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감동근 “잘 쓴 칼럼 보면, 표절 의심스러워”

입력 2019.04.26 (10:21) 수정 2019.04.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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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비교해서 가장 차이 나는 분야가 언론 분야
- 한국 언론들 SNS 논객보다도 비교 경쟁력 없어
- 중앙일보의 월스트리트 표절 칼럼, 논지전개와 문장조차 똑같아
- 표절 칼럼을 코리아중앙데일리 영문판에 다시 번역해 싣기도
- 해외 언론들은 공신력 낮은 연예지마저도 엄격한 표절 지침을 갖고 있어
- 한국 유력 언론사 표절 사태에 실망스러워
- 표절 사태와 관련해 다른 언론 매체에서 오보 비판 기사는 없어 아쉬워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3>
■ 방송시간 : 4월 26일(월) 8:43-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감동근 교수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 김경래 : 간단한 퀴즈 하나 내드릴까요? 온갖 유해물질로 만들어진 짝퉁을 진품과 똑같이 포장해서 파는 상점, 가게가 있다. 이게 어디라고 보십니까? 이게 대한민국 언론이라고 합니다. 이거는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지금 인터뷰를 할 감동근 교수가 페이스북에다 남긴 말인데요. 들어보니까 맞는 말 같아요. 불량품을 그냥 대놓고 파는데 아무도 처벌하지 않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게가 바로 대한민국 언론이다. 물론 저도 기자라서 좀 부끄럽습니다. 인터뷰하기도 조금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노골적인 표절, 제가 볼 때는 표절이라기보다는 그냥 번역한 수준인 것 같은데 그거를 처음 밝히셔서 사실 언론계에 큰 어떤 경종을 울리신 분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공대 교수님이었고요. 왜 언론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계신지 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대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님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감동근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외국에 계신다고 들었어요.

▶ 감동근 : 예, 미국에 잠시 나와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이렇게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동근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표절 이야기부터 잠깐 하면. 그런데 아, 그것부터 여쭤봐야겠네요. 공대 교수님이 왜 이렇게 언론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셨습니까?

▶ 감동근 : 평소에 좀 관심이 많았고요, 원래. 그리고 미국에 나와 쓰니까 여러 가지로 한국 사회, 미국 사회 비교를 많이 하게 되는데 뭐 대학도 사실은 좀 많이 뒤처져 있고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특히 차이가 많이 나는 분야가 언론 분야 같아요.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하고 한국 신문하고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참 보기 괴롭거든요.

▷ 김경래 : 그래요? 일단 어떤 뜻인가요? 그거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뭐 이런 뜻인가요, 쉽게 말하면 ?

▶ 감동근 : 그러니까 보도 기사도 그렇지만 칼럼이나 사설 같은 게 특히 차이가 많이 나고요. 또 일단 칼럼, 사설 같은 건 보도된 사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의견을 밝히는 거잖아요. 한국 언론들이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심지어는 SNS에 있는 논객들보다 별로 비교 경쟁력이 없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경쟁력이 없는 건 그래도 양반인데 지금 감 교수님이 블로그에다가 써서 약간 파문이 커진 중앙일보 기사부터 좀 이야기를 해볼게요.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 쓴 기사입니다. 칼럼인데 글로벌 아이 이거는 타이틀이고요.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이런 제목의 칼럼을 읽으셨어요. 그런데 읽고 나서 이게 표절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 감동근 : 영어 공부할 겸 월스트리트저널하고 뉴욕타임즈의 사설, 칼럼은 거의 챙겨보거든요.

▷ 김경래 : 그래요?

▶ 감동근 : 그런데 한국 언론, 신문은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는데 그날은 하필이면 아기가 아파서 밤새 안고 재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뭐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한국 신문도 많이 봤는데요. 뉴욕 최저임금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문제거든요.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을 많이 하고 심지어는 어떤 기본적인 팩트조차도 틀린 보도가 많아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주제인데 마침 그 칼럼의 제목이 뉴욕 최저임금 이렇게 되어 있어서 열어보게 됐고요. 며칠 전에 봤던 기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논조상. 월스트리트저널 지난 기사를 찾아보니까 그 사설을 베낀 거더라고요. 그래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 김경래 : 어느 정도로 심하게 베낀 겁니까? 이거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설명을 해 주시면요.

▶ 감동근 : 논지 전개는 완전히 똑같고요. 심지어는 문장조차도 문구를 1:1로 마치 나란히 펴놓고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직역해서 쓴 것처럼. 내용은 한 70% 가까이.

