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②희찬아 미안하다

입력 2019.04.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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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독일전 신의 한 수 "희찬이 빼!"
"권창훈이 있었다면 손흥민은 더 대박 쳤을 것"
"후임 감독 선임 과정 협회에 서운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 자신도 믿기 어려운 쾌승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 0으로, 그것도 월드컵 본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룬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신 감독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신의 한 수'가 의외였다. 바로 '황희찬 교체 뒤 교체'였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잘 버틴 후반 11분 구자철이 다리에 통증을 느껴 신 감독은 황희찬을 투입했다. 그런데 신 감독은 불과 23분이 지난 후반 34분 다시 황희찬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후반전에 들어간 선수를 다시 후반전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교체하는 이례적인 조치였다. 신 감독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희찬이가 그날따라 상대가 막 밀고 우리 진영으로 올라오는데 위치를 못 잡아주는 거에요. '쟤 때문에 우리가 지겠구나' 싶더라고요. 황희찬이 수비 위치를 못 잡으니 우리 수비 전체 대형이 흔들렸죠. 수비가 무너져 자칫 실점할 수 있는데 두, 세 골 금방 먹겠더라고요. 결국, 희찬이를 빼고 (고)요한이를 투입했죠."

인터뷰 도중 신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희찬아 미안하다"며 조금은 능청스럽게 사과까지 했다. 당시 황희찬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른 교체에 대해 '몸 상태가 안 좋아서'라고 둘러댔지만, 진실은 전략적 교체였던 것이다. 어찌 보면 선수 본인에게는 아픔일 수 있지만, 신 감독은 결정적 순간 신의 한 수를 둬 독일전 쾌승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황희찬을 교체 투입하는 신태용 감독러시아월드컵에서 황희찬을 교체 투입하는 신태용 감독

역사적인 독일전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 감독이었지만, 그에게 러시아월드컵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대회 전부터 시작된 핵심 선수들의 잇단 부상. 자신이 플랜A라고 생각한 선수들인 이근호, 염기훈, 김민재 등이 대회 직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대회 중에도 박주호, 기성용의 부상 등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뼈아픈 건 권창훈의 부상이었다.

" '아. 이게 내 복이구나. 내가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구나!' 싶었죠. 권창훈 선수에게는 제가 제발 대표팀 소집 일주일 전에 한국에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했어요. 한국에 있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프랑스에 있는 소속팀에 조기 합류를 부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권창훈은 조기 합류하지 못했고 소집 하루 전 소속팀 경기에 출전해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저는 지금도 생각하지만, 권창훈 선수가 이번 월드컵을 뛰었다면 손흥민 선수가 훨씬 대박을 쳤을 거에요.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컸을 거에요. 권창훈 선수가 없으면서 제 전술에서 손흥민이 고립됐죠."

16강 진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신 감독. 하지만 독일전 승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이 대목에서 신태용 감독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월드컵 이후로도 대표팀 감독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냐고.

"상당히 하고 싶었죠. 신태용 호를 한 번 더 지켜보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왜냐하면, 제가 플랜 A로 생각했던 선수들(김민재, 이근호, 염기훈 등)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아시안컵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 자신 있다' 생각했죠. 그런데 여론도 좋지 않았고 분위기도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내가 뭐 더 하겠다고 나서기는…."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추진했고 대표팀은 벤투 감독 체제로 전환됐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세계 최강 독일을 이긴 팀의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상 경질을 당한 신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대표팀 감독을 계속 하고 안 하고 그런 건 아쉬운 게 없었죠. 다만 왜 나를 그 후보군에 계속 넣었는지 기분이 안 좋았죠. 애초에 협회에 후보군에 저는 빼달라고 말했어요. 지난해 7월 3일에 제가 감독직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8월까지 후보군에 저를 포함했어요. 이미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다고 생각했으면 제 이름은 후보군에서 빼야죠. 제가 의사를 미리 밝혔는데…."

