산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시, 베트남의 길목이 막히면 국경 지대를 통해서 군수 물자를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이곳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격전지였던 퐁냐께방 산.

해외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베트남의 군사 지역 산을 오르기 전, 향을 피워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합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만큼, 작업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도 필수입니다.

[응옌 츠엉 친/꽝빈성 보차익 인민위원회 : "산세가 험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밭을 경작하며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뢰가 많이 남아 있아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원으로 불발탄 제거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내고, 탐지기로 화학물질을 찾는 작업까지.

모두 직접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지뢰가 탐지되면 안전 포대를 쌓아올립니다.

폭발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레 민 응안/꽝빈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토지를 활용하고, 꽝빈 지역을경제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전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 정부도 KOICA와 유엔개발계획, 베트남국가지뢰제거센터와 함께 2천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불발탄 제거, 피해자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지원단은 베트남 국방부와 함께 2020년까지 8천 헥타르 지역에서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할 예정입니다.

[김도현/주베트남 한국 대사 :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전쟁을 겪었지만 꽝빈 지역이 경제도시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지뢰를 하나하나 찾아 제거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교육도 필수적입니다.

[케이틀린 위센/유엔개발계획 아시아태평양본부 소장 : "포탄이 더러워지고 녹슬었다면 더는 위험하지 않다! 맞나요?"]

["제 이름은 응옌티 하인입니다! 틀립니다!"]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뢰 불발탄 피해 현황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는 이제야 본격화했습니다.

베트남 국방부는 지뢰, 불발탄 제거에 최소 10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호앙 반 르우/55세/지뢰사고 피해자 :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지뢰 찌꺼기들이 마을 땅 아래 여전히 묻혀있어요."]

20여년의 전쟁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그 전쟁이 남긴 흔적들 역시, 그보다도 훨씬 오랜 세월 동안 베트남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베트남 꽝빈에서 송금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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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은 전쟁…여전히 지뢰로 고통받는 베트남
    • 입력 2019-04-20 22:30:18
    • 수정2019-04-20 22:44:0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베트남은 때 묻지 않은 자연유산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였던 중부 지역은 전쟁 이후에도 땅속 지뢰가 지역 발전의 큰 장애요인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10만여 명이 지뢰, 불발탄 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는 등, 전쟁의 상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국제 사회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해외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베트남 군사 지역을 송금한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베트남 중부 꽝빈성의 동허이 마을.

마을 길목에 종탑만 남은 성당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포탄이 쏟아졌다는 전쟁을 견딘 성당 벽에는 수백 알의 총알 자국이 선명합니다.

[레 테 프엉/동허이 주민 : "탐 또아 성당을 보면 얼마나 전쟁이 참혹했는지 느껴집니다."]

베트남 중부지역에는 이처럼 1960년대 10년 넘게 이어졌던 베트남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탐또아 성당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빈닌 마을.

마흔 살 레츠 엉 장 씨는 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했습니다.

집 앞에서 송아지를 돌보다가 지뢰를 밟았습니다.

사고 후유증으로 목과 척추가 빳빳하게 굳어 걷는 것은 물론 반듯이 누워 잠을 자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레 츠엉 장/40세/지뢰 사고 피해자 : "경제적인 여건상 병원에 다닐 수 없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가 되었어요."]

등을 구부릴 수 없는 츠엉 장 씨에겐 서서 그리는 그림이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오래 볶을수록 더 진한 색을 내는 쌀을 톨 한 톨 붙여 만드는 장 씨의 그림.

["베트남 고향마을을 그리고 있어요. (마을 어디인가요?) 기억하는 고향의 일상 모습이에요."]

지뢰 위험으로 통제된 고향마을엔 더이상 자유롭게 오갈 수도 없습니다.

맘껏 뛰어놀던 어린시절은 이제 화폭에만 남아 있습니다.

지뢰 사고는 대부분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지뢰가 무엇인지 몰라 사고를 당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55살 호앙 반 르우 씨는 8살 때 지뢰를 갖고 놀다, 지뢰가 폭발하면서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호앙 반 르우/55세/지뢰 사고 피해자 : "지뢰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만지고 놀다 터져버렸어요."]

베트남에서는 전쟁 이후, 지뢰와 불발탄 때문에 최소 4만 명이 숨졌습니다.

다친 사람은 6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실제로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아 이보다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투하한 폭탄, 지뢰 등은 모두 1,500만 톤.

여전히 80만 톤가량의 불발탄이 땅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3.2% 정도만 제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베트남 전체 면적의 19%가 지뢰, 불발탄에 오염돼 있는 겁니다.

이곳 꽝빈 성은 라오스의 산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시, 베트남의 길목이 막히면 국경 지대를 통해서 군수 물자를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이곳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격전지였던 퐁냐께방 산.

해외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베트남의 군사 지역 산을 오르기 전, 향을 피워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합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만큼, 작업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도 필수입니다.

[응옌 츠엉 친/꽝빈성 보차익 인민위원회 : "산세가 험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밭을 경작하며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뢰가 많이 남아 있아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원으로 불발탄 제거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내고, 탐지기로 화학물질을 찾는 작업까지.

모두 직접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지뢰가 탐지되면 안전 포대를 쌓아올립니다.

폭발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레 민 응안/꽝빈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토지를 활용하고, 꽝빈 지역을경제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전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 정부도 KOICA와 유엔개발계획, 베트남국가지뢰제거센터와 함께 2천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불발탄 제거, 피해자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지원단은 베트남 국방부와 함께 2020년까지 8천 헥타르 지역에서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할 예정입니다.

[김도현/주베트남 한국 대사 :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전쟁을 겪었지만 꽝빈 지역이 경제도시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지뢰를 하나하나 찾아 제거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교육도 필수적입니다.

[케이틀린 위센/유엔개발계획 아시아태평양본부 소장 : "포탄이 더러워지고 녹슬었다면 더는 위험하지 않다! 맞나요?"]

["제 이름은 응옌티 하인입니다! 틀립니다!"]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뢰 불발탄 피해 현황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는 이제야 본격화했습니다.

베트남 국방부는 지뢰, 불발탄 제거에 최소 10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호앙 반 르우/55세/지뢰사고 피해자 :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지뢰 찌꺼기들이 마을 땅 아래 여전히 묻혀있어요."]

20여년의 전쟁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그 전쟁이 남긴 흔적들 역시, 그보다도 훨씬 오랜 세월 동안 베트남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베트남 꽝빈에서 송금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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