▷ 김경래 : 70%

▶ 감동근 :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이 더 길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군데군데 베꼈는데 한 70% 정도는 베꼈습니다.

▷ 김경래 : 저도 교수님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영어 기사와 중앙일보 기사를 같이 읽어봤는데 제일 놀라웠던 건 중앙일보 칼럼 맨 마지막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렇게 끝나잖아요. 그런데 그 영어 기사는 앞쪽에 나오더라고요, 공짜 점심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래서 그거 보고 너무 놀랐어요, 사실. 그 정도는 본인이 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 정도까지 베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보시고 나서 어떤 기분이, 생각이 드셨어요? 찾아내서 기쁘다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 감동근 : 너무 당황스러웠죠. 월스트리트저널 하면 수백만 명이 보는데,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보실 텐데 이거를 인용한다는 표시도 없이 그냥 베꼈거든요. 심지어는 이게 중앙일보에서 엄선된 칼럼 같은 것들은, 그들 표현대로 하면 엄선되면 고급 영어로 다시 번역이 되어서 코리아중앙데일리라는 영문판에 다시 실려요. 그러니까 이 기사도 영문으로 다시 번역이 되어서 실려 있었거든요.

▷ 김경래 : 아니, 영어를 베낀 한국 기사를 다시 영어로 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 감동근 : 아니요, 좀... 그게 영어로 올라와 있으니까 혹시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이거 어떻게 생각할까?

▷ 김경래 : 부끄럽다. 그렇죠?

▶ 감동근 : 막막하더라고요.

▷ 김경래 : 그런데 그거를 보시고 나서 다른 기사들도 좀 찾아보셨잖아요. 그렇죠?

▶ 감동근 : 네, 그러니까 하나만 이랬을까? 다른 칼럼들은 멀쩡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글로벌 아이 코너에 나와 있는 다음 기사를 열어봤죠. 제가 일본어, 중국어는 전혀 모르니까 그다음 페이지가 런던 특파원의 칼럼이었거든요. 또 보고 거기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까 또 기사가 바로 떠요. 와이어드, 퓨처리즘, 데일리메일 이렇게 해서 3개의 기사가 뜨는데 비교해 보면 또 역시 짜깁기해서 또 베꼈거든요. 그다음에 좀 더 긴 기사는 그러면 어떻게 쓸까 그러고 또 찾아보니까 롱폼으로 굉장히 한 3천 자 가까이 되는 칼럼이 있었는데 르포 형식이죠.

▷ 김경래 : 중앙일보 기사요.

▶ 감동근 : 네, 이것도 또 블룸버그라든지 이런 기사를 그대로 베꼈더라고요. 그거는 거의 한 2,800자 중에서 2,500자 이상을 그대로 베꼈어요.

▷ 김경래 : 그러면 한 80%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베낀 게?

▶ 감동근 : 그래프도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그대로 베끼고.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4개를 찾고요. 한 1시간쯤 걸렸을 겁니다. 더 이상 찾는 게 무의미해서...

▷ 김경래 : 그것만 찾으신 게 아니라 거기까지 찾아보니까 더 찾아봤자 뭐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거네요?

▶ 감동근 : 2명 이상의 기자가 두 번 이상씩 이렇게 했으니까. 그것도 텀이, 기간이 1년 이렇게 간격으로. 이러면 이게 거의 패턴, 일상화된 것 같다. 그래서 더 뒤져보지는 않았습니다.

▷ 김경래 : 사실 말씀을 들으면서도 되게 좀 뭐랄까요.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드는데 어찌됐건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런데 이제 그다음 문제는 표절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제기됐을 때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또 그 언론의 수준을 나타낼 것 같아요. 중앙일보는 어떻게 대응을 하던가요?

▶ 감동근 : 그 뉴욕 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 표절한 걸 SNS에 올렸고 그게 굉장히 많이 논란이 되니까 한 3시간 만에 온라인판에서 사과문이 올라왔었어요. 그런데 약간 찾기는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하여튼 사과문이 되어 있고 문제가 됐던 그 표절 칼럼은 삭제를 했고요. 제가 4건을 찾았는데 그거를 한꺼번에 고발한 건 아니고 하루에 하나씩 이렇게 쭉 하나씩 고발을 했는데 두 번째 기사는 미디어오늘이라든지 미디어 평론지에서 많이 그 사건이 보도가 됐고요. 두 번째 기사에 대해서는 중앙일보가 해명을 했습니다. 이거는 내부 검토를 해봤더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명을 했는데 뭐 제가 볼 때는 궤변에 가까운 이야기였고요.