러시아월드컵에서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신태용 감독. 결국, 16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안고 대표팀 감독직에 물러났다. 여전히 지도자로서 그의 활동을 기대하는 축구팬들도 많다.
신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신태용 감독과 KBS의 단독 인터뷰 3편에서는 신 감독의 앞으로 진로와 EPL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에 대한 입체 분석, 최근 K리그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아들 신재원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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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②희찬아 미안하다
    • 입력 2019-04-25 16:01:32
    스포츠K
독일전 신의 한 수 "희찬이 빼!" <br />"권창훈이 있었다면 손흥민은 더 대박 쳤을 것" <br />"후임 감독 선임 과정 협회에 서운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 자신도 믿기 어려운 쾌승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 0으로, 그것도 월드컵 본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룬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신 감독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신의 한 수'가 의외였다. 바로 '황희찬 교체 뒤 교체'였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잘 버틴 후반 11분 구자철이 다리에 통증을 느껴 신 감독은 황희찬을 투입했다. 그런데 신 감독은 불과 23분이 지난 후반 34분 다시 황희찬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후반전에 들어간 선수를 다시 후반전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교체하는 이례적인 조치였다. 신 감독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희찬이가 그날따라 상대가 막 밀고 우리 진영으로 올라오는데 위치를 못 잡아주는 거에요. '쟤 때문에 우리가 지겠구나' 싶더라고요. 황희찬이 수비 위치를 못 잡으니 우리 수비 전체 대형이 흔들렸죠. 수비가 무너져 자칫 실점할 수 있는데 두, 세 골 금방 먹겠더라고요. 결국, 희찬이를 빼고 (고)요한이를 투입했죠."

인터뷰 도중 신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희찬아 미안하다"며 조금은 능청스럽게 사과까지 했다. 당시 황희찬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른 교체에 대해 '몸 상태가 안 좋아서'라고 둘러댔지만, 진실은 전략적 교체였던 것이다. 어찌 보면 선수 본인에게는 아픔일 수 있지만, 신 감독은 결정적 순간 신의 한 수를 둬 독일전 쾌승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황희찬을 교체 투입하는 신태용 감독
역사적인 독일전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 감독이었지만, 그에게 러시아월드컵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대회 전부터 시작된 핵심 선수들의 잇단 부상. 자신이 플랜A라고 생각한 선수들인 이근호, 염기훈, 김민재 등이 대회 직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대회 중에도 박주호, 기성용의 부상 등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뼈아픈 건 권창훈의 부상이었다.

" '아. 이게 내 복이구나. 내가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구나!' 싶었죠. 권창훈 선수에게는 제가 제발 대표팀 소집 일주일 전에 한국에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했어요. 한국에 있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프랑스에 있는 소속팀에 조기 합류를 부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권창훈은 조기 합류하지 못했고 소집 하루 전 소속팀 경기에 출전해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저는 지금도 생각하지만, 권창훈 선수가 이번 월드컵을 뛰었다면 손흥민 선수가 훨씬 대박을 쳤을 거에요.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컸을 거에요. 권창훈 선수가 없으면서 제 전술에서 손흥민이 고립됐죠."

16강 진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신 감독. 하지만 독일전 승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이 대목에서 신태용 감독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월드컵 이후로도 대표팀 감독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냐고.

"상당히 하고 싶었죠. 신태용 호를 한 번 더 지켜보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왜냐하면, 제가 플랜 A로 생각했던 선수들(김민재, 이근호, 염기훈 등)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아시안컵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 자신 있다' 생각했죠. 그런데 여론도 좋지 않았고 분위기도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내가 뭐 더 하겠다고 나서기는…."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추진했고 대표팀은 벤투 감독 체제로 전환됐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세계 최강 독일을 이긴 팀의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상 경질을 당한 신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대표팀 감독을 계속 하고 안 하고 그런 건 아쉬운 게 없었죠. 다만 왜 나를 그 후보군에 계속 넣었는지 기분이 안 좋았죠. 애초에 협회에 후보군에 저는 빼달라고 말했어요. 지난해 7월 3일에 제가 감독직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8월까지 후보군에 저를 포함했어요. 이미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다고 생각했으면 제 이름은 후보군에서 빼야죠. 제가 의사를 미리 밝혔는데…."

러시아월드컵에서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신태용 감독. 결국, 16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안고 대표팀 감독직에 물러났다. 여전히 지도자로서 그의 활동을 기대하는 축구팬들도 많다.
신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신태용 감독과 KBS의 단독 인터뷰 3편에서는 신 감독의 앞으로 진로와 EPL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에 대한 입체 분석, 최근 K리그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아들 신재원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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