▷ 김경래 : 제가 볼 때도 중앙일보가 설득력이 없더라고요, 그 부분은.

▶ 감동근 : 그다음에 세 번째, 네 번째에 대해서는 아직 반응이 전혀 없는데 뭐 이해는 됩니다. 이게 그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가 너무 많으니까 이거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아날 칼럼이 별로 없으니까 곤란할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사실 표절이라는 건 예방한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기자가 어느 언론사든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고발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보면 굉장히 좀 실망스러웠어요.

▷ 김경래 : 그러니까 해외, 자꾸 해외 이야기 해서 좀 그렇지만 해외의 좀 유수한 언론들, 정론지라고 하는 그런 언론들은 이런 표절 문제가 있으면 굉장히 엄격하게 대응하지 않습니까?

▶ 감동근 : 네, 뉴욕타임즈도 제이슨 블레어 기자 같은 사건은 굉장히 유명하고요. 그다음에 NPR 같은 데서도 굉장히 엄격한 표절 지침을 갖고 있고. 그리고 사실 그런 데는 공신력이 굉장히 높은 매체니까 좀 그렇게 비교하는 게 가혹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들었던 건 버즈피드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그거는 거의 미국에서도 공신력이 가장 낮은 매체예요.

▷ 김경래 : 좀 대중적인 매체죠.

▶ 감동근 : 언론지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연예지 이런 정도로 취급을 받는데 버즈피드조차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 기자가 썼던 기사 500개 이상을 다 전수조사해서 그중에서 41개인가를 찾아서 그거를 다 어느 부분이 표절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사과문을 이렇게 다 달았었거든요. 그런 거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유력한 언론사인데 실망스럽죠.

▷ 김경래 : 사실은 이런 표절 문제 말고도 우리 한국 언론의 기사 관련된 문제는 굉장히 많습니다. 예전에 감 교수님께서 사실은 이 표절 문제 전에도 오보에 가까운 기사를 지적하신 적이 있어요. 이것도 공교롭게도 중앙일보 기사였죠?

▶ 감동근 : 네, 그렇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때 지적했을 때 그 기자에게 일종의 협박을 당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그 해당 기자는?

▶ 감동근 : 기자가 저를 명예훼손 그다음에 사이버명예훼손 그래서 감방에 갈 수 있다 그러면서 협박을 했었죠.

▷ 김경래 : 그렇게 이야기하면 감방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그게 그러고 나서 뭐 사과라든가 기사 정정이라든가 이런 게 없었습니까?

▶ 감동근 : 네, 없었습니다.

▷ 김경래 : 그래요?

▶ 감동근 : 다른 언론 매체에서도 제가 그 기사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굉장히 소상히 밝히고 나니까 넌지시 그 기자의 대응이 굉장히 아쉽다든지 그다음에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미디어 평론 쪽 담당하시는 분들이 칼럼을 몇 편 썼었고요. 그런데 직접적으로 그 기사를, 오보를 비판하는 기사는 안 나왔었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사실 그 중앙일보 기사를 다른 언론들도 굉장히 많이 인용을 했는데 그 언론들도 아마 정정 보도를 대부분 안 했을 거예요.

▶ 감동근 : 네, 그랬습니다.

▷ 김경래 : 이번에 교수님 페이스북에 보니까 저는 되게 뭐랄까요. 이 구절이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어떤 한국 기사를, 칼럼을 보면서 잘 쓴 칼럼을 보면 의심스럽다고 하신 부분이 있어요. 원래 한국 칼럼들이 굉장히 수준이 낮다 이런 뜻이었겠죠, 아마 감 교수님 말씀이?

▶ 감동근 : 그런 건 아니고 기자들이 그냥 자기의 생각을 막연하게 쓰는 편이고요. 어떤 근거라든지 특히 뭐 통계나 실측연구의 결과나 그런 근거를 제시하는 게 좀 드물거든요. 이번에 찾을 때도 보니까 좀 수준 차이가 나더라고요, 표절한 거랑 본인이 직접 쓴 거랑.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어쨌든 감 교수님 앞으로도 계속 언론에 대해서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을 해 주시면 저희들도 잘 찾아서 보겠습니다.

▶ 감동근 : 네,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감동근 : 수고하십시오.

▷ 김경래 :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님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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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감동근 “잘 쓴 칼럼 보면, 표절 의심스러워”
    • 입력 2019-04-26 10:21:48
    • 수정2019-04-26 15:48:56
    최강시사
- 미국과 비교해서 가장 차이 나는 분야가 언론 분야
- 한국 언론들 SNS 논객보다도 비교 경쟁력 없어
- 중앙일보의 월스트리트 표절 칼럼, 논지전개와 문장조차 똑같아
- 표절 칼럼을 코리아중앙데일리 영문판에 다시 번역해 싣기도
- 해외 언론들은 공신력 낮은 연예지마저도 엄격한 표절 지침을 갖고 있어
- 한국 유력 언론사 표절 사태에 실망스러워
- 표절 사태와 관련해 다른 언론 매체에서 오보 비판 기사는 없어 아쉬워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3>
■ 방송시간 : 4월 26일(월) 8:43-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감동근 교수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 김경래 : 간단한 퀴즈 하나 내드릴까요? 온갖 유해물질로 만들어진 짝퉁을 진품과 똑같이 포장해서 파는 상점, 가게가 있다. 이게 어디라고 보십니까? 이게 대한민국 언론이라고 합니다. 이거는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지금 인터뷰를 할 감동근 교수가 페이스북에다 남긴 말인데요. 들어보니까 맞는 말 같아요. 불량품을 그냥 대놓고 파는데 아무도 처벌하지 않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게가 바로 대한민국 언론이다. 물론 저도 기자라서 좀 부끄럽습니다. 인터뷰하기도 조금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노골적인 표절, 제가 볼 때는 표절이라기보다는 그냥 번역한 수준인 것 같은데 그거를 처음 밝히셔서 사실 언론계에 큰 어떤 경종을 울리신 분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공대 교수님이었고요. 왜 언론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계신지 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대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님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감동근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외국에 계신다고 들었어요.

▶ 감동근 : 예, 미국에 잠시 나와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이렇게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동근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표절 이야기부터 잠깐 하면. 그런데 아, 그것부터 여쭤봐야겠네요. 공대 교수님이 왜 이렇게 언론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셨습니까?

▶ 감동근 : 평소에 좀 관심이 많았고요, 원래. 그리고 미국에 나와 쓰니까 여러 가지로 한국 사회, 미국 사회 비교를 많이 하게 되는데 뭐 대학도 사실은 좀 많이 뒤처져 있고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특히 차이가 많이 나는 분야가 언론 분야 같아요.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하고 한국 신문하고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참 보기 괴롭거든요.

▷ 김경래 : 그래요? 일단 어떤 뜻인가요? 그거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뭐 이런 뜻인가요, 쉽게 말하면 ?

▶ 감동근 : 그러니까 보도 기사도 그렇지만 칼럼이나 사설 같은 게 특히 차이가 많이 나고요. 또 일단 칼럼, 사설 같은 건 보도된 사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의견을 밝히는 거잖아요. 한국 언론들이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심지어는 SNS에 있는 논객들보다 별로 비교 경쟁력이 없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경쟁력이 없는 건 그래도 양반인데 지금 감 교수님이 블로그에다가 써서 약간 파문이 커진 중앙일보 기사부터 좀 이야기를 해볼게요.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 쓴 기사입니다. 칼럼인데 글로벌 아이 이거는 타이틀이고요.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이런 제목의 칼럼을 읽으셨어요. 그런데 읽고 나서 이게 표절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 감동근 : 영어 공부할 겸 월스트리트저널하고 뉴욕타임즈의 사설, 칼럼은 거의 챙겨보거든요.

▷ 김경래 : 그래요?

▶ 감동근 : 그런데 한국 언론, 신문은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는데 그날은 하필이면 아기가 아파서 밤새 안고 재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뭐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한국 신문도 많이 봤는데요. 뉴욕 최저임금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문제거든요.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을 많이 하고 심지어는 어떤 기본적인 팩트조차도 틀린 보도가 많아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주제인데 마침 그 칼럼의 제목이 뉴욕 최저임금 이렇게 되어 있어서 열어보게 됐고요. 며칠 전에 봤던 기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논조상. 월스트리트저널 지난 기사를 찾아보니까 그 사설을 베낀 거더라고요. 그래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 김경래 : 어느 정도로 심하게 베낀 겁니까? 이거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설명을 해 주시면요.

▶ 감동근 : 논지 전개는 완전히 똑같고요. 심지어는 문장조차도 문구를 1:1로 마치 나란히 펴놓고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직역해서 쓴 것처럼. 내용은 한 70% 가까이.

▷ 김경래 : 70%

▶ 감동근 :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이 더 길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군데군데 베꼈는데 한 70% 정도는 베꼈습니다.

▷ 김경래 : 저도 교수님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영어 기사와 중앙일보 기사를 같이 읽어봤는데 제일 놀라웠던 건 중앙일보 칼럼 맨 마지막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렇게 끝나잖아요. 그런데 그 영어 기사는 앞쪽에 나오더라고요, 공짜 점심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래서 그거 보고 너무 놀랐어요, 사실. 그 정도는 본인이 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 정도까지 베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보시고 나서 어떤 기분이, 생각이 드셨어요? 찾아내서 기쁘다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 감동근 : 너무 당황스러웠죠. 월스트리트저널 하면 수백만 명이 보는데,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보실 텐데 이거를 인용한다는 표시도 없이 그냥 베꼈거든요. 심지어는 이게 중앙일보에서 엄선된 칼럼 같은 것들은, 그들 표현대로 하면 엄선되면 고급 영어로 다시 번역이 되어서 코리아중앙데일리라는 영문판에 다시 실려요. 그러니까 이 기사도 영문으로 다시 번역이 되어서 실려 있었거든요.

▷ 김경래 : 아니, 영어를 베낀 한국 기사를 다시 영어로 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 감동근 : 아니요, 좀... 그게 영어로 올라와 있으니까 혹시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이거 어떻게 생각할까?

▷ 김경래 : 부끄럽다. 그렇죠?

▶ 감동근 : 막막하더라고요.

▷ 김경래 : 그런데 그거를 보시고 나서 다른 기사들도 좀 찾아보셨잖아요. 그렇죠?

▶ 감동근 : 네, 그러니까 하나만 이랬을까? 다른 칼럼들은 멀쩡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글로벌 아이 코너에 나와 있는 다음 기사를 열어봤죠. 제가 일본어, 중국어는 전혀 모르니까 그다음 페이지가 런던 특파원의 칼럼이었거든요. 또 보고 거기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까 또 기사가 바로 떠요. 와이어드, 퓨처리즘, 데일리메일 이렇게 해서 3개의 기사가 뜨는데 비교해 보면 또 역시 짜깁기해서 또 베꼈거든요. 그다음에 좀 더 긴 기사는 그러면 어떻게 쓸까 그러고 또 찾아보니까 롱폼으로 굉장히 한 3천 자 가까이 되는 칼럼이 있었는데 르포 형식이죠.

▷ 김경래 : 중앙일보 기사요.

▶ 감동근 : 네, 이것도 또 블룸버그라든지 이런 기사를 그대로 베꼈더라고요. 그거는 거의 한 2,800자 중에서 2,500자 이상을 그대로 베꼈어요.

▷ 김경래 : 그러면 한 80%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베낀 게?

▶ 감동근 : 그래프도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그대로 베끼고.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4개를 찾고요. 한 1시간쯤 걸렸을 겁니다. 더 이상 찾는 게 무의미해서...

▷ 김경래 : 그것만 찾으신 게 아니라 거기까지 찾아보니까 더 찾아봤자 뭐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거네요?

▶ 감동근 : 2명 이상의 기자가 두 번 이상씩 이렇게 했으니까. 그것도 텀이, 기간이 1년 이렇게 간격으로. 이러면 이게 거의 패턴, 일상화된 것 같다. 그래서 더 뒤져보지는 않았습니다.

▷ 김경래 : 사실 말씀을 들으면서도 되게 좀 뭐랄까요.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드는데 어찌됐건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런데 이제 그다음 문제는 표절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제기됐을 때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또 그 언론의 수준을 나타낼 것 같아요. 중앙일보는 어떻게 대응을 하던가요?

▶ 감동근 : 그 뉴욕 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 표절한 걸 SNS에 올렸고 그게 굉장히 많이 논란이 되니까 한 3시간 만에 온라인판에서 사과문이 올라왔었어요. 그런데 약간 찾기는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하여튼 사과문이 되어 있고 문제가 됐던 그 표절 칼럼은 삭제를 했고요. 제가 4건을 찾았는데 그거를 한꺼번에 고발한 건 아니고 하루에 하나씩 이렇게 쭉 하나씩 고발을 했는데 두 번째 기사는 미디어오늘이라든지 미디어 평론지에서 많이 그 사건이 보도가 됐고요. 두 번째 기사에 대해서는 중앙일보가 해명을 했습니다. 이거는 내부 검토를 해봤더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명을 했는데 뭐 제가 볼 때는 궤변에 가까운 이야기였고요.

▷ 김경래 : 제가 볼 때도 중앙일보가 설득력이 없더라고요, 그 부분은.

▶ 감동근 : 그다음에 세 번째, 네 번째에 대해서는 아직 반응이 전혀 없는데 뭐 이해는 됩니다. 이게 그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가 너무 많으니까 이거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아날 칼럼이 별로 없으니까 곤란할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사실 표절이라는 건 예방한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기자가 어느 언론사든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고발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보면 굉장히 좀 실망스러웠어요.

▷ 김경래 : 그러니까 해외, 자꾸 해외 이야기 해서 좀 그렇지만 해외의 좀 유수한 언론들, 정론지라고 하는 그런 언론들은 이런 표절 문제가 있으면 굉장히 엄격하게 대응하지 않습니까?

▶ 감동근 : 네, 뉴욕타임즈도 제이슨 블레어 기자 같은 사건은 굉장히 유명하고요. 그다음에 NPR 같은 데서도 굉장히 엄격한 표절 지침을 갖고 있고. 그리고 사실 그런 데는 공신력이 굉장히 높은 매체니까 좀 그렇게 비교하는 게 가혹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들었던 건 버즈피드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그거는 거의 미국에서도 공신력이 가장 낮은 매체예요.

▷ 김경래 : 좀 대중적인 매체죠.

▶ 감동근 : 언론지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연예지 이런 정도로 취급을 받는데 버즈피드조차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 기자가 썼던 기사 500개 이상을 다 전수조사해서 그중에서 41개인가를 찾아서 그거를 다 어느 부분이 표절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사과문을 이렇게 다 달았었거든요. 그런 거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유력한 언론사인데 실망스럽죠.

▷ 김경래 : 사실은 이런 표절 문제 말고도 우리 한국 언론의 기사 관련된 문제는 굉장히 많습니다. 예전에 감 교수님께서 사실은 이 표절 문제 전에도 오보에 가까운 기사를 지적하신 적이 있어요. 이것도 공교롭게도 중앙일보 기사였죠?

▶ 감동근 : 네, 그렇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때 지적했을 때 그 기자에게 일종의 협박을 당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그 해당 기자는?

▶ 감동근 : 기자가 저를 명예훼손 그다음에 사이버명예훼손 그래서 감방에 갈 수 있다 그러면서 협박을 했었죠.

▷ 김경래 : 그렇게 이야기하면 감방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그게 그러고 나서 뭐 사과라든가 기사 정정이라든가 이런 게 없었습니까?

▶ 감동근 : 네, 없었습니다.

▷ 김경래 : 그래요?

▶ 감동근 : 다른 언론 매체에서도 제가 그 기사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굉장히 소상히 밝히고 나니까 넌지시 그 기자의 대응이 굉장히 아쉽다든지 그다음에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미디어 평론 쪽 담당하시는 분들이 칼럼을 몇 편 썼었고요. 그런데 직접적으로 그 기사를, 오보를 비판하는 기사는 안 나왔었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사실 그 중앙일보 기사를 다른 언론들도 굉장히 많이 인용을 했는데 그 언론들도 아마 정정 보도를 대부분 안 했을 거예요.

▶ 감동근 : 네, 그랬습니다.

▷ 김경래 : 이번에 교수님 페이스북에 보니까 저는 되게 뭐랄까요. 이 구절이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어떤 한국 기사를, 칼럼을 보면서 잘 쓴 칼럼을 보면 의심스럽다고 하신 부분이 있어요. 원래 한국 칼럼들이 굉장히 수준이 낮다 이런 뜻이었겠죠, 아마 감 교수님 말씀이?

▶ 감동근 : 그런 건 아니고 기자들이 그냥 자기의 생각을 막연하게 쓰는 편이고요. 어떤 근거라든지 특히 뭐 통계나 실측연구의 결과나 그런 근거를 제시하는 게 좀 드물거든요. 이번에 찾을 때도 보니까 좀 수준 차이가 나더라고요, 표절한 거랑 본인이 직접 쓴 거랑.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어쨌든 감 교수님 앞으로도 계속 언론에 대해서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을 해 주시면 저희들도 잘 찾아서 보겠습니다.

▶ 감동근 : 네,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감동근 : 수고하십시오.

▷ 김경래 :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님